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모친’교의와 다른 마리아 교의들과의 관계

 

II. ‘천주의 모친’ 교의와 다른 마리아 교의들과의 관계




1. 마리아 교의들의 유기적인 관계




가톨릭 교회의 마리아에 대한 네 가지 주요 교의들은 천주의 모친(Theotokos), 평생 동정(aei Parthenos), 무염시태(Immaculata conceptio), 몽소승천(Assumptio)이다. 이 네 가지 교의들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라는 한 인격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앞의 두 교의는 직접적으로 그리스도의 신비에 연결되어 있으며 뒤의 두 교의는 하느님의 구원의지에 따른 마리아 개인의 특전으로 간접적으로 그리스도의 구원신비에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몰트만(J. Moltmann)의 표현대로 “그리스도 없이 마리아는 있을 수 없고 그리스도론 없이 마리아론은 있을 수 없다”1)고 말할 수 있다.


천주의 모친 교의는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우선적으로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의 위격적 일치를 천명하는 그리스도론적 교의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를 부정하는 네스토리아니즘에 반대해서 위격에 따라 하느님이신 말씀이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천명하는 가운데 마리아에게 부여된 교회의 공식적인 칭호가 또한 ‘천주의 모친’이다. 우리는 천주의 모친 교의 안에서 그리스도와 마리아 사이의 불가분의 관계를 본다.


평생 동정 교의는 ‘예수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는 성서적 계시에 근거를 둔 신앙 고백의 내용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신앙고백은 서방에서 ‘사도신경’이라 불리게 될 본문의 첫 증언이 되는 히뽈리뚜스의 신경 안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성령으로 말미암아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시고, 본씨오 빌라도 통치 아래서 십지가에 못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시고]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 하늘에 올라 성부 오른편에 앉으시고 산 이와 죽은 이들은 심판하러 오실 것을 믿습니까?”2) 세례 받는 자가 세례 때에 신안고백을 요청받는 질문 형식의 신앙고백 형태이다. 이 내용은 사도 신경과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 안에 들어와 오늘날까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고백 내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리아의 ‘동정녀’ 칭호는 교의적인 의미의 칭호이기 이전에 신앙의 선언 내용이다. “예수의 동정 탄생 혹은 잉태는 우선 마리아에 관련된 신비가 아니다. 이것은 우선 예수의 인격을 지향하는 그리스도론적인 소제이다. 분명하게 확인된 실재가 동정 마리아를 위해 존경과 영광의 원천으로 다시 작용하는 것은 어떤 충격에 의한 되돌이처럼 두 번째 단계이다.”3) 이는 ‘천주의 모친’ 교의의 형성과정과 동일한 신학적 해석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는 육화의 신비 차원에서도 양식은 동일하다. 마리아에게 부여된 칭호가 다를 뿐이다. ‘동정녀’라는 칭호가 신앙고백의 선언 내용에서 비롯되었다면 ‘천주의 모친’이라는 칭호는 신앙체험의 결과에서 비롯된다. 이와 같이 두 교의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리스도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 마리아의 평생동정 교의는 ‘예수가 동정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는 신앙고백에서 발전된 교의형태로 마리아가 예수의 잉태 전에도 후에도 동정성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이 사실이 처음으로 가장 분명하게 공적으로 선언되는 것은 649년의 라테란 공의회에서이다.4) 이 공의회는 “거룩하시고 평생 동정이시며 죄 없으신 마리아가 천주의 모친”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451년 칼체돈 공의회의 선언문에 나타나는 ‘천주의 모친이신 동정녀’(Parthenos Theotokos)라는 표현이 제2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553)를 거쳐 ‘평생 동정’이라는 의미와 함께 라테란 공의회에서 완성되고 있음을 본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교회헌장 제8장의 제목이 이를 상기라도 하듯 ‘천주의 모친 복되신 동정 마리아’(De Beata Maria Virgine Deipara…)라는 표현을 담고 있다.


무염시태 교의와 몽소승천 교의는 그 성격상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두 교의의 발전에 있어서 역사적으로 교회전통 안에서 제기되었을 법한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해 본다 : 천주의 모친 동정 마리아의 전 생애는 하느님의 구원계획 안에서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구세주의 모친 동정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구원신비 안에서 어떤 구원을 누릴까? 마리아가 천주의 모친, 구세주의 모친이 된 것은 자기 스스로 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에 의한 것이다. 가브리엘 천사의 아룀으로 마리아 안에서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펼쳐진다. 마리아가 구세주의 모친이 되는 은총을 받는다 : “기뻐하소서, 은총을 입은 이여, 주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십니다.”(루가 1,28) “당신은 은총을 받았습니다. 두고 보시오. 당신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시오.”(루가 1,30b-31) 마리아가 하느님의 선택과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Fiat)함으로써 하느님의 놀라운 신비가 그녀 안에서 실재화된다 :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여종입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 바랍니다.”(루가 1,38). 이러한 과정이 마리아의 전 생애를 통하여 되풀이될 것이다. 그녀의 탄생은 물론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구원 초대와 마리아의 응답은 지속될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마리아 이러한 신앙을 강조하면서 ‘신앙의 여정’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5) 마리아의 무염시태 교의와 몽소승천 교의를 우선 이러한 맥락 안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854년 12월 8일 교황 비오 9세는 세계 모든 주교들의 자문을 받은 후 마리아의 무염시태 교의를 장엄하게 선포한다 : “지극히 복되신 동정녀 마리아는 그녀의 잉태 첫 순간에 전능하신 하느님의 단일한 은총과 특전으로 인류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미리 입어 원죄의 물듦에서 깨끗이 보호되셨다는 교리는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되었으므로 모든 신자들로부터 굳건하고 영구히 신봉되어야함을 선언하고 선포하며 정의하는 바이다.”6) 1950년 11월 1일 교황 비오 12세도 마찬가지로 교회의 전통에 의한 것이라면서 마리아의 몽소승천 교의를 선포한다 :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복된 사도 베드로와 바울로의 권위로, 그리고 순수 우리 권위로, 하느님의 죄 없으신 어머니이시며 평생 동정이신 마리아께서 지상생활 과정을 마치신 후 영과 육으로 하늘의 영광에 올림을 받으셨다는 사실을 신적으로 계시된 교의로 확신하고 선포하며 정의하는 바이다.”7) 교황 비오 12세는 스스로 이 교의가 무염시태 교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무염시태 교의가 마리아의 죄와 관련하여 그리스도의 구원신비에 연결되어 있듯이 몽소승천 교의는 마리아의 죽음과 관련하여 그리스도의 구원신비와 연결되어 있다. 천주의 모친 교의와 평생 동정 교의가 그리스도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면 무염시태 교의와 몽소승천 교의도 간접적으로 그리스도의 구원신비에 관련되어 있다. 무염시태 교의는 원죄와 그 결과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이해가 불가능하며 몽소승천 교의는 죽음에 대한 그리스도의 승리로 주어지는 그리스도인의 종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플라나간(Donal Flanagan)은 “마리아 신학의 기본 주제들은 구원론의 주제들이다”8)고까지 한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마리아 교의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 안에서 많은 마리아 신학자들은 전체 마리아론의 기초가 되는 ‘근본 원리’(Fundamental Principle)를 탐구했는데 그들 중 많은 신학자들이 ‘천주의 모친’(Theotokos) 교의가 다른 마리아 교의들을 이끌어내는 으뜸 진리로 제안했다.9) 세스보위에(B. Sesboüé)는 이러한 원칙이 교회일치 신학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제안한다 : “결국 가톨릭 신학이 무염시태와 몽소승천 교의를 특전이라는 용어로 설명하지 않고 오늘날 모든 그리스도인들에 의해  재인식된 에페소 공의회에서 선언된 신앙의 근본 확신인 마리아의 신적 모성의 결과로 설명한다면 더 나을 것이다.”10) 마리아의 네 가지 교의들이 모두 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그리스도의 신비와 관련이 있지만 그리스도의 정체성과 직접 관련이 있는 교의는 ‘천주의 모친’ 교의이다. 따라서 천주의 모친 교의가 다른 마리아 교의들과 유기적인 관계에 놓여 있지만 서로의 관계에서 ‘근본 원리’로 작용한다고 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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