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의 성서적 고찰-하늘 나라를 위한 독신



2. 사도 성 바울로의 가르침(Ⅰ고린 7, 1-38)




Ⅰ고린토 7장은 서간 중에서 독신 생활의 의미에 관해 언급하는 유일한 장이다. 혼인과 독신에 관한 시비 때문에 문제가 되었던 고린토 교회에 대하여 사도 바울로가 이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그의 독신 생활에 대한 가르침을 알아보고자 한다.


Ⅰ고린토 7장에서는 17-24절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결혼에 관한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다. 먼저 사도 바울로는 1-7절에서 “결혼 또는 독신에 관한 기본적인 태도 표명”을 하고 난 후 그 이하에서는 여러 그룹과 상황에 관하여 언급한다 : 8-9절에서는 “독신자와 과부들에게”, 10-11절에서는 “그리스도 신앙인 사이의 이혼 또는 재혼에 관하여”, 12-16절에서는 “그리스도 신앙인이 아닌 사람과 결혼한 그리스도 신앙인의 이혼에 관하여”, 25-28절에서는 “동정녀(자)들이 결혼하는 것에 관하여”, 29-32a절에서는 “임박한 종말을 근거로하여 결혼에 관한 근본적인 자세에 관하여”, 32b-35절에서는 “독신 생활의 장점(독신 생활을 선호하는 이유)에 관하여”, 36-38절에서는 “약혼자들을 위한 조언”, 39-40절에서는 “재혼에 관하여” 말씀하고 계신다.1) 우리는 여기에서 고린토 전서 7, 7-8절과 32-35절을 중심으로 사도 바울로의 독신관을 알아보고자 한다.




내 마음 같아서는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각자는 하느님께 제나름의 은사를 받았습니다. 이런 사람은 이런 대로, 저런 사람은 저런 대로 말입니다. 그래서 독신자들과 과부들에게 나는 말합니다. 그들이 계속 나처럼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7, 7-8)




이처럼 사도 바울로는 결혼과 독신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한 다음 모든 사람들이 자신처럼 독신으로 살기를 바라고 있다. 사도 바울로는 ‘나 자신처럼 있기를’ 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서 “나처럼 독신으로 지낼 수 있으면”이라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동정자는 동정 상태로 있는 것이 좋다고 하며, 동정 상태에 불렸으면 하늘 나라를 기다리는 그 태세로 있는 것이 좋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세상의 삶은 “때가 얼마 남지 아니한”2) 시한부일 뿐이니 지금부터 이 생이 끝날 것같이 살아야 하므로 있어도 없는 듯 초월하여 살 것을 당부하신다.


사도 바울로는 29-31절에서 “곧 지나가 버릴 세상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태도(자세)”에 대하여 다루고 난 뒤 그 다음 단락인 32-35절에서는 이런 자세를 7장에서의 공통 주제인 결혼 문제와 관련시키며 “독신 생활”(또는 “혼자 사는 생활”)을 권장하시고, 아울러 독신 생활이 결혼 생활보다 종말론적 관점에서 왜 우위인가를 설명하신다.3)




나는 여러분이 아무 걱정없이 지내기를 바랍니다. 결혼을 안 하는 남자는 어떻게 하면 주님의 마음에 들까 하고 주님의 일을 걱정합니다. 그러나 결혼한 남자는 어떵게 하면 아내의 마음에 들까 하고 세상 일을 걱정합니다. 그는 갈라져 있습니다. 또 결혼을 안하는 여자와 동정녀는 영(靈)으로나 거룩해지기 위하여 주님의 일을 걱정합니다. 그러나 결혼한 여자는 어떻게 하면 남편의 마음에 들까 하고 세상 일을 걱정합니다. 나는 여러분 자신의 유익을 위하여 이런 말을 합니다. 여러분에게 올가미를 뒤집어 씌우려는 것이 아니라 품위 있게 살며 딴 생각 없이 주님만을 섬기게 하려는 것입니다.(7, 32-35)




여기에서 사도 바울로는 독신 생활을 선택하는 자는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하여” 선택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하여”라는 표현은 그리스도의 관점과 동일시하는 것이며 그분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승이신 그분의 뜻 외의 다른 어떤 것도 마음속에 두지 않으며, 혹시 그런 것이 있다면 포기하는 삶의 자세를 말한다.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린다는 것은 주님의 비위를 맞춘다는 것이 아니라 그분께 전적으로 헌신하며 투신한다는 뜻이다. 이 헌신과 투신은 주님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온전히 바치는 전인적인 결단이다. 처녀들을 위해서는 34절에서 유비적으로 적절히 표현되어 있다. “결혼을 안 하는 여자와 동정녀는 육으로나 영으로나 거룩해지기 위하여 주님의 일을 걱정합니다. 그러나 결혼한 여자는 어떻게 하면 남편의 마음에 들까 하고 세상 일을 걱정합니다.” 사도 바울로의 가르침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거룩하게 되는 데 있다. 그러나 사도 바울로는 엄격하게 윤리적인 거룩함을 말하지는 않는다. 육체와 정신(영)으로 거룩해지기 위하여(hina he hagia kai two swmati kai two pneumati), 즉 육체와 영혼의 순결이란 표현이 원문에 가깝거나 보다 일치된 의미로 보여진다. 축성된 동정녀들은 그리스도를 맞이하기 위하여 준비된 교회의 혼인적 순결을 구체화시킨다(참조 : 2고린 11, 1). 그러나 이 순결은 봉헌의 순결이다. 동정녀의 순결은 몸치장이 완전히 끝난 자신을 신랑에게 온전히 바친다는 것에 있다. 32절과 33절의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하여’라는 표현은 한 존재가 자신을 타존재에게 헌신한다, 봉헌한다, 바친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 표현은 구체적으로 동정의 순결 안에서 자신을 포기한다는 의미이며 이는 주님께 온전히 자기를 봉헌한다는 의미와 같은 것이다.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린다”와 육체와 영혼의 순결로써 온전히 맡긴다는 표현은 주님의 일을 걱정한다는 사도 성 바울로의 정신을 보여 주는 것이며 또한 그 정신을 따라가는 그리스도인들을 격려하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이 표현으로써 자신을 철저히 포기하고 그리스도를 추종하여 그리스도께 온전히 봉헌된 사도 성 바울로의 정신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제의 독신 서약도 이와 같은 것이다.4)


고린토 전서 7장에서 분명해진 것은 하느님을 우선적으로 택하여 스스로 정결을 택한 자는 그의 짝이신 주님의 마음에 들려는 일편단심으로 그분의 일에 몸 바쳐 사는 자(Ⅰ고린 7, 32-35 참조)라는 점이다. 더욱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축성된 정결을 사는 이는 종말론적 존재인 동시에 교회적 존재라는 것, 육체적 동정보다 마음의 순결, 깨끗한 사랑을 마음에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하느님 나라를 위한 독신은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은사(Charisma)라는 점이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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