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제 2차 Vatican공의회의 연대성에 대한 고찰
제 2차 Vatican공의회의 주요한 테마의 하나가 바로 이 교회 구조의 연대적 구조를 분명하게 밝히는 일이었다. 제 1차 Vatican공의회의 교황에 관한 교의의 집중으로부터 제 2차 Vatican공의회에서 이 연대성(Kollegialität)은 중심 테마로 부각되었다.
교회헌장 19항이 주교 직무 서술의 출발점이다. 이항은 주교 직무의 근본 토대를 설명하고 있다.:“주 예수께서 … 사람들을 부르시고 열두 사람을 정하시어 … 파견하셨다.(마르 3,13-19; 마태 10,1-42)” 이 사도들을(루가 6,13) 단체의 형태, 즉 튼튼한 집단의 형태로 모으시고 그들 가운데서 선택하신 베드로를 으뜸으로 삼으셨다.(요한 21,15-17)“1) 골자는 이렇다. 예수께서 스스로 원하신 12사도들 직무의 원리는 연대적이다. 열둘 가운데 베드로는 다른 사도들의 으뜸이 되며 동시에 베드로 또한 이 사도단에 속한다.
교회헌장 20항은 직무의 계승을 서술하고 있다. “주께서 사도들의 으뜸인 베드로에게 특별히 맡기시어 그 후계자들에게 계승되게 하신 그 직무가 영속하듯이, 교회를 사목하는 사도들의 직무도 영속하며 주교들의 거룩한 직위로 말미암아 언제까지나 계속 행사되어야 한다.”2)
교회헌장 21항과 22항은 공의회 주교 직무의 연대성의 핵심이다.
21항은 먼저 주교 서품의 성사성(Sakramentalität)을 서술하고 있다. “주교 성성으로 신품 성사의 충만이 수여된다.”3) Trient공의회는 사제서품을 신품성사의 최상의 완결이라고 보았다.4) 이러한 차이는 서품에 대한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Trient공의회는 신품성사를 미사에 집중하여 사제나 주교가 근본적으로 동등한 권능을 가진다고 보았다. 이에 대해 제 2차 Vatican공의회는 신품성사를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는데 즉 전체로서의 직무를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주교가 사제보다 우위의 권능을 가진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주교 성성으로 성화의 임무와 함께 가르치는 임무와 다스리는 임무도 수여된다.”5) 이렇게 해서 서품과 재치권의 분리가 극복되었다. 신비체 회칙(1943)은 재치권은 교황에 의해 수여된다고 선언하였던 것이다.6) 그런 것이 아니라 주교 성성으로 서품과 재치권이 동시에 수여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21항은 연대성의 개념을 서술하고 있다. “이런 (주교의) 임무는 본질적으로 주교단의 으뜸과 그 구성원들간의 일치 안에서만 행사될 수 있는 것이다.”7) 이 내용은 다음의 22항의 내용과 연결되어 있다. “성사적 성성과 주교단의 으뜸 및 그 구성원들과의 교계적 일치로써 주교단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8)
이 두 항은 연대성의 두 원천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 성사적 성성(서품), 둘째 주교단 및 주교단의 으뜸과의 일치를 통하여 주교단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첫째, 주교서품은 결코 개개의 개인에게 수여되는 의미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전체의 주교단과 일치 안에서 결합되는 서품인 것이며 둘째, 이러한 성사적 토대를 근거로 주교단 구성원과 그 으뜸인 교황과의 일치를 통해 주교단의 일원으로 소속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교단은 교황이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성사적 소여이며 취소할 수 없는 교회 구조의 근본 토대를 이룬다. 그러나 다음은 구별된다. 서품으로 부여되는 성사적 권능은 근본적으로 성체성사를 지향하고 있고 여기에는 모든 주교들이 동등하다. 그러나 재치권은 교회 구조를 지향하고 있는바, 교황은 전체교회에 대한 재치권을 가지는 반면 개개의 주교는 다만 자신의 지역교회에 대한 재치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교부 시대의 본질은 단연코 일치(Communio)라는 말이었다. 무엇보다도 그것은 성체 안에서의 공동체, 그리고 위계적으로 구성된 일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일치는 본질적으로 수평적인 결합과 이 수평적인 연대 안에서 교황과의 일치를 불가피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교단을 이루는 주교들의 일치와 이러한 주교들이 이루는 교황과의 일치가 교회 일치의 근본이며 제 2차 Vatican공의회는 이 사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있다.
제 22항은 연대성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주께서 제정하신 대로 성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이 하나의 사도단을 구성하였듯이, 같은 이유로 베드로의 계승자인 교황과 사도들의 후계자인 주교들도 서로 맺어지는 것이다.”9)
베드로와 다른 사도들이 하나의 단체를 형성하듯이 교황과 다른 주교들도 하나의 단체를 이룬다. 베드로-사도들이라는 관계는 교황-주교들이라는 관계와 비교된다. 교황은 사도 베드로를 계승하고 전체교회를 위한 베드로의 봉사 직무를 이어받는다. 주교는 한 명의 사도를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주교단의 일원으로서 이를 통해 사도단을 계승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개의 주교는 전체교회에 대한 권한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주교단 안에서의 권한을 가지는 것이다. 즉, 다만 전체 주교단에 참여함으로써 직무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연대성의 두 가지 유형을 구별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전체교회와 단체 전체에 관계하는 연대성이다. 이것은 전체교회를 포괄하는 단체 안에서 모든 주교들이 일치하는 원리이다. 주교 직무는 바로 전체교회를 위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이러한 의미를 가지는 직무이다. 교회는 다만 한 사람의 교황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교들의 단체를 통해 이끌려지는 것이다. 이 단체는 전체교회를 감독하는 단체이다.
두 번째 유형은 지역교회에 관계하는 연대성이다.
지역교회는 단순히 전체교회의 한 부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한 교회이다. 아래로부터 연대성이라는 시각이 여기에서 연역된다. 사실은 연대성 문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즉, 지역교회들의 유기체 안에 전체교회의 일치가 보장된다는 것, 또 동시에 지역교회들의 다양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22항의 두 번째 부분은 전체교회를 위한 교황과 주교단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로마 교황은 그리스도의 대리자요 전 교회의 목자로서 교회에 대하여 직책상으로 완전한 최상의 전권을 가지며 언제나 자유로이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주교들은 교도권과 사목 행정권에 있어서 사도단을 계승하며 … 단장인 로마 교황과 더불어 세계 교회에 대하여 완전한 최고 권한의 주체인 것이다. 그러나 이 단장 없이는 이 권한의 주체가 결코 될 수 없으므로 로마 교황의 동의 없이는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10) 여기에는 연대성의 두 가지 한계성이 드러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교황과 함께 해야하는 주교단의 종속성, 또 한편으로는 주교단으로부터 교황의 독립성이 그것이다. 이 연대성의 한계성 문제는 제 2차 Vatican공의회 전체의 주요한 쟁점이었다. 교황과 주교단의 관계는 역사 안에서 늘 긴장과 대립 속에 법적 차원과 실천적인 차원으로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공의회 회기 중의 토론에서는 대체로 세 가지 주된 의견의 방향이 있었다.
첫째, 소수 의견(약 200명 주교들)으로서 이 의견은 연대성 사상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으로 연대성을 부정하는 주장.
둘째, 협의의 연대성으로 소수 의견보다는 약간 많은 의견으로서 이 의견의 주장은 이렇다. ‘교회 내에는 완전한 권능을 가지는 최상의 두 기관이 있는데 하나는 교황 단독이고 또 하나는 교황과 함께 하는 주교단이다. 따라서 교황은 완전한 전권을 가지며 언제나 자유롭게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필요할 때는 언제나 주교단의 자문과 공동 작업을 요청할 수 있다. 주교단은 교황과 함께서야 비로소 최상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
셋째, 다수 의견으로서 포괄적인 연대성을 주장하였다. ‘교회에서 최상의 권능은 항상 교황과 함께하는 주교단에 속해 있다. 법적으로는 교황은 유일하게 최상의 전권을 가진다. 그러나 교황은 주교단의 단장으로서 모든 문제에 대하여 윤리적인 의무를 가진다. 즉 모든 결정의 준비와 모든 결정에 직접, 간접적으로 반드시 주교단과 결합해야 한다.
교황 바오로 6세는 협의의 연대성을 선택했다 .소수 의견을 극복하길 원했고 협의의 연대성이 정당하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교황의 이러한 입장은 다수의 주교들을 실망시켰다. 그리하여 이에 대한 보충 설명으로 주석 지침(Nata Explicativa Praevia)이 주어지게 되었다. 포괄적 연대성을 주장했던 다수의 주교들은 그 주장을 관철할 길이 없음과 그 주장을 관철할 때가 아님을 알고 결국 교황 바오로 6세의 입장에 동의를 하게 된다.
사실 교회 헌장 1,2장은 포괄적으로 이해된 연대성의 시각에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3장은 협의로 이해된 연대성의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하여 교황은 ‘직책상으로 완전한 최상 전권을 가지며 언제나 자유로이 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LG22) 공의회 주석지침(Nata Explicativa Praevia)은 이를 보충하여 더욱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리스도의 양무리 전체를 돌보는 일이 교황에게 맡겨져 있으므로 시대와 더불어 변천하는 교회의 요청을 따라 어떤 사목 방법을 택할 것인가, 개인적 방법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단체적 방법을 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교황 판단에 속하는 문제이다. 교황은 단체적 사목수행을 조정하고 추진하며 인준할 때에는 자기 재량대로 한다. 교황은 교회의 최고 목자로서 그 임무 수행에 필요하면 언제나 자유로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11) 따라서 교회 헌장은 1.2장과 3장 사이에 연대성의 시각에 있어서 긴장을 가지고 있다 하겠다.
이 문제는 법적․실천적으로도 서로 얽혀 있는 문제다. 순수한 법적인 차원에서는 이렇게 말할 수 있고 또 매우 간명하다. 즉 교황은 단독으로 모든 문제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실천적 차원에서는 간명할 수가 없다. 윤리적 문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윤리적 문제는 바로 교회의 영적 본질에서 연역되는 필연성이다. 교황은 주교들의 의견과 전체교회의 목소리로부터 고립되어 있지 않고 또한 교황 스스로 그것들을 고립시키거나 배제할 수 없다. 이것이 교황의 내적 한계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윤리적․법적 차원의 내적 관련성을 함께 고찰함이 연대성 문제 이해에 필연적이다.
22항의 마지막 부분은 연대성의 구체적 실현에 주목하고 잇다. 두 가지가 논의된다. 공의회와 기타 주교단의 결정이 그것이다. “이 주교단이 교회 전체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최고의 권한은 공의회에서 장엄하게 행사된다. … 주교들이 교황과 함께 단체적 권한을 행사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주교단의 으뜸인 교황이 주교들을 단체적 행동에로 부르거나 혹은 적어도 흩어져 있는 주교들의 일치된 행동을 인준하든지 자유로이 받아들임으로써 참으로 단체적 행동이 되는 경우에 한한다.”12) 그러나 공의회는 교황이 공의회로 확인함으로써 공의회가 성립된다. 주교단의 으뜸을 제외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