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의 신원과 영성-영성과 생활

 

4. 3. 영성과 생활


세속 안에서 살아가는 평신도는 무엇보다도 ‘지금 여기서’라는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세속이란 다름 아닌 지금 이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정, 직장(공동체), 교회가 평신도들이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자리이다.


  가정은 그 어떤 것에 앞서서 평신도에게 중요한 자리다. 가정이야말로 모든 평신도들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자리이며 첫째로 살아가야 할 장소이다. 모든 사회생활이 시초인 가정생활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류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 있다는 사도적 권고 「가정공동체」 86항의 표현은 결코 지나치지 않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만드실 때에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시었다’(창세 1,27). 가정생활은 인격적 친교의 시초를 이루고 있고 인간이 태어나고 자라는 자리다. 평신도들에게 가정은 가장 먼저 성화시켜야 할 자리임과 동시에 인간의 이기심에서 빚어지는 낙태와 배금주의적 사고, 도덕적인 타락, 쾌락주의, 소비적인 삶에서 보호해야 할 삶의 자리이다. 가정은 사회로 나가는 출발점이 되기에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배려해야 할 것이다. 결국 봉사활동이나 선행을 하기 위해 자신의 가정에 무관심한다는 것은 이해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직장은 직장을 가진 평신도들에게 있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로서 점차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많은 사회적 활동이 직장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그러므로 평신도들은 직장 안에서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러 오신”(마르 10,45) 예수 그리스도의 왕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하느님의 질서와 정면으로 대치되는 현세의 질서를 가장 절실하게 체험하게 되는 이 삶의 자리에서 평신도들의 행동은 과연 어떠한가? 교회는 전통적으로 이웃사랑을 매우 중요시 해 왔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직장에서의 삶은 사회적 생활을 대변하는 중요한 잣대로서 평신도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사랑이 실천되어야 할 장소이다. 평신도들은 섬기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극히 단순하고도 뛰어난 방법으로 자신의 사명을 생활화해야 한다.


  교회 생활은 하느님 백성이 모인 장소라는 점에서 다분히 형식적이고 습관적인 태도를 벗어버릴 수 있는 자리가 된다. 평신도는 사회생활과 동떨어진 교회생활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세상 안에서 살아가면서 이루어 내지 못하는 것은 보상하려는 듯이 열심히 봉사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닐 뿐더러 세상 안에서 지은 잘못들에 대해 용서를 청하는 곳만으로 인식해서는 안된다. 평신도들은 교회 안에서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니라 위안을 받아야 한다. 하느님의 나라를 앞당겨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교회 안에서 위안을 받고 격려 받을 때 참으로 유기적인 공동체로 성장될 것이고, 서로 다른 모습으로 평신도 사도직에 참여하고 있는 형제자매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평신도들이 세속 안으로 뛰어들어 세속을 성화시킬 수 있는 중심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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