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3 교회 직무의 본질에 대한 고찰
원래 신약성서는 직무담당자를 사제라 부르거나 직무를 직무라 칭하지 않았다. 직무를 뜻하는 희랍어 용어들 (άρχή, έξουσία, τιμή, τέλος)은 확실히 신약성서적 어감으로 교회의 직무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었다. 신약성서는 그 용어들을 교회영역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신약성서의 용어는 봉사(diakonia)라는 말이었다.
αρχη와 εξουσα는 유대교회당 또는 국가의 지도자나 권위를 의미하고 τιμη는 구약성서에서 대사제의 직무와 권위를 의미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교회내에는 본래 ‘직무’란 말은 없었다. 다만 봉사란 말만 있었다. 그리고 모든 직무는 다만 봉사의 영역안에 있었다. 우리는 신약성서에서의 직무를 다만 봉사로 이해할 수 있을 뿐 어떠한 경우에도 사제직의 종교적, 역사적 현상과 동일시 할 수가 없다. 신약성서적인 직무는 본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리스도로부터 연역된 것이 아닌 모든 것을 포기하는 데서부터만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교회직무 본래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스라엘에 있어서 예언자 시대에는 예배와 말씀에 대한 직무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 결합되어 있었다. 하지만 후기 유다이즘 시대로 오면서 이 두 직무가 서로 분리되게 된다. 성전 사제는 예배행위로, 랍비들은 말씀을 위한 직무를 전담하게 되었다.
신약성서는 이러한 직무의 분리를 알지 못한다. 사도직은 이 두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바오로는 사도직에 이 두 가지 직무가 포함되어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로마 15,16). 이 사실은 선교라는 봉사와 직결되고 있다. 희생 재물은 더 이상 구약 제사에서의 제물의 의미만이 아니라 주님의 죽음과 부활의 선포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전례는 복음 선포와 결합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전체의 인간이 희생 제물이 된다는 것, 전례에의 봉사는 신앙으로 이끄는 도정이며 정당한 말씀의 선포는 바로 삶의 희생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해서 후기 유다이즘의 성전 중심의 개념은 그리스도 중심으로 대치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자렛 예수가 대사제로서 스스로 십자가 위에서 결정적인 예배를 완성했다는 것이다.
유일한 사제는 예수뿐이다. 예수의 제자들은 다만 사도(αποστοι), 원로(πρεσβυτεροι), 감독(επισκοποι), 봉사자(διακονοι)일 뿐이다.
이러한 봉사 개념의 새로운 인식은 오직 파견된 자 라는 자각에서만 가능하다. 파견된 자의 존재는 다만 파견, 즉 다른 존재로부터 보내어진 존재, 그리고 다른 존재를 지향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리스도교 봉사는 오직 하느님의 부르심 즉, 말씀에로 불리어진 존재에 기인한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새로운 그리스도교 직무가 드러나게 되었는데 초기에는 사도와 봉사자라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이 그리스도 중심적 관점에서 그리스도교 직무 개념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신약 성서적 직무는 예수 그리스도의 파견과 이 파견에 그리스도께서 함께 해주신다는 사실에 그 본질적인 특성을 가진다. 여기서 우리는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 신약 성서의 봉사는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대한 응답에서 출발한다. 이 봉사 직무는 근본적으로 성령의 활동과 결합되어있다. 이 직무는 결코 단순한 제도나 직무 자체가 아니다. 이 직무는 두가지 즉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존재’, 그리고 ‘파견된 존재’라는 중심축을 가지고 있다. 파견된 사람의 첫 번째 임무는 바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다. 사실 구체적으로 이 봉사 직무는 성찬 안에서의 선포, 즉 성체성사에서 그 핵심이 드러난다. 성체성사는 함께 있는 공동체 앞에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선포한다. 봉사자는 이 성체성사의 주재자이다. 성체성사에서의 선포와 주관하는 일, 이 두가지는 봉사 직무의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교회의 시작에서부터 특정한 부르심이 있었다. 부르심을 받는 각자는 부르심에 따라 행한다. 아무도 스스로 사도가 될 수 없으며 오직 주님만이 사도로 부르신다.
‘직무’를 가리키는 통상적인 용어는 성서적 용어가 아니었다. 오히려 성서적인 용어는 ‘봉사’라는 말이었다. 이 봉사에 대한 성서적 핵심은 말씀에의 봉사로 귀결된다. 그 말씀은 성찬 안에서 핵심을 가진다. 이와 함께 직무는 일반 사제직에의 봉사가 된다. 교회 직무의 본질은 따라서 ‘말씀’과 ‘성사’ 이 두 가지에로의 봉사로 요약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