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제 18주일;재산분배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재산분배와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와서 자기 형에게 재산을 나눠 주라고 말씀해 주시기를 청했습니다. 아마도 이 형제는 서로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율법 교사들은 그런 청을 들을 때 우쭐해졌습니다. 자신의 권위를 인정해 주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십니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통해서 재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 주십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무엇에 집착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2.1 유산 분배를 조정해 달라고 청하는 사람

군중 가운데에서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청하였습니다.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루카12,13) 당시 유다인들의 상속법은 모세법에 근거하고 있었습니다. 이 법은 농업 사회에 기초하고 있었고 맏아들은 토지와 동산의 삼분의 이를 유산으로 차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신명21,17). 아마도 이 사람은 욕심 부리는 형 때문에 부모의 유산을 받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율법교사들은 모세의 상속법에 따라서 이러한 사람들의 재산조정을 의뢰받는 것을 대단히 기뻐하였습니다. 예수님께 유산분배를 조정해 달라고 청하는 이 사람은 예수님을 율법교사로 보았고, 예수님께서 자기 형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에게 유산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 주실 것을 기대하였습니다.

 

2.2. 유산분배의 중재에 관심 없으신 예수님

율법학자들은 이런 청을 기쁘게 받아들였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런 일에 관심이 없으십니다. 그래서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루카12,14)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이런 것들은 세상의 재판관들이 하면 되는 문제들입니다. 예수님의 사명은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일”입니다. 그 일을 하러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언제나 당신의 사명을 기억하고 계셨고, 그 사명을 수행하시기 위해 밤을 새워 가시며 기도하셨습니다.

 

그런데 기도하지 않으면 이러한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명예롭게 생각하는 것들, 편한 것들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2.3.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루카12,15).

예수님께서는 “어떤 이가 부모의 유산을 나눠 받기를 원하는 상황”을 통해서 당신 백성에게 탐욕을 경계하라고 가르치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12,15)

탐욕은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탐욕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탐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주의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대표적인 탐욕은 재물에 대한 탐욕인데, 재물에 대한 탐욕은 영원한 생명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사람의 생명의 그의 재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주님께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앙인이라고 해서 재물에 대한 탐욕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주님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는 세속적인 재물과 세상 걱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모습을 깨닫고, 모든 탐욕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으면 영원한 생명에서는 점점 더 멀어질 수 있습니다.

 

탐욕은 어떻게든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내 것을 내어 놓을 자리에는 가려 하지 않고, 내 것을 내어 놓아야 할 경우에는 남들의 눈치를 봅니다. 지갑에는 많은 돈이 있지만 천 원짜리를 꺼내서 봉헌하는 것도 탐욕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주님을 바라보지 않고 재물을 바라보기에 내 것을 내어놓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 형제가 있었습니다. 그는 늘 돈이 없다고 투덜거렸습니다. 자녀들에게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죽는 소리를 하였습니다. 그래서 공동체가 어디를 가려해도 그는 가지 않았고, 집에서 일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집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참 많은 돈을 훔쳐갔습니다. 써보지도 못하고 장롱 깊숙한 곳에 쌓아 놓기만 했다가 모두 도둑맞은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놀리며 말했습니다. “어차피 돈도 없는 사람인데, 도둑이 집을 잘못 골랐어.”“……,”

 

2.4. 어리석은 부자 이야기(루카12,16-21)

예수님께서는 재물에 대한 탐욕이 결코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 어리석은 부자 이야기를 해 주십니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영원한 생명에 대해서는 관심 없고, 오로지 풍요로운 현세의 삶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부유한 사람은 자신의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습니다.

 

① 행복한 고민

부자는 많은 수확을 보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그 고민은 행복한 고민입니다.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루카12,17)

모아 두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어디에 모아 둘 것인가도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라고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일용할 양식은 어마어마하게 쌓아 놓고 호의호식(好衣好食)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하루를 살아가기에 필요한 것들입니다. 그리고 내 것 만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형제자매들의 일용할 양식도 청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부자의 고민은 다양해야 합니다. “이렇게 많이 생겼으니 친척들도 좀 도와주어야겠다. 이웃집의 가난한 이들, 내 일을 해 주는 사람들에게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행복한 고민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복한 고민을 한 후에는 행복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렇게 행복한 선택을 통해서 나는 영원한 생명에 한발자국씩 나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재산을 보존하는데 만 관심이 있지 영원한 생명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결국 행복한 고민을 했지만 불행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신앙인이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 것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그것을 활용하느냐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통해서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내 구원을 위해서 힘 쓰냐?”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부자의 고민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② 불행한 선택

부자의 행복한 고민은 불행한 선택으로 결론이 납니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루카12,18) 이 부자는 더 큰 곳간을 지어 자신의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그것을 가지고 활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것을 움켜쥘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것을 활용할까?”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것을 통해서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내 구원을 위해서 힘 쓰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부자의 선택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런데 나 또한 이런 불행한 선택을 자주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신앙생활을 사회생활의 연장선에서 바라보고 살아갑니다. 몸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지만 마음은 움직이지 않고, 성당에는 있지만 기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회만 되면 성당 보다는 사회생활에 더 많은 신경을 씁니다. 이러한 삶은 결코 영원한 생명을 보장해 주지 못함을 알아야 합니다.

 

필요 이상의 재산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킵니다. 복권에 당첨이 된 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통계도 바로 이것을 뒷받침 해 줍니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게 만들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게 만듭니다. 결국 멸망으로 향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하느님 나라의 창고를 이용해야 합니다. 하늘에 보화를 쌓아야 합니다.

 

③ 착각

부자는 자기가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뻐하며 자기 자신에게 말합니다.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루카12,19) 이제 그는 놀면서 먹고 마시는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것이 즐거운 삶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영혼은 내가 쌓아둔 재물을 먹고 마시지 않습니다. 영혼의 음식은 기도입니다.

 

④ 멸망

인간은 숨 한번 끊어지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재물과는 작별을 하게 됩니다. 재물로 생명을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루카12,20)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아무리 많은 재산도 죽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죽어서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집착합니다. 그러나 신앙인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가지고 갈 수 없는 재물에 집착하지 말고, 하늘에 보화를 쌓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형제자매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늘에 보화를 쌓는 방법이고, 이것이 죽어서도 가지고 갈 수 있는 재물들입니다.

 

죽을 때 억울한 것이 없어야 합니다. “좀 쓰면서 살 것을…, 좀 나눠 주면서 살 것을…,”라고 후회하는 삶은 살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선택해야 합니다. “죽어서 가지고 가지도 못하는 재산에 집착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가지고 갈 수 있는 재산에 집착하시겠습니까?”

 

⑤ 하느님 앞에서 부유하지 못한 사람

자신의 물질적인 재산에만 집착을 하다보면 하느님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보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 재산이 자신을 지켜줄 것만 같고, 그 재산만 있으면 천년만년 살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재물을 모으게 됩니다. 돈이 있는 이들은 잘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렇게 안 써서 돈을 모으는거야!”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쓸 곳에 쓰지도 못하고 움켜쥐고만 있다면 그 재물이 무슨 소용일까요? 그렇게 재물은 탐욕스러운 사람을 자신의 노예로 만들어 버립니다. 재물의 노예가 되면 하느님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 부자가 바로 재물의 노예였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런 사람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루카12,21)

 

나는 재물의 주인이 아니라 관리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재물을 나에게 맡겨 주셨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은 그 재물을 잘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재물을 불리는 것 보다는 그 재물을 가지고 하느님 백성을 돌보는 것을 원하십니다. 내가 가진 재물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과 섬김의 작은 도구가 될 때만이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집에 금송아지 있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쓰지 않으면 재물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영원한 생명을 위해 하느님 나라에 보화를 쌓지 못하는 재물이라면 더더욱 쓸모 없는 것입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게 되어 있습니다. 오래 지속될 것만 같은 푸르름도 시들고, 아름다움도 지게 될 때가 옵니다. 그런데 그때 후회할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만 우리 하느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 있으리라.”(이사야서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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