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를린’ 속 해외계좌 추적, 실제론···
머니투데이 원문 기사전송 2013-02-10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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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세관기자]
[사설 업체 ‘인텔컴’ 통해 탈세 정보 수집···우리나라는 특수활동비 규모 작아 ‘아직’]
최근 흥행가도를 달리며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베를린’, 한창 상영 중인 영화의 줄거리를 자세히 얘기할 순 없지만 이 영화에는 김정일 사후 그의 비밀계좌를 추적하는 우리 정부 국정원 요원들과 이 계좌에 대한 관리를 담당하는 북한 측 인물들이 등장한다.
한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가 보유했던 비밀계좌라는 점에서 영화에서는 우리나라의 국정원과 미국의 CIA, 이스라엘 모사드 등 각 국 정보부 요원들이 등장해 총격전을 마다않고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그렇다면 해외에 거액의 비자금을 빼돌린 전직 독재자, 혹은 해외에 은닉 재산을 보유하고 오리발을 내미는 재산가 등의 정보를 각 국 정부는 어떻게 수집해 나가고 있을까.
실제로는 비밀 계좌를 추적하는데 정보와 재산을 담당하는 정보부서와 국세청 등이 직접 나서서 일을 처리하는 일은 흔치 않다고 한다.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국 법을 어기는 불법적 활동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일명 ‘인텔컴’이다. ‘인텔리전스 컴퍼니(intelligence company)’의 약자로 기밀과 정보를 다루는 회사로 해석할 수 있다.
인텔컴은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만 비밀계좌 등의 정보가 필요한 정부, 혹은 해외 파트너의 신용을 파악하기 위한 다국적 기업들이 암암리에 이들을 고용하고 있다.
주로 전직 경찰, 검찰, 금융전문가, 전직 탐사보도 전문기자 뿐만 아니라 다수의 변호사들까지 고용한 양성화된 국제적 인텔컴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활성화 돼 있다.
필리핀 정부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정축재 자금 100억 달러(추정) 중 약 40억 달러를 환수하는 과정에서 인텔컴을 활용했던 예는 각국 정부 관리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일화다.
필리핀 정부는 인텔컴을 통해 스위스 은행계좌에 숨겨진 마르코스의 비자금과 뉴욕 부동산, 보석류 등을 환수해 내는 성과를 올렸다.
인텔컴이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다양하다. 특히, 탈세 추적에 있어서는 비밀계좌가 있는 은행의 직원을 매수하거나 해킹을 통해 정보를 얻는 등 음성적인 방법을 쓰기도 하며 변호사를 통해 정보공개 공문을 보내고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을 경우 다각도의 언론 플레이를 통해 결국 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양성적인 방법도 병행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텔컴의 작업은 상당히 광범위 하다. 만약 탈세 정보를 입수했다면 그것을 회수하는 법적 대응영역까지 인텔컴과 함께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자기들이 표방하는 업무(기밀, 정보)만 하는 회사가 있고 다소 공격적인 정보활동을 하는 소규모 인텔컴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활동들은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는데 정확하게 공개는 되지 않는다”며 “인텔컴 자신들은 합법적으로 결과물을 제공한다고 표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인텔컴에 의뢰를 하기 위해서는 수십억 원의 경비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돈은 영수증처리가 필요치 않은 ‘특수활동비’를 써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세청의 올해 특수활동비는 겨우 45억 원. 수치상으로는 한 두 건 정도 의뢰할 수 있는 금액이라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대신 우리나라는 ‘PI(private investigator)’로 알려진 사립탐정들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수 억 원의 특수활동비로 1000억 원대의 소득을 홍콩으로 빼돌린 자산가를 찾아내 2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한 사례도 있다.
당연히 영수증 거래는 없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인 역외탈세 조사를 시작했고 특수활동비도 최근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아직은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 해외의 사립탐정들에게 국민의 세금을 맡기는 것이 미덥지 못한 국세청 역외탈세 요원들은 정보 수집 과정을 세세히 따져 묻기도 했고, 정보 수집 과정 공개를 꺼린 일부 사립 탐정들이 자리를 박차고 접선 장소를 떠나버린 예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텔컴 등을 고용해 큰 사건을 해결한 사례는 아직 없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인데 막무가내로 할 수는 없다”며 “다만, 전 세계가 정보 전쟁 환경으로 들어섰다보니 활용의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