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교자들의 열정(순교영성)
순교영성이란 순교자들이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기까지의 모든 신앙과 신념과 모범적 삶 모두를 총칭하는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을 위해서 생명까지도 포기하며 사는 삶, 그리고 그럼으로써 그리스도와 닮은 삶을 사는 것 바로 그것이 순교영성이고 순교정신입니다. 순교자들의 열정은 하느님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어 놓게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예수님께서 가신 길과 예수님의 말씀을 충실히 실천하게 된 것입니다.
①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Ⅰ코린 10,31)
순교자들의 열정은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라는 말로 함축할 수 있습니다. 순교자들은 언제나 하느님을 향해 살았고 그분을 위해 근본적 결단을 내리며 하느님께 모든 것을 바칠 원의를 가지고 살았습니다. 죽든지 살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행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고 사는 삶이야말로 순교자들의 열정을 잘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내가 본받아야할 순교영성인 것입니다.
② 포기함(버림) :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자기를 버린다는 것은 자신을 안다는 것, 그리고 자신에 대하여 더 이상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버린다는 것은 인생이 무의미한 것 같다는 이유 때문에 심약하고 무감각해진 감정에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결단과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해지는 것이며, 예수님께서 자신을 버리셨던 것과 같이 보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보다 작은 것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을 포기하든지 간에 포기함 없이 순교는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많은 순교자들이 자신의 모든 욕망을 억제하고 하느님의 영광과 그분의 뜻을 따르기 위해 많은 것을, 심지어는 가장 소중한 목숨까지도 포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때는 그것을 뛰어 넘어 순교하고자 하는 자신의 원의까지도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최양업(토마스) 신부님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나는 순명으로 이렇게 얽매어 있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였더라면 지금은 조선의 내 전교지방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천국의 빨마 가지 위에 앉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고 다만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③ 그리스도를 닮음:
순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가장 완벽하게 닮는 행위입니다. 예수님께서 순교자이시고, 순교자들의 원형이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 또한 스승의 뒤를 이어 순교하셨습니다.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기꺼이 죽음을 당하신 스승을 본받고 닮아 피를 흘리는 제자의 순교는 교회에서 최상의 은혜요 사랑의 최고 증명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소중한 목숨을 바치는 순교가 스승이신 그리스도와 가장 긴밀하게 일치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을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함”을 말씀하셨습니다. 내 생각을 버려야 만이 주님을 따를 수 있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이 주님을 닮을 수 있습니다. 그런 자세로 십자가를 질 때 순교까지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박해자들에게는 순교자들의 모습 안에서 피로 얼룩진 상처와 부서진 뼈마디들, 신음과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외적인 것만이 보여 지겠지만 하느님께는 그들의 오롯한 마음과 굳은 믿음이 보여 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을 닮은 자녀들을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기쁘게 받아 주시겠습니까?
자! 그렇다면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순교정신을 통하여 어떻게 그리스도를 닮아야 할까요? 병자들을 외면하지 않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 병자들을 방문하여 위로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며 서로 섬기라 하셨으니 서로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간음하다 붙잡힌 여인에게 아무 죄도 묻지 않으신 것처럼 나 또한 내 형제자매가 나에게 범한 죄를 잊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그리스도를 닮을 것인가를 늘 고민하는 신앙인, 그가 바로 순교자들의 후예인 것입니다.
④ 겸손
순교는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아무리 내가 마음이 있다 할지라도 하느님의 은총이 없으면 순교할 수 없습니다. 또한 아무리 굳은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할지라도 주님께 청하지 않으면 순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순교자들은 겸손하게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신앙인들에게 있어서 믿음이 생겨나면 교만의 유혹을 조심해야 합니다. 믿음이 생긴 후 자만하다가 교만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의 의지만을 굳게 믿어서 순교할 수 없었던 것처럼, 신앙인들도 끊임없이 성찰하며,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돌아보고, 은총을 청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순교자들의 열정을 살아가는 순교정신입니다.
⑤ 감사: 어떤 처지에 있든지
기분이 좋을 때는 마치 성인이 된 것처럼 생활하다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든지, 무시당했다고 생각되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 말을 만들고 덤비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주어진 상황이 어려우면 하느님께 불평불만을 하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처지에 있든지 감사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순교자들이셨고, 그 삶을 이제는 내가 이어받아야 합니다.
자신을 비우는 신앙생활, 자신의 뜻이 아니라 주님의 뜻을 실현하려는 신앙생활, 그것이 바로 순교자들의 열정이었고, 내가 본받아야 할 순교영성입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보존하려고 애쓰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추구하고 있는 것(영원한 생명)과는 정반대의 것을 이루게 됩니다. 순교자들의 모습을 바라본다면 그들은 세상에 자신들의 목숨을 잃었지만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박해자들은 세상에서 그들의 목숨을 얻었겠지만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생명관입니다. 자신의 목숨을 잃는다면(영원한 생명) 그것을 무엇으로 다시 살 수 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