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마오로 가는 이들
엠마오로 가는 길은 절망의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아가신지 삼일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의 소식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믿지 못하여, 모든 것을 접고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 바로 엠마오로 가는 길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을 걷는 이들은 자기들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였고, 자기들이 결정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였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은 포기의 길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체험하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버렸습니다.
믿음을 버리니 부활은 결코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 되어 버렸고, 부활의 소식은 와 닿지도 않았습니다.
눈앞에서 펼쳐진 생생한 수난과 죽음의 장면은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습니다.
포기는 슬픔에 잠기게 만들고, 그 슬픔은 기쁨을 몰아내고, 저 높은 곳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더 나아가 눈앞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엠마오로 가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세례성사를 받기 위하여 많은 공부를 하고, 많은 결심을 합니다. 가톨릭 교회에 대해서 배우고, 칠성사를 배우고,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배웁니다. 배울 때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고 영세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주일에 성당에 “나오다 안 나오다 하는 형제자매들”을 보면서 “저래도 되나?” 하고 생각하고, 사랑과 자비와 용서를 배웠는데 막상 살아가는 형제자매들을 보면 “사랑과 자비와 용서”가 아니라 “이기심과 끼리문화와 판단”이 자리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성당에 가면 마음에 평화를 얻을 줄 알았는데, 예비신자 기간에는 그렇게 평화로웠는데, 세례 받은 후에 보니 그 평화가 살며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엠마오로 방향을 돌려서 가려고 합니다.
엠마오로 가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랬지만 처음에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에 보니 그렇게 실망스럽게 보입니다. 그들 때문에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것이 아닌데 어느 순간 엉뚱한 것들을 바라보다가 내 처음의 마음들을 잊어버리고, 세례 때의 결심들이 흔들리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등을 돌리고 발걸음도 돌리게 됩니다. 그렇게 엠마오로 향하게 됩니다.
엠마오로 가는 이들은 포기한 이들이고 절망에 빠진 이들입니다.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내 믿음이 사라질 때 나는 엠마오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