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대축일-박해를 각오하여라.

박해를 각오하여라.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면서 박해를 각오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더 나아가 형제가 형제를 넘겨 죽게 하고 아버지가 자식을 그렇게 하며, 자식들도 부모를 거슬러 일어나 죽게 할 것이다.”(마태10,21)임을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말씀은 우리는 교회의 역사 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 천주교 신자인 자녀를 내치는 경우도 있었고, 신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배교하고서 다른 신자들을 밀고하는 배교자들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참고 순교의 월계관을 받으신 분들은 구원을 받으셨고, 그분들의 신앙은 우리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1785년 명례방 김범우의 집에서 종교집회를 갖던 중 관헌들에게 적발되어 소위 을사추조적발사건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이승훈 베드로도 형조에 끌려갔었습니다. 이것을 알게 된 이승훈 베드로의 아버지 이동욱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습니다. “이 불효막심한 놈아! 네놈이 어째 형조에 끌려갔었더냐? 이 아비의 얼굴에 똥칠을 해도 유분수지. 네가 천주학쟁이가 되겠다면 차라리 우리 가족들을 다 죽이고 천주학쟁이가 되거라. 어차피 네가 천주학쟁이가 되어서 삼족이 멸문지화를 당하는 거나, 네가 우리를 죽이는 거나 무엇이 다르겠느냐?”

 

아버님! 천주교는 결코 사학이 아닙니다. 사람들을 현혹시켜서 나쁜 길로 빠지게 하는 것도 아니며, 세상의 정도(正道)를 거스르는 것도 아니옵니다. 제가 믿는 천주교는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을 믿는 종교이옵니다.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믿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옵니까?”

 

네 이놈! 네놈이 창조주를 믿어서 부모와 일가친척이 몰살을 당해도 좋다는 말이냐? 천주학쟁이들은 애미아비도 몰라본다고 하는데 네가 나라에서 금하는 천주학을 해서 애미아비가 죽음을 당한다면 그것이 곧 그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너로 인해 이 애비가 벼슬을 잃는다면 그것이 이 아비를 위하는 일이겠느냐? 네 어미가 종으로 끌려가는 것이 네 어미를 위한 행동이겠느냐? 너를 낳아서 길러준 은공은 보답하지 못할망정 적어도 해는 끼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니냐? 이놈아! 어떻게 하겠느냐?”

 

아버님! 그것은 조정에서 천주교를 금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지어낸 모략입니다. 어찌 자식 된 도리로서 부모를 몰라라 해서야 되겠습니까? 천주교의 계명에도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이 있사옵니다. 또한 임금을 몰라본다는 것이 말이나 되겠사옵니까? 다만 세상 모든 만물은 천주님으로부터 비롯되었기에 우선적으로 천주님을 받아 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천주님을 믿는 사람들이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동등하게 대하고자 하는 것은 천주님 앞에서는 모든 이가 평등하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이런 신분체제를 유지하고, 그들의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서 천주교를 박해하는 것이 아니옵니까?”

 

이놈아! 너는 어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더냐? 내가 천주학을 반대하는 이유는 천주학이 나빠서가 아니라 천주학을 하면 결국 멸문지화를 입으니 하는 말 아니겠느냐? 지금 이 나라에 천주학을 하는 사람들 중에 벽파 사람들이 있더냐? 대부분 시파나 남인들이 아니더냐? 그러니 천주학쟁이들을 잡아들이는 것이 곧 유교 윤리를 받든다는 명분도 얻을 뿐더러, 반대파인 정적을 제거하는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느냐? 세상이 그렇게 흐르고 있거늘 네놈이 어찌 천주학을 한다는 것이냐?”

 

아버님! 남자로 태어나서 자신의 소신대로 살지 못한다 함은 그것이 어찌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사옵니까? 부디 제가 천주님을 믿는 것을 말리지 말아 주시옵소서.”

 

네 이놈! 그렇게 말해도 못 알아듣는단 말이냐? 네놈이 이 집안을 풍지박살 나는 꼴을 보고서야 속이 시원하겠느냐? 여봐라 이놈을 당장 묶어라. 내가 저놈의 목을 치리라….,”

<소설 신유박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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