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루지 그 이후
< 지은이 : 우종찬(안또니오) >
때
성탄절 3일전
곳
스쿠루지가 사는 동네
나오는 이들
스쿠루지(성실한 영감, 61세), 모루지(지독한 구두쇠, 45세), 소년거지(성당 앞에서 구걸), 거지, 거리의 행인들.
막이 열리면
< 제 1 막 >
– 제 1 장 –
무대배경
막을 열면 다 쓰러져 가는 양로원이 나온다. 양로원의 노인들은 마당에 힘없이 지팡이를 짚고 앉아있고 바로 옆 거리에는 차들과 많은 시민들이 바쁜 걸음으로 손에는 선물을 들고 분주히 다니고 있다. 마당에서 노인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난 뒤 스쿠루지는 원장을 만나 기부금을 전하고 돌아온다.
(이 때 막 뒤의 행설자 해설이 시작된다.)
지난 해 성탄을 앞두고 끔찍한 꿈을 꾼 후로 착한 사람이 된 스쿠루지는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선한 일을 하면서 1년을 살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그를 따랐다. 한편 마을에 모루지라 불리우는 지독한 구두쇠가 또 생겨났다. 사람들은 그를 싫어했고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털끝만큼의 인정도 없는 사람이었다. 스쿠루지는 모루지 집을 찾아 나서는데…
(해설자 해설이 끝나자 막이 오른다.)
막이 오르면
이 때 스쿠루지는 중절모 차림의 지팡이를 가볍게 들고 모루지 집 문을 연다.
스쿠루지 (명랑한 목소리로) 잘 있었나? 모루지.
모 루 지 (안경너머로 흘겨보고는 아무 말없이 책상 위에 있는 돈을 센다.)
스쿠루지 이보게 모루지. 난 자네만 보면 1년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네. 그 땐 나도 자네처럼 돈에 미친 사람이었지. (머리를 긁으며)
모 루 지 아니, 뭐라고요? 영감님, 무슨 소리하세요. 영감님이 작년에 나처럼 살았던 모양인데 무슨 일로 변했는지 몰라도 아주 못되게 변했네요. 이 세상은 돈이면 다 해결되니까 저처럼 돈을 모으세요.
스쿠루지 글쎄, 이보게. (모루지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난 더 이상 재물에 관심이 없다네. 돈보다 우리 양심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자네가 빨리 그것을 깨달았으면 좋으련만.
모 루 지 (어깨를 싹 빼며) 아! 글쎄, 신경쓰지 마세요.
애써 모은 돈을 영감님처럼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내다 버리진 않을 테니까요.
스쿠루지 (혀를 내두르며) 이런 불쌍한 사람! 쯧쯧…
스쿠루지 퇴장
– 제 2 장 –
모루지는 스쿠루지가 가지만 거들떠 보지 않는다.
자정이 다 되도록 돈을 세고 있는데 갑자기 불이 꺼지고 바람이 불면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모 루 지 (부들부들 떨며 돈을 와락 안으며) 누구야?
5초간 조용하다.
소 리 모루지~
모 루 지 누구시오?
소 리 가엾은 모루지, 넌 오늘부터 네가 가진 돈 만큼의 무게를 몸에 지고 다닐 것이다.
모 루 지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소 리 너는 네 돈을 가치있게 사용할 때만 비로소 무게가 줄어들 것이다.
모 루 지 아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요? …. 으으(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기절해 버린다.)
< 제 2 막 >
– 제 1 장 –
모루지는 침대 위에 누워있고 바깥 창문은 반쯤 열려있다.
돈은 책상 위에서 뒹굴고 바람이 불어 커튼이 날리고 있다.
(해설자 해설과 동시에 막이 열린다.)
모 루 지 (눈을 뜨며 일어나려 한다.) 어어….(눈을 뜨자 마자 돈부터 확인하려 한다.)
몸이 천근만근 왜 이렇지?(곰곰이 생각한다.)
아! 어제 말했던 그 일이 내게… 안돼, 안돼…..
(침대에서 겨우 일어나 자기 돈을 짊어지고 거리로 나간다.)
모 루 지 (눈물을 글썽이며 외친다.)자! 돈이 왔어요. 아주머니 필요한 만큼 쓰 세요. 얘야 너도 가져라.(돈을 줄 때 아까운 듯이 손을 부르르 떤다.)
모 루 지 (소리내어 흐느끼며 눈물을 닦아낸다.) 내가 벌을 받았군. 다 스쿠루지 영감 때문이야.(다시 생각한다.)
모 루 지 아니야! 어제 스쿠루지 영감 말만 들었어도 이런 일은 없을텐데…
돈을 다 썼는데도 무게는 하나도 안 줄어드니 이제 난 엉망으로
살게 될거야!
– 제 2 장 –
스쿠루지가 모루지를 부축해서 성당으로 데려온다.
스쿠루지 (두 손을 잡으며) 자, 이제 자네가 용서 청할 때가 왔네.
모 루 지 돈을 다 썼는데도 무게가 안 줄어드니 하느님은 저를 용서하시지 않을 모양입니다.(힘없이 고개를 돌리면서)
스쿠루지 그럴 리가 있나?
자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잘 생각해 보게. 틀림없이 무게를 줄이는 방법이 있을 걸세..
모 루 지 (놀라며) 정말 그렇게 될까요? 이제 제가 가진 돈은 은전 한 닢밖에 없어요. 그래도 무게가 줄 생각을 안하니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네요.
< 제 3 막 >
무대배경
거지가 된 모루지는 성당 입구에서 구걸을 하고, 성당 안에 아무도 없을 때는 기도를 한다. 성탄 전날 모루지가 구걸하는 옆자리에 남루한 옷차림의 소년이 엎드린다. 소년이 모루지를 보자 은전을 곱게 깡통에 넣으며 말을 건넨다.
소 년 (손을 내밀며) 받으세요. 저도 어려운 처지이지만 아저씬 저보다 더 어려운 것 같네요.
모 루 지 (놀라며) 그게 무슨 말이냐? 나는 너보다 어른이야.
소 년 그건 그렇지만 몸이 불편하신 것 같으니(뛰는 흉내를 내며) 뛰고 달릴 수 있는 나보다 불쌍하지요.
모 루 지 나보다 더 어려운….?
소 년 (환하게 웃으며) 내일은 성탄이에요. 아저씨 성탄 축하해요.
메리 크리스마스.(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해 설 모루지는 소년에게 받은 은전을 성당 앞 불쌍한 거지에게 주고, 자신이 가진 은전은 아기 예수님께 봉헌했어요. 성당을 나오는 순간 그토록 무겁게 느껴지던 몸이 나를 듯이 가벼워졌습니다. 모루지가 그 동안 사람들에게 돈을 준 것은 고통스런 무게를 줄이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으므로 여전히 몸을 짓누르는 무게가 남아 있었다는 것을 소년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은전 한 닢을 든 소년의 모습일 수도, 스쿠루지 아저씨의 양심 어린 충고일 수도, 눈 멀고 다리를 저는 거지의 모습으로도 오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모루지는 재물에 눈이 어두워 그분을 알아 뵙지 못한 자신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가뿐해진 몸과 마음으로 새 삶을 시작했답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