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종의 심문(2)

 



  옳고 그름의 기준은 분명 하느님이시건만 우리는 나 자신이 그 기준이 되려고 한다. 보잘 것 없는 판단의 척도를 가지고 세상을 판단한다는 것은 마치 하늘을 손 뼘으로 재는 것과도 같은 것이니. 누가 누구를 판단하리오. 누가 누구의 허물을 탓할 수 있으리오. 더 나아가 하느님을 믿는 것이 죄가 된다면 세상 만사 죄 안 되는 것이 무엇이 있으리오.




  약종은 “대역죄”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의금부사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나으리! 대역죄라 함은 사람의 탈을 쓰고 차마 하지 못할 짓을 한 것으로서 임금님께나 이 나라 이 백성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이옵니다. 그러나 천주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천주님을 더 잘 공경하기 위해 저희보다 먼저 신앙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연락을 한 것이 어떻게 대역죄가 된단 말씀이옵니까? 또한 그들과의 연락이 첩자와 같은 소행은 아니지 않사옵니까? 그러하기에 비록 조정에서는 신앙을 거부하고 있지만 그것이 대역죄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되옵니다.”




  “네 이놈!”




의금부사는 약종의 말을 듣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임금님께서 금하신 것을 네놈들이 행하고 있으니 그것은 임금님의 마음을 상하게 해 드리는 것이며, 이 나라 백성들을 사학으로 현혹시켜 길을 잃고 방황하게 만들었으니 이 나라 백성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이니 어찌 대역죄가 되지 않겠느냐?”




  “나으리! 어찌 천주님을 믿는 것이 임금의 마음을 상하게 해 드리고, 백성들을 현혹시키는 것이겠사옵니까? 지금 조정에서는 저희가 믿고 있는 교를 잘못 알고 있기에 사학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옵니다. 저희들보고 임금도, 부모도 공경할 줄 모르는 악한 무리라고 말씀하시지만 저희들은 그 누구보다도 임금님과 부모님을 공경하고 있사옵니다.”




  “네 이놈! 찢어진 입으로 잘도 지껄이는구나! 네놈이 스스로 자수하였기에 반성한 줄 알고 네놈을 놓아주려고 이렇게 친절히 대했거늘 오늘 이 자리에서 네놈의 교를 선전하려 하는 게냐? 여봐라! 이놈의 주리를 틀어라!”




  의금부사의 엄명이 떨어지자 거구의 형리 둘이 약종의 묶여진 두 다리 사이에 주릿대를 끼우고 조이기 시작했다. 조이는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약종의 다리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약종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냈다. 거센 파도앞에서도 우뚝 서 있는 바위와 같이 약종의 마음은 그렇게 단단했다. 하지만 그의 악물은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밀려나오고 있었다.




  “네 이놈! 오늘 내가 너에게 듣고자 하는 것은 너의 괴변이 아니니라. 먼저는 네놈이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요, 둘째는 그 서찰이 어떻게 중국과 이 나라를 오갈 수 있었는가요, 세 번째는 그 서찰의 주인인 중국인 신부의 거처를 대라는 것이니라. 우리가 눈을 감고 있어도 해는 우리 머리위에 있는 것처럼 네놈이 죄를 인정하든 안 하든 간에 네놈이 죄를 지은 것은 자명한 것이니라. 그렇다면 그 서찰이 어떻게 오갈 수 있었으며, 지금 중국인 신부는 어디 있느냐?”




“모릅니다.”




“어허! 고얀지고. 다시한번 묻겠노라. 네놈들의 연락책은 누구며 지금 중국인 신부는 어디 있느냐?”




“모른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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