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에 대한 시각

(2) 그리스도교에 대한 시각


① 비판


증산은 직접 예수교당에 찾아가서 여러 의례(儀禮)와 교리(敎理)를 보고 듣고 난 후 “족히 취할 것이 없다.”는 부정적인 판단을 내렸다. 이러한 결론은 그리스도교가 신명박대(神明薄待)가 심하다는 진단 때문이다. 그의 주장은 이러하다.


그리스도교는 유일신 신앙으로서 하느님 이외의 신격을 모두 부정하고 배척하는 종교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를 믿게 되면 제 조상신이나 제 나라의 민족신을 모두 부정하게 된다. 유대 민족의 신명들 이외에 모든 민족과 나라의 신명들에 대해서는 우상숭배라는 딱지를 붙여 일체 배척한다. 이러한 독선적인 태도가 나올 수밖에 없는 매우 편협한 신앙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리스도교이며, 그것은 제 조상과 제 나라의 민족신을 버리고 유대민족의 수호신과 유대인의 혈통과 가계(家系)에 편입되려는 신앙을 결과한다. 결국 남의 조상신을 모시고 자기의 조상신을 배척하는 외곬의 신앙태도를 신명박대라고 표현한 것이다. 신명을 박대해서는 장차 성공할 수 없으며( – “이 시대는 원시반본하는 시대라, 혈통줄이 바로 잡히는 때니, 환부역조하는 자와 환골하는 자는 다 죽으리라.”-), 신명대접을 잘한 조선에 성공의 운수가 열릴 것이라는 것이 증산의 주장이다. 실제로 예수교인은 증산과 관련된 인물들과의 교류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인물들로만 그려진다.




② 수용


“西有大聖人曰, 西學. 東有大聖人曰, 東學, 都是敎民化民…”『玄武經』


여기에서 증산은 서학을 서쪽에 있던 大聖人의 가르침을 집대성한 종교로 평가하고 있다. 동학과 마찬가지로 성인의 가르침에 의해 이루어진 체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증산은 그리스도교를 진리의 한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종교 체계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스도교는 동일한 진리의 다른 표현이라고 하면서 그리스도교를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구원의 절대자는 그 호칭만 다를 뿐이라 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예컨대 하루는 종도들에게 일러 가라사대 “예수교도는 예수의 재강림을 기다리고, 불교도는 미륵의 출세를 기다리고, 동학신도는 최수운의 갱생을 기다리나니, 누구든지 한 사람만 오면 각기 저의 스승이라 하여 따르리라.”  또한 ‘그리스도교는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는 구원의 종교’라고 이해했음을 이 구절에서 알 수 있다. 


증산의 그리스도교 수용은 성서를 불태운 것과 마테오 리치 신부의 언급에서도 드러난다. 


성서를 불태운 것은 그리스도교가 신명을 박대하기에 족히 취할 것이 없는 것이라 하여 배척의 태도로 볼 수 있으나, 증산에 의해 신비스럽게 사용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증산은 자신이 행한 천지공사에서 많은 종이와 책을 불사르는 종교적 행위를 누차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불사른 행위는 불태움의 의미 곧 ‘훼손시킨다, 없앤다’는 의미를 넘어, 그리스도교가 천지공사에 흡수되어 진정한 이상세계를 실현하는 하나의 상징적 행위로 볼 수 있다. 독립적으로는 불완전했던 그리스도교를 천지공사라는 종교적 행위, 곧 주술적 행위를 통해 새로운 문명 건설을 위한 일에 참여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마테오 리치 신부는 증산이 칭찬한 인물로서 증산교인들에게 중요한 인물로 믿어진다. 


“매양 옛 사람을 評論하실 때 강태공, 석가모니, 관운장, 이마두를 칭찬하시니라” 


“天師 가라사대 이마두(마테오 리치 신부)는 現 해원시대에 神明界의 주벽이 되며, 항상 내 곁에서 나를 보좌하여 모든 것을 맡아보고 있나니, 이를 아는 자는 마땅히 경홀치 말지니라.”고 한 증산의 명령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믿어진다. 


첫째, 마테오 리치 신부는 증산의 출세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마테오 리치가 주축이 된 신명들의 간절한 호소로 인해 증산이 지상에 出世하게 된 것이다.


둘째, 증산이 세상을 널리 살펴본 행위인 천하대순(天下大巡)에 유일한 동행자로 선임된 인물이다.


셋째, 마테오 리치에 의해 하늘과 땅의 경계가 틔워짐으로 인해 그는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가능케 하고, 인간계와 신계의 경계를 없앤 최초의 인물’이며 ‘현대문명의 아버지’이다.


넷째, 증산에 의해 상제봉조라는 혈(穴)이름을 가진 광주 무등산에 영혼이 모셔지는 의식을 거침으로써, 上帝인 증산을 위해 계속 봉사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하여 마테오 리치는 일개 서양인 선교사의 입장이 아니라, 후천 시대에 그리스도교의 종정(宗正) 곧 대표로써 선임되었고, 나아가 증산교 교리 체계에서 증산 다음가는 위치로까지 격상되어 있다. 증산은 그의 공로에 대해 “이마두는 세계에 많은 공덕을 끼친 사람이라. 그러나 그 공덕을 은연중에 끼쳤으므로 세계는 이를 알지 못하느니라.”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특징보다 그리스도교 수용에서 특별한 점은 자신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하여 강림(降臨)하였다는 증산의 설교와 자신이 인류의 모든 질병을 대속(代贖)한다고 주장한 것에 있다. 이는 예수께서 인간의 죄악을 구속(拘束)하고 지상의 평화를 위해 강림하였다는 그리스도교의 교리와 대단히 유사하다. 




이상에서 증산 스스로도 언급했듯이, 증산교가 유불선과 동학, 민간신앙과 그리스도교를 혼합하여 만든 종교혼합주의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 특징이라면 기성종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그 교의를 받아들이는데 반해, 민간신앙은 거의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민간신앙이 하류 계층에게 가장 밀접히 내면화된 전통적 신앙체계일 뿐만 아니라,  증산교가 억압된 비엘리트를 중심으로 종교로 등장하였기 때문에 이들에게 전통적으로 전승되어온 체질화된 민간신앙을 기층(基層)으로 하여 그 위에 타종교의 이념을 복합적으로 성층화(成層化)시키게 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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