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대 종교와 철학
이스라엘 사람들만이 아니라 고대 인간들에겐 일반적을 세상과 인간이 신에 의해서 창조되었다는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민족들에게서 성서의 창조 이야기와 유사한 작품들을 상당히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초기 수메르에서 시작하여 바빌로니아와 앗시리아를 거쳐 그리이스에서 씌어진 후기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창조 모티브의 역사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이러한 신화학 연구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인 가닭에, 성서와 근동지방의 신화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명확하게 결론을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성서의 창조설화 역시도 원시문화에까지 소급되는 훨씬 더 오래된 전승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고대 종교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 때 불가피하게 신화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신화(Mythos)란 우리나라말 사전에는 “어떤 신격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전승적인 설화”라고 풀이한다. 본래 희랍어 mythos는 “말”이란 뜻을 지니는데, 희랍어 Logos 역시 말을 의미한다. 그러나 mythos는 보편 타당성을 지닌 진술이라는 듯을 지녔으며, Logos는 인간이 논리적 인식을 통하여 합리적인 증명을 함으로써 어떤 진실성을 드러내는 말이라는 데 차이점잉 다. Logos가 인간의 추상적 개념을 사고를 통해 목표에 도달하는 상향적인 진술이라면, 신화는 위에서부터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는 하향적인 방식의 진술이다. 신화는 어떤 사실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고 사실이라고 믿는 것들을 얘기해 주고 열거해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는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무조건적으로 확언하는 말로써 정언적이며, 확언적이다. 또 시간이나 어떤 논리를 떠나서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
이런 신화가 지니는 기능은 첫째로 현재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사실은 신들의 행위에 의한 것이므로 이 사실들을 반복함으로써 그 때마다 원래의 사실을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신화가 신전에서 신년 축제 때 낭송된 사실을 보게 된다. 또 한 가지 다른 기능은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현상과 작용들에 대한 의문을 근원적으로 답변해 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주 또는 인간의 기원을 설명하는 신화는 처음부터 어떤 지적인 탐구나 호기심에서 생겨났다기 보다 본래의 기존 공동체가 여러가지 위협에서 벗어나 안정 속에 지속되기를 희망하는 제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신화의 내용이 처음의 상황을 원인론적으로 묘사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관심은 공동체의 유지, 안정, 보존과 공동체의 뿌리의 배경 설명이 그 골자인 셈이다.
과거 계몽주의 이래 이러한 신화는 역사와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해 왔다. 서구 그리스도교가 처음으로 직면한 것은 이교 세계의 다신관 속에셔 독특하게 발전된 신들에 대한 이야기로서의 신화였다. 따라서 이러한 신화를 완전히 거부하였다. 오늘날 신화가 갖는 실질적 의미에 대해서 재평가한다. 이제 더 이상 한 사건에 대한 신화적 진술을 “비역사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신화는 어떤 한 실재에 대한 성찰로서, 실제로 일어났던 것에 대한 그와같은 진술은 처음시기에 인간이 보인 자기실존과 세계에 대한 이해에 상응하였다. 그러므로 역사는 실제로 일어났던 것을 진술하고, 이에 반해 신화는 비역사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인류의 처음 시기에 있어서 실제로 일어났던 것을 당대인들은 이외에 다른 어떤 방식으로도 이야기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1.2 고대 종교와 철학의 특성
구약성서와 관련을 지닌 근종시방의 신화나 다른 여러 나라의 창조설화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1.2.1 생성의 토대로서의 카오스(혼돈)
창조신화들은 거의 대부분 시초에 혼돈이 자리잡고 있다. 이 혼돈으로부터 만물이 분출되어 나온다. 이 혼돈을 인간의 상상의 나래를 펴고 뜻을 부여하던 세상이다. 이 혼돈은 태초의 근원적인 물로서 끝이 없으며, 인간을 위협하고 거대한 홍수의 범람처럼 인간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근원적인 물은 동시에 심연이며 암흑으로 묘사되고 있다. 카오스는 코스모스, 즉 잘 정돈된 우주의 반대개념이며 절대적 無와는 다른 것이다. 그 당시 삶들로서는 구체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생각할 수 있었던 가장 최종적인 것이었다(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정의했던 것을 참조할 것이다). 이 카오스는 창조 이전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며, 절대적인 무화는 달리 상대적인 개념이었다. 이 카오스는 내에서의 내적 원동력으로 인해 세계가 생겨났다. 이 카오스 안에는 어떤 형태를 이루려는 힘과 갈망이 내재하고 있는 무엇이었다.
1.2.1.1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들
(1) 한국의 창조 신화
1) 창세가
한을과 따이 생길제에
미륵남이 탄생한 즉
한을과 따이 서로 부터
떠러지지 아니하소아.
한을은 북개 꽂지처럼 도도라지고
따는 네귀에 구리기둥을 세우고
그때는 해도 둘이요, 달도 둘이요,
달 하나 띄여서 북두칠성 남두칠성 마련하고
해 하나 띄여서 큰별을 마련하고
잔별은 백성의 직성별을 마련하고
큰별은 닌금과 대신별도 마련하고.
(무속신화로 전해지는 함흥의 창세가)
2) 초감제
천지혼합으로 제 이르자, 천지혼합을 제 이르옵기는 천지혼합시절 하늘과 땅이 경계가 없어 사방이 컴컴해져 올 때 천지가 한묶음되었다. 천지가 한 묶음되었을 때 개벽시 사물의 시초가 되었다. 새벽 창업으로 제이르자(농무)
개벽시 시절, 天開는 子하고 地闢에는 丑하여 人開이 寅會창업하여 하늘머리 열리고, 따의 머리 열려 올 때 上甲子年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에 하늘 땅 사이 떡징같이 갑이 나오더라 삼경제문도업…
3) 셍굿
人間 사람이 하날이 열릴적에
子方으로 열리시고
이땅이라 闢할적에
丑迅方으로 벽합시고
사람은 寅方으로 법을 시게 놓고.
(2) 중국의 천지개벽 신화
천지가 아직 생기기전 혼돈 상태가 계속되었는데, 혼돈이란 부화되기 전의 달걀과 같은 모양이었다. 때가 이르자 달걀은 깨지고 그 안에서 반고가 태어났다. 또한 달걀과 같은 혼돈의 혼탁한 부분은 땅을 형성했고 맑은 부분은 하늘을 형성했다. 반고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매일 변화되었는데 그 지혜와 능력은 하늘과 땅을 웃돌았다. 땅과 하늘이 갈라진 후 매일 하늘은 위를 향해 한길씩 두터워졌는데, 반고도 그 사이에서 한길씩 자랐다. 동시에 반고는 머리로는…
1.2.1.2 카오스와 대당관계에 있는 데미우르고스(Demiurgos)
조정헌 신부님은 데미우르고스를 플라톤 철학에서부터 유래한 개념으로 신과 세계의 중보자로서 이 세상을 만든 존재요, 이 데미우르고스 역시 카오스에서 생겨 났다고 말한다. 중간자로서의 위치는 분명하지 않지만 데미우르고스가 창조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아울러 노예와 구별하여 자유롭게 예술활동을 하는 장인들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했다.
2세기에 우리 교회 안팎으로 유행했던 영지주의자들의 의견에 의하면, 데미우르고스는 지혜(Sophia)가 최고의 신인 아버지의 모상을 따라 창조자 데미우르고스를 만들었다. 특히 발렌티노에 의해 볼수있는 영지주의는 30의 신적존재가 신의 세계를 이루고 있다고 보았다. 최상의 아버지로서 심연(Bythos)가 있고 그의 짝을 이루는 그의 생각으로서 침묵(Sige)이 있다. 이 한쌍의 존재로부터 또 다른 3쌍의 존재들이 유출된다. 정신 또는 독생자(Nous, Momogenes)와 진리(Aletheia); 로고스(Logos)와 생명(zoe); 인간(Anthropos)와 교회(Ecclesia). 이렇게 4쌍의 존재들은 다시 여기서 다른 존재들을 유출시킨다. 로고스와 생명은 다시 5쌍을, 인간과 교회는 다시 6쌍을 유출시킴으로서 30의 존재들이 신적세계를 충만하게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오직 정신(Nous)만이 아버지인 심연(Bythos)을 알 수 있고 계시할 수 있다. 이 30의 존재 중에서 최하위의 존재인 지혜(Sophia)가 그의 본성을 알고자 욕망하였고, 이 잘못된 욕망으로해서 고통을 받게 되었다. 한편 정신과 진리는 아버지의 명령을 따라 새로운 한쌍의 존재를 산출해 냈다. 그리스도와 성령을. 이로써 다시 신적 세곌가 질서를 지니게 되었다. 지혜가 품게된 욕망(Enthymesis)는 신의 세계(Pleroma)로부터 추방되었고 생명없이 아직도 허공을 방황하고 있으며, 이러한 고뇌가 어떤 물질을 낳게 했다. 한편 그리스도에 대한 갈망은 마음(psichico) 또는 영혼의 요소를 낳았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그를 불쌍히 생각해서 십자가(Horos)로부터 내려와 부정형의 그들에게 어떤 형태를 주었다. 이렇게 해서 물질, 마음, 영혼이 이 세상에 생겨났다. 그 결과로 빛으로 영적 실체를 주어 세상의 존재가 되게 했다. 소피아가 창조한 이 데미우르고스는 구약성서에 말하고 있는 창조주 하느님으로서 하늘과 땅, 그리고 모든 만물을 창조하였다. 그가 인간을 만들었을때 드는 먼저 지상의 인간을 만들었고, 거기에 마음을 불어 넣었고, 소피아가 거기에 영을 부여했다. 바로 이 때문에 인간은 하느님을 목말라하게 되었다. 또 구원은 그 영이 열등한 다른 조건으로부터 해방되는 데에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구원자 예수가 결말 지어야 할 과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3가지 종류가 있다. 물질적 또는 육체적 인간, 정신적 인간, 그리고 영적 인간. 여기서 육적인간은 결코 구원될 수 없다. 한편 영적인 인간은 구원에 도달하기 위해 단지 예수의 가르침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정신적 인간도 구원될 수 있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따른다. 즉, 예수를 알고 모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1.2.1.3 바빌론의 창조신화<에누마 엘리쉬>
에누마 엘리쉬는 고대 바빌로니아의 가장 대표적인 창조 서사시를 말한다. 그 이름은 서사시의 첫머리 귀절로서 ‘위로(하늘이 아직 창조되지 않았을때)’라는 뜻이다. 이 서사시는 바빌론의 마르둑신전에서 매년 새해가 되면 벌이는 축제 때 읊어졌다. 기원전 1150년에서 1015년 사이에 형성되었고 모두 500행이나되는 대 서사시이다.
이 서사시에 의하면 마르둑 신이 티아맛과 싸워 이긴 후에 세계와 인간을 창조한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동물과는 달리 무언가 신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았다. 이 신화에서는 그것을 신의 피라고 하였다.
위로 하늘이라 이름하는 것이 아직 없었고
아래로 땅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직 없었을때
다만 신들의 아버지 암수와 무무와 신들의 어머니 티아맛만이 있었다.
암수의 물과 티아맛의 물은 서로 한데 엉키어 있었다.
갈대밭이 아직 없었고 풀밭도 아직 없었다.
아직 다른 신들이 나타나기 이전이었기 때문이다.
신들은 아직 이름 불리워지지 않았고, 그 운명들이 정해지기 전이었다.
마르득은 쉬는 동안 티아맛의 시체를 검사하였다.
이 괴물을 쪼개어 놀랍고도 놀라운 것을 창조하고 싶었다.
마른 물고기를 쪼개듯 그는 그 시체를 두쪽으로 쪼갰다.
한 쪽을 적당한 곳에 놓아 하늘이 되게 하였다.
장대를 세우고 지키는 이들을 두어 티아맛의 물이 흘러 내리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하였다.
마르둑은 하늘들을 건너 다니면서 지역들을 살폈다.
마르둑 자신은 누디무드의 거처인 압수 맞은 편에 서서 압수의 치수를 재었다.
그리고는 압수와 쌍을 이루도록 커다랗게 에사라 땅을 만들었다.
압수와 에사라에 아누와 엔릴과 에아의 거처를 정해 주었다.
마르둑은 위대한 신들을 위하여 거처를 마련하였다
별들, 떼별들, 그리고 별자리들을 그는 신들을 위해 마련하였다.
한편 인간의 창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마르둑은 포로된 잡신들의 탄원을 인정하였다.
그리하여 또 다른 기이하고 기이한 것을 창조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는 입을 열어 에아에게 말하였다.
마르둑은 자기가 품고 있는 생각을 에아에게 알리고 의견을 듣고 싶었다.
“피를 조성하고, 뼈대를 생기게 하여 비천하고 야만적인 피조물을 지어내겠읍니다.
그의 이름은 인간이라고 불리울 것입니다.
신들을 섬기는 일은 모두 그 인간에게 맡기고 신들로 하여금 쉴수 있도록 하겠읍니
다”
신들의 교역을 경감시키자는 마르둑의 계획을 약간 수정하여 에아는 다음과 같은 제
안을 제시하였다.
피와 뼈대를 생기게 하여 그것으로 인간을 만들 것이 아니라 신들 중 하나만을 저에
게 주십시요. 그를 죽여 사람을 만들겠읍니다.
신들의 총회를 소집하여 죄 지은 신만 색출해 내면
나머지 잡혀온 신들에게는 다시 합법적으로 신의 자격을 부여하실 수 있읍니다.
… 진실로 전쟁을 일으킨 자는 바로 킹구 였읍니다.
그가 티아맛을 시켜 반항하게 하였고 전쟁을 일으키도록 충동한 자이옵니다.
그들은 킹구를 묶어 에아 앞에 꿇어 앉혔다.
모든 죄를 그에게 뒤집어 씌우고 그를 찢어 피를 흘렸다.
킹구의 피를 가지고 그들은 인간을 만들었다.
에아는 그 인간에게 신들을 섬기는 일을 맡기고 포로로 잡혀왔던 잡신들을 자유케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