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2. 그리스도의 몸
2. 2. 1.「신비체 회칙」
그리스도의 몸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신비체 회칙을 떠올린다. 1차 대전 이후 근대주의의 마지막 사조인 자유주의가 인류의 파멸을 초래하였음을 절감하고, 개인보다는 공동체, 주체보다는 객체, 현실적인 것보다는 초월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새로운 사조가 나타나다. ‘원천에로 돌아가자’라는 구호 아래 새로운 가톨릭 개혁 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가톨릭 청년 운동, 성서운동, 교부학, 전례운동, 평신도 사도직, 동방교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 운동의 영향 아래서 튀빙겐 학파의 묄러(Möhler)의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면서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보는 입장이 강조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회칙이 반포된다. 신비체 회칙에서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보지만 또한 아울러 이 회칙은 중세 시대 사고인 교회를 ‘완전한 사회’로 이해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회칙이 담고 있는 내용
① 신비체 회칙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몸”으로 본다. 그러나 여기서 신비로운 몸은 사회적인 단체, 결사체(중세의 교회관 답습)이다.
② 그리스도의 몸과 로마 가톨릭을 완전히 동일시한다. 이것은 로마 가톨릭만이 유일한 교회이고 다른 그리스도교는 배척, 제외하는 입장이다.. 2Vat에서는 “그리스도의 몸은 로마 가톨릭안에 존재한다”라고 하면서 신비체 회칙의 ‘완전 동일화(est)’를 ‘포함하는 형식(subsist)’으로 바꾸고 있다(LG 8).
③ 교회 구성원의 요소를 세례, 신앙, 로마 교황과의 일치로 정의함으로써 비가톨릭 그리스도교 형제들과 타종교인, 그리고 무종교인들의 설자리를 뺏고 있다.. 2Vat의 LG 14(예비자), 15(비가톨릭 그리스도교), 16(비그리스도교의 구원가능성)
④ 교회는 비가시적이고 은총이 풍부한 공동체이다.. 그럼으로써 가시적, 제도적인 면을 무시한다.
그리스도의 몸 개념에 의한 교회이해의 4장점
㉠ 교회가 전례적 공동체라는 것을 잘 드러내준다. 그리스도의 몸은 교회가 전례를 거행하는 공동체임을 잘 드러낸다(특히 성체성사가 교회 개념의 본래적 원천이다. 식탁 공동체).
㉡ 그리스도의 몸 개념은 구성원 상호간의 일치를 드러내준다. 그리스도의 몸은 성사적 본질 안에서 한 몸인 구성원 상호간의 일치를 표현하다. 하느님과의 수직적 일치와 구성원 상호간의 수평적 일치를 나타낸다. 이런 일치는 전례 안에서 성체를 받아모심으로써 특별히 하나가 된다. 세례와 성체 성사를 통해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 것은 교회가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자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을 지니게 한다.
㉢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것은 교회의 성사적 본질을 표현해 준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식탁 공동체를 구성한다. 교회는 성체 성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성체 성사를 거행하는 곳에 그리스도는 완전히 존재한다.. H. Kūng은 그리스도의 자리에 교회를 놓는다. 곧 ‘성체 성사가 거행되는 곳에 교회가 완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LG 26항을 명심할 것(지역 교회의 목자들과 결합되는 상태에서 교회는 있게 된다).
㉣ 이 개념은 구세사의 종말론적 차원을 잘 나타내준다. 교회는 역동적인 순례자이다. 그래서 교회는 하느님의 은총을 현존시키고 그리스도의 몸을 계속 건설해 나가야 하는 과업이 주어져 있다. 교회는 성령의 권능하에서 그리스도의 자기 증여가 역사적으로 드러나는 세상구원의 성사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는 종말론적 완성에로 나아가는 순례하는 교회이다. 교회는 결코 영속하는 구원의 장소가 아니라, 또한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원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영속적인 순례의 공동체이다.
그리스도의 몸 개념의 4한계
ⓐ 교회 구성원 사이의 관계성 문제 – “모두 한 몸”이라면 죄인, 비가톨릭 그리스도인, 배교자와의 한 몸 안에서의 상호관계, 그 구별성, 차이성들을 명확히 드러내주지 못한다.
ⓑ 가시적, 비가시적 공동체의 문제 – 그리스도의 몸은 비가시적 측면이 강조되지만 이것만이 교회의 모습은 아니다. 교회는 분명 가시적인 공동체이기도 하다.
ⓒ 이스라엘과 교회와의 연결성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 구세사적 역동성과 공동체와의 관계 문제 – “역사 안에서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개념으로는 설명될 수 없고, 이것은 ‘하느님의 백성’ 개념으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결어
이제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교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이 두 개념 모두를 포괄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오랜 기간동안, 한쪽 면만(그 한쪽도 본래의 의미가 왜곡되어) 강조되어 왔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역사 안에서 오랫동안 잊혀져 왔던 양 개념의 명확한 조화를 시도했다(LG 1 :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 2: 교회는 하느님의 백성, 3: 교계제도, 4: 평신도)
이 양자의 통합은 교회가 영혼들 사이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과르디니의 말처럼 교회의 정체성, 자의식 이해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 두 개념을 통합해 낼 때 우리는 공의회의 정신에 충실할 수 있다. 이렇게 양자의 통합, 양면성의 통합인 “성사”라는 말로 표현된다(LG 8). “성사”라는 말은 비가시적 구원의 은총을 제시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완성됨으로 효과를 드러내는, 그리스도에 의해 설립된 가시적 표지라는 의미이다.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교회를 전체로 본다는 것은 교회가 오늘날의 다양성 안에, 현대 세계에 적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 세계로의 적응(Aggiornamento)이라는 구호 아래 대화와 자성 이라는 정신을 명심할 때 공의회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중심은 그리스도이시다. 교회가 첫 번째로 이야기해야 할 것, 또 교회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이지 교회 자신이 아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런 그리스도론적인 면을 교회 고찰의 진수로 삼았다. 그래서 LG 첫 구절을 “인류의 빛은 그리스도이시다”라는 웅장한 말로 시작한다.. 공의회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인류의 빛은 그리스도이시다라는 이 첫구절에서 시작해야 한다.
또 교회헌장의 마지막 8장이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에 대한 고찰로 끝맺고 있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나의 조직이나 기구, 제도나 사회적 실재가 아니라, 교회는 하나의 인격이다. 교회는 여성이며 어머니이고, 살아있는 존재다. 교회에 대한 마리아적 이해는 교회를 관료적으로 보는 것에 대한 거부이다. 교회는 처음부터 완성된 상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생성된 존재이고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이다. 특별히 마리아의 영혼 아래서 하느님께 대한 수락이 있었을 때 생성된 것이다. 교회가 영혼들 사이에서 깨어나고 있다! 이것이 공의회의 가장 심오한 소망이었다. 마리아가 우리에게 그 길을 보여준다(LG 8). 교회가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를 그녀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