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중재성과 가톨릭의 교회일치

 

1.1. 마리아 중재성과 가톨릭의 교회일치


1.1.1.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종교분열의 비극적 상황을 다루기 위해 소집된 트리엔트 공의회는 마리아 중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성인들의 공경에 관한 선언에서 하느님으로부터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은혜를 얻기 위해 성인들에게 기도하는 것이 유용하고 좋은 것이라 선언하면서 마리아의 중재성을 내포하고 있다.1) 그러나 개신교는 가톨릭 교회의 마리아 교리와 공경을 성서적 근거를 두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내용에 따라 인류의 유일한 구세주 그리스도의 위치를 약화시키는 이단적 처신으로 격렬하게 비판해 왔다.2)


반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이전 가톨릭은 마리아에 대한 개신교의 침묵이나 거부 행위에 대해서 반프로테스탄트적 입장에서 마리아론적 진술로 대응하여 왔고, 반종교개혁적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마리아의 특전이 항상 새롭게 파악되었고, 또 마리아의 칭호들이 새로 생겨났으며 새로운 교의적 정식이 교회 교도직으로부터 요청되곤 하였다. 교회일치는 진리문제를 앞세워 진리를 삭제하지 않고 선포하는 것이 교회 일치에 가장 훌륭하게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마리아는 일치를 원하고 이를 장려하리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 마리아에 대한 문제는 역사상 많은 오류를 낳았다. 특히 마리아의 특별한 ‘특권들’(特權, privileges)에 대한 과격한 논쟁은 성모신심이 가톨릭과 개신교를 구분해 주는 기준으로 인식되게까지 하였다.3)




1.1.2.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교회일치


교황 요한 23세가 소집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일치를 이룩해야 한다는 절실한 요구에 대한 명확하고 폭넓은 인식을 토대로 하는 교회일치를 강조하였다. 교회일치 안에서 마리아에 대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입장은 일치교령과 교회헌장에 잘 드러난다.


일치교령은 가톨릭 신앙의 표현 방법과 순서가 교회 일치의 정신에 부합하여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가톨릭 신앙의 표현 방법과 순서가 절대로 갈라진 형제들과의 대화를 방해해서는 안된다. 교회 전체가 밝히 제시되는 것은 절대로 필요한 것이다.”4) 그리고 교회헌장에서는 마리아론적 진술을 하는데 있어 축소나 과장이나 피할 것을 강조한다. 공의회는 “신학자들과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은 마리아의 고유한 품위를 존중하는 데 있어 지나친 마음의 협소함과, 마찬가지로 온갖 거짓 과장도 힘써 피하기를 간곡히 부탁하는 바이다.”5) 이러한 정신에 따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마리아 ‘중재성’에 대해 대단히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1.1.3.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마리아의 중재성’


공의회에서 많은 교부들은 마리아 교리 및 공경과 관련하여 마리아의 보편적 중재에 대해 교의(敎義)로 정의해 달라고 청원하였다. 그러나 공의회는 재일치와 사목적인 동기를 이유로 그리스도의 단일 중개성(Meditatio unica)을 강조하면서 의도적으로 이 표현을 피해 왔다. 공의회는 교회 안에서 또 교회를 위해 수행되는 마리아의 모성적 역할을 명확히 단언하면서도 신학적 반성에 의해 마리아에게 한결같이 부여되는 ‘중재자’(Mediatrix), ‘교회의 모친’이라는 칭호를 제한해서 사용하였다.6) 그것은 이 명칭들의 의미를 둘러싸고 생겨날 수 있는 애매모호한 요소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이다.7)


공의회가 마리아에게 ‘중재자’ 칭호를 제한해서 사용한 것은 마리아의 중재성을 극소화하거나 부정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교회일치’(敎會一致)를 위해서이다. 공의회는 마리아의 문제가 여러 그리스도교 교파들 사이에 분기점(分岐點)을 이루고 있음을 명확히 인식하였다. 교회의 일치를 가로막는 온갖 가능한 방해요소를 제거해야 하는 이같은 요구로 말미암아 마리아에 관한 교리의 정립에 교회일치적 기준이 엄격히 적용되었다. 이러한 교회일치 차원에서 ‘마리아의 중재’라는 말이 가톨릭 신자가 아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한 분이신 중개자(1디모 2,5)로서 강조하고 있는 성서와 상반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8)


공의회는 또한 사목적 이유에서 마리아 교리 정립에 있어서도 어떤 새로운 교의를 반포하려 하지 않고 특히 신심분야에서의 개혁과 쇄신의 명확한 요구로부터 요구되는 사목에 보다 효과적인 교리를 개진하려 했다. 그러므로 가톨릭 신자들도 그리스도 아래서 위치하는 마리아의 참된 자리를 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공의회는 염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리아의 중재성은 ‘마리아의 모성적 역할’이란 어휘로 나타났고 하늘에 올림 받은 후에는 그의 ‘전구’와 모든 ‘은총의 분여’(分與)에 국한되었다.9)


이렇게 공의회는 마리아에게 ‘중재자’(Mediatrix)라는 칭호를 사용하는 것을 피하고 있지만 이는 교회일치와 사목적인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공의회는 ‘모성적 역할’로써 마리아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가톨릭적 이해를 지속시키고 심화시켜서 마리아의 신앙 내용이 단절된 특권이 아니라 전체 교회를 위하여 충만한 의미를 지닌 신비라는 사실을 드러내 보이고자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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