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중국 ‘동북공정’ 프로젝트
중국 동북공정 사무처가 5일 개편된 홈페이지를 통해 이 사업에 중국 국가예산 총책인 국무원 재정부 부장(장관)과 중앙 및 지방 당·정 간부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는 사실을 밝힌 것은 이 사업이 국가예산 지원하에 당정 간부들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국책사업임을 천명한 것이다.
2002년 2월28일 동북공정 전문가위원회 첫 회의 때 통과된 뒤 지난 6월4일 공포된 ‘동북공정 과제 관리방법’이라는 내규에 따르면 ‘영도소조’는 “공정의 지도기관”으로서 △‘공정’의 각 항 공작을 직접 전면적으로 지도하고 △전문가위원회의 공작 보고를 청취하며 △중대 사안을 책임지고 협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각 ‘과제’의 진행은 전문가위원회에서 맡지만 공정의 전체 방향을 ‘지도’하는 일은 국가기관과 중국공산당의 고위 간부들이 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 내규는 ‘과제선정 공작’의 원칙으로 △동북 변경지역 사회의 안정과 발전에 이론적·실제적 의의가 있는 것 △비교적 학술가치가 높고 ‘변경학’의 학문 건설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 △당정기관의 정책결정에 이론적 바탕과 과학적 논증을 제공하기 위한 것 △민족문화를 일으키고 민족정신의 고취와 변경 통일의 옹호에 이로운 것 등을 꼽고 있다. 국가 영토 정책에 필요한 논리와 이론을 제공하는 것이 동북공정의 주된 목표임을 알 수 있다.
과제·방향제시…학술연구와 ‘거리’
한-중 마찰시점에 자료공개 의문
이 내규는 또 “사무처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는 어떤 사람도 과제를 변경시킬 수 없다”(44조)고 규정하고 있어 이 ‘공정’이 자유로운 학술연구와는 거리가 먼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내규는 △과제 담당자의 변경 △과제 명칭의 변경 △최종 성과 형식의 변경 △예산의 변경 △최종 성과의 완성기한 연장 △연구내용에 대한 비교적 대폭 조정 △과제 관리기관 변경 △신청 철회 등의 경우 모두 사무처의 동의를 얻어야 변경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은 동북공정 사무처의 ‘영도소조’와 전문가위원회가 먼저 과제와 방향성을 제시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내용만 연구할 수 있으며 학자의 자율적인 변경은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내규 45조는 △연구성과 혹은 연구과정 가운데 ‘엄중한 정치문제’가 있는 과제 △과제 선정 때의 계획과 크게 부합하지 않는 과제 △이 규정을 엄중하게 어긴 과제 △전문가위원회의 심사에 불합격한 과제 등에 대해서는 사무처가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와 공산당의 방침과 어긋나는 ‘정치성이 의심스런’ 연구는 배제된다는 뜻이다. 또 이 내규의 12조는 “소수 실효성이 비교적 강한 과제와 공개하기에 마땅하지 않은 과제는 전문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위탁연구의 방식으로 단독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작업은 학술연구라기보다는 국가정책 합리화를 위한 선전선동 공작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동북공정 사무처가 왜 한·중 사이 고구려사 왜곡을 둘러싼 마찰이 표면화한 지금 시점에서 관련 자료들을 공개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인다. 어차피 역사 해석을 뒤집으려는 게 동북공정의 목표이므로, 앞으로는 단군조선에서 발해에 이르기까지 중국 국가주의자들의 역사관을 공개적이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한·중 사이의 역사논쟁은 앞으로 더 큰 파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