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의 기타문제

 

1. 용어문제


현재 고해성사라고 부르는 이 성사는 옛부터 지금까지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려왔고 지금도 여러가지 이름들이 통용되고 있다. 평화의 성사, 회심의 성사 등과 같이 전통과는 상관없이 성사의 내용으로 나타내는 이름부터 회개성사, 고백성사, 화해 성사, 참회성사, 고해성사 등과 같이 이 성사의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붙여진 이름들도 있다. 이름의 변천에는 각 시대의 신학과 사목 생활의 변화가 동반되었다. 각 시대의 강조점에 따라 여러 이름으로 불리워 왔는데, 특히 참회(paenitentia)라는 단어가 지배적이었다. 여러가지 이름을 통해서 우리는 고해성사가 거행되는 복잡한 양식을 짐작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고백이라는 용어는 매우 부족하다. 이 용어는 고해자의 부분행위만을 내세우고, 내적 참회와 정개, 손해와 손실의 복구와 같은 인격적인 다른 전제조건들은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용어는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통하여 인간의 구원과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작용하고 있는 경신적 행위라는 것을 거의 드러내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고백성사라고 부를 때 하느님의 제한 없는 용서를 체험하는 성사라기보다 죄의 목록을 나열해야 하는 귀찮고 피하고 싶은 성사로 느껴진다. 이 고백성사라는 용어는 1960년대 후반에 교회 용어를 개정할 때 생겨난 말이며, 교회안에서 오늘날까지 고정되어 왔다. 그후 1983년에 공포한 “교회법전”의 시역을 보면 “고해” 또는 “참회”로 번역했다. 마침내 1986년 주교회의의 춘계 정기총회 때 교회법위원회가 시안을 마련한 “전국 공용 교구 사제 특별권한”을 제정하면서 고백성사를 고해성사로 환원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사항은 신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신자들은 고백성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여러 학자들이 고해성사라는 용어도 성사의 본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으니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 판공성사


(1) 판공성사의 의미


판공(判功)이란 한자말로 ‘공로를 헤아려 판단한다’는 뜻이 있다. 공로를 헤아린다는 것은 신자들이 신자로서 꼭 알아야 할 교리지식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신앙생활의 진보가 있었는지를 헤아린다는 뜻이다. 교회법상으로는 원칙적으로 1년에 한번만 받아도 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교회법 제 920조). 그리고 그 시기도 부활시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천주교회에서는 성탄시기와 부활시기에 받도록 하고 있으므로 일년에 두번 실시하게 된다. 한국교회 당국자들은 신자들이 성탄과 부활에 고해성사를 보고 영성체하는 것이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영신사정에 유익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


성탄절과 부활절은 신자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는 대축일이므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를 준다. 그러므로 이시기에 신자들은 고해성사로 이러한 기쁨을 준비한다.


(2) 판공성사의 실태


이렇게 좋은 의도을 지닌 판공성사의 제도이긴 하지만, 이 성사에 참여하는 비율은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가톨릭 신앙생활연구소가 1992년 6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자들 중 34.6%가 부활판공에 참여하였고 성탄판공에는 38%가 참여하였다고 한다. 이 자료를 보면 판공성사를 보는 신자들은 대부분 주일미사에도 잘 참여하는 이들이다. 쉬고있거나 냉담한 이들이 새로이 성사를 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러므로 판공성사가 실시된다고 해서 기대치 이상의 많은 신자들이 고해성사에 더 참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대부분 본당들이 대형화되어 사목자가 수천명의 신자들을 사목하게 되다 보니 일선 사목자들은 많은 신자들의 고해성사를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빨리 할수 있을까 하는데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본의 아니게 그 시기를 놓치게 된 신자들은 죄의식마저 느끼게 되고, 판공 기일 몇일 전에 고해성사를 받은 신자마저 다시 성사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 이러한 짧은 시간에 쫓긴 합동고백에서는 고해성사의 중요한 내용인 진정한 통회와 공동체적 화해의 정신은 뒤로 밀려나고 형식적이고 신속한 성사의 이행만이 주된 관심이 될 수 밖에 없다.


(3) 문제점에 대한 대안


① 쉬는 교우들에게 초대장 송부


사무실과 구역 반장들을 중심으로 냉담자들을 파악하여 적어도 일주일 전에 진심으로 그를 초대한다는 내용의 성탄카드나 부활카드를 우편으로 보낸다. 반장들과 주위의 교우들이 함께 나올 수 있도록 관심을 보여주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② 구역. 반 모임에서 판공성사 집행


본당에서 좀 떨어진 구역에서는 구역, 반 모임에서 판공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③ 주일학교 학생들에 대한 관심


본당마다 다르겠지만 주일학교 어린이의 숫자는 전제 신자수의 15%내외가 될 것이다.


흔히 어른 냉담자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면서도 어린이 냉담자들에 대하여서는 무관심하고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는다. 물론 이런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반장들과 주일학교생님들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


④ 고백소에 대한 거부감 해소


‘신앙실태 조사’에 보면 고해성사를 받지 않는 이유로 가장 많은 것이 ‘쑥스러워서'(20.1%)이고 그 다음이 ‘고백할 죄가 없어서'(14.4%)라고 한다. 본당에서 세례받은 신자들의 첫고해를 위하여 세례 후 한달쯤 지나서 모이도록 초대를 한다. 그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고해소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그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습관이 안되었고, 둘째는 양심성찰의 부족이고, 셋째는 본당에서 어머니다운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고해소는 흔히 낯선 장소이고 비인격적이며 규칙의 준수나 죄목의 나열 장소정도로 생각하기 쉬운 곳이다. 이런 신자들을 무조건 지정된 고해소에 보내기 보다는 사제가 면담하면서 신앙생활 전반에 관한 양심성찰을 도와주면 훨씬 효과가 클것이다.


⑤ 판공성사 기간의 연장


‘판공’의 기본적 의미는 전례력에 따라 주님의 수난과 부활대축일 그리고 강생의 신비를 기념하는 주님의 성탄대축일의 본 의미를 신자들로 하여금 올바로 깨닫게 하고 사순시기와 대림시기에 고해성사를 올바로 받도록 하는 데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모든 신자들의 합동판공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것이 아니라 사순시기 모두와 대림의 모든 기간이 판공이행의 기간이 되게 하고, 고해성사의 참뜻이 더 많이 드러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⑥ 공동참회예절의 실시


사순시기나 대림시기가 시작될 무렵, 본당신자들을 대상으로 반별로 또는 구역별로 공동 참회예절을 시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동 참회예절에 참례한 사람들에게 판공표를 배부한다. 참석한 신자들로 하여금 ‘참회예식’을 고해성사 거행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참회예식은 참석한 신자들로 하여금 회개와 마음의 정화를 도모하는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며, 신자들의 공동체 안에 참회의 정신을 길러주고, 후에 적당한 시기에 개별적으로 받게 될 고해성사를 잘 준비하도록 신자들을 도와주게 되는 것이다. 참석한 신자들이 구체적 현세생활에 부응하도록 양심성찰 문안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자신이 저지른 죄마저 모르는 신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⑦ 고백성사 예식서 중에 개별고백과 개별사죄로 거행되는 공동체적 화해예식의 사용 현재 합동판공성사라고 하여 인근의 여러 본당 신부님들이 모여 합동으로 고해성사를 주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각 개인에게 개별적 화해예식을 베푸는 것에 그치지만, 사제와 신자들이 조금 더 신경을 써서 개별적 화해예식 전후에 공동체적 화해예식을 추가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제4 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대로 교회의 공동체성이 부각될 것이고, 죄를 고백하기 위해 모인 신자들에게 공동 유대감이 형성되고 신앙적 용기 그리고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정신을 일깨울 수 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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