남자와 여자로 창조된 인간

창세기 1장 27절은 단순히 하느님께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는 것만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창세기 2장은 하느님께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신 자세한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신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문제만을 보기로 한다.
첫 인간(남자)을 만드신 하느님은 사람이 저 홀로 있음을 좋지 않게 보시고 그와 대등한 돕는 이를 그에게 만들어 주셨다(창세 2,18 참조). 이것이 곧 여자의 창조이다. 창세기가 쓰여지던 당시 -학자들은 대략 기원전 4-5세기로 본다- 사회는 남존여비의 사상이 투철하던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이 남자와 여자를 동등하게 창조하셨다는 성경의 기록은 실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남자는 창조된 여자를 보고 “드디어 나타났구나! 내 뼈에서 나온 뼈요, 내 살에서 나온 살이로구나. 지아비에게서 나왔으니 지어미라고 부르리라!”(창세 2,23)라고 외쳤다. 창세기는 비단 남녀동등 사상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한 분이신 하느님의 모습을 따라 그분께로부터 창조되었으므로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기본적 평등이야말로 창조주의 뜻이다. 즉 모든 사람은 하느님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다. 물론 육체적, 지성적 능력이 다르므로 모든 사람이 똑같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차별대우는 모두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뜻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절대로 인정될 수 없다. 성별, 인종, 피부색, 지위, 언어, 종교 등에 기인한 차별대우가 그것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사회정의, 평등, 인간 존엄성, 평화 등에 위배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사적, 공적인 모든 인간 제도는 인간의 존엄성과 목적에 봉사해야 하며, 사회적 정치적 억압을 거스려서 투쟁하고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교회는 이 땅에 아직도 인간의 기본권이 부당하게 짓밟히는 지역이 있음을 지적하며 슬픔을 금치 못하고 있다(사목 29 참조).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하느님께서 첫 사람에게 ‘돕는 이’, 즉 ‘협조자’로서 여자를 창조하셨다는 점이다. 하느님은 이미 첫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심으로써 인간으로 하여금 서로 협조하는 생활, 서로 돕는 공동생활을 하도록 섭리하신 것이다. 이로써 인류의 시조인 첫 남자와 여자의 공동생활은 인격적 결합의 형태를 취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 인간은 깊은 본성에서부터 사회적 존재요, 타인과 협조 없이는 살아갈 수도 없고 그 자질을 발휘할 수도 없다(사목 12).
인간 개개인의 인격 향상과 사회의 발전은 오직 개인 상호간의 의존과 협력에 있다. 구약성경이 “남자는 제 아내에게 결합하여 한 몸이 되었음”(창세 2,24 참조)을 밝혀 주고 있듯이 인간은 시초부터 가정을 이루었다. 또 그 가정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 일치하여 살아왔다. 하느님이 그렇게 하도록 창조해 주셨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와 똑같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우리의 이웃을 사랑하고 존경해야 할 근거가 있다. 우리는 언제나 사회 공동체 안에서 타인과 서로 협력하여 생활함으로써 우리의 사명을 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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