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예수님께서는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마태5,41)고 말씀하십니다. 아마 이 말씀을 하실 때는 키레네 사람 시몬을 떠올리셨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에 오르실 때, 로마군인들은 키레네 사람 시몬을 붙잡아서 그에게 십자가를 대신 지게 합니다.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고, 로마군인들은 식민지 사람들에게 그런 것을 시킬 권리가 있었습니다. 시몬은 예수님을 몰랐습니다. 만일 예수님을 알고 있었다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다는 것을 얼마나 크게 기뻐했겠습니까?
그러므로 누가 강제로 나에게 짐을 지워서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할 때, “네가 가자고 해서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위해서 이천 걸음까지도 가 줄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가준다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자발적으로 그를 도와주는 것이 됩니다. 주님께서는 그 모든 것들을 기억해 주실 것이고, 보상해 주실 것입니다. 또한 주님께서 보상해 주시지 않는다 할지라도, 내가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서 한 행동이기에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키레네 사람 시몬에게 얼마나 큰 은총을 주셨겠습니까?
복수를 하지 않고 사랑으로 포용해주며, 자신의 것을 내어주면서까지 주님 사랑을 실천하려고 하는 것, 폭력에 저항하지 않고 사랑으로 감싸 안아 주는 것. 이 모든 것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도하는 이라야 할 수 있고, 사랑이 가득 담긴 이라야 할 수 있으며,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이라야 할 수 있고, 주님의 은총이 있어야 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것들, 기도하지 않으면 결코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을 예수님께서는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나 혼자 하라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함께 해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슴에 온전한 사랑을 담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기도하면서 그 사랑을 실천하려고 할 때, 나머지 것들은 주님께서 채워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따르는 나는 버릴 것은 버려야 합니다. “도저히 못하겠다는 마음과 내 힘으로 하겠다는 마음”을 버릴 때, 주님께서는 내 안에 사랑과 자비와 용서를 자리 잡게 해 주시며, 열정이라는 은총을 끊임없이 쏟아 부어 주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