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랑의 고백

슬픈 사랑의 고백

흰 눈이 내리는 어느날 아침, 라디에오서 들려오는 슬픈 사랑이야기 때문에 잠을 깬 적이 있었다. 그것은 눈먼 소녀와 귀머거리 소년의 사랑이야기였다.

 

옛날에 눈먼 소년과 귀머거리 소녀가 사랑을 했다. 둘은 매일 그들만의 장소에서 만나 서로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나 소년과 소녀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했지만 소녀는 소년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고 소년은 소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 소녀가 애절하게 고백하는 그 사랑을 소년은 들을 수가 없었고, 그토록 사랑하는 소년의 모습을 소녀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과 소녀는 매일 그들의 마음을 전하며 사랑을 고백했다.

 

어느날, 하느님께서 그 애절한 사랑을 보시고 천사를 보내시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게 하였다. 천사는 먼저 소년에게로 갔다.

젊은이! 난 하느님의 천사인데 하느님께서는 그대들의 애절한 사랑에 탄복하셔서 그대들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기로 했답니다. 어서 소원을 하나 말해보세요.”

 

그러자 소년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제 소원은 그 소녀가 그대로 눈먼 상태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 소녀가 눈을 떠서 보잘 것 없는 내 모습을 바라보고 저를 떠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그녀가 눈먼 상태로 제 옆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대답에 천사는 너무도 실망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천사가 그 소녀를 찾아갔다. 천사는 소녀에게 소원을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소녀도 한참을 망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소년이 그대로 듣지 못하는 상태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일 그가 듣게 되어 다른 이의 사랑고백에 마음을 쓴다면 그는 제 곁을 떠나갈 것입니다. 저는 소년이 지금 그대로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년과 소녀의 이기적인 마음에 천사는 어쩔 수 없이 하늘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소녀가 아무리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랑을 고백한다 할지라도 귀머거리인 소년은 그 사랑고백을 들을 수 없다. 예수님께서 아무리 우리에게 사랑을 고백하셔도 우리가 귀머거리이라면, 우리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는 결코 들을 수 없다. 소년이 아무리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서 소녀에게 보여준다 하더라도 눈먼 소녀가 그것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한 우리라면 아무리 예수님께서 차디찬 마구간에 다시 태어나신다 하더라도, 수천 번 다시 오신다 하더라도 우리는 알아 뵙지 못할 것이다.

거리에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불빛들과 캐롤 속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며 수없이 주고받는 카드와 인사 속에서 그분의 사랑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주인공을 기억하지 않는, 그래서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는 나의 설레임과 흥겨움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차가운 구유에 누워 당신의 사랑을 나즈막이 속삭이신다.

 

네 눈을 뜨게 해주겠다. 네가 들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러나 나는 저를 그대로 있게 해주십시오. 내 방식대로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오늘도 그분의 사랑에 귀를 막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전하고자 다시 차가운 마굿간에 태어나셨다.

 

내가 이번에도 그분의 사랑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면 예수님의 사랑고백은 대답없는 메아리가 되어 슬프게 허공을 맴돌게 될 것이다. 그 사랑을 받아들여줄 날을 기약하면서

 

이 글은 카테고리: jubonara, 성탄시기, 성탄시기(주보), 주보자료실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유주소를 북마크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