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위일체(안드레이 루블료프, 1425, 모스크바 트레챠코프미술관)
이 성화에서 성부의 무릎과 성령의 무릎이 마주 보고 있는데 이는 커다란 잔의 형상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희생의 잔을 중심으로 삼위가 둘러 있으며, 비가시적인 틀을 이루고 있는데, 그 틀은 하느님의 신성이 내재한 단일성을 표시하며, 천상의 신성한 빛과 영광을 암시합니다.
성자는 잔의 한가운데에 계십니다. 성자는 두 손가락으로 강생을 통한 신성과, 인성을 겸비한
희생양이 되시는 당신의 사명을 암시하고 계시며, 왼쪽의 성부는 축복하시는 손짓으로 성자를 격려하고 계십니다. 그 반대편의 성령은 식탁 아래의 열린 사각형을 가리키며, 이 거룩한 희생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희생임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 사각형은 동서남북의 모든 창조된 세상을 상징하고 있으며, 하느님의 집으로 가는 좁은 길, 즉 고통의 길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삼위는 똑같은 권위를 지녔음을 나타내는 권위의 지팡이를 들고 계시며, 모두 천주성을 뜻하는 푸른빛의 옷을 입고 계십니다.
이 성화는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이콘으로 러시아의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1425년 작품입니다. 1551년 스토슬라브 교회회의에서는 삼위일체를 그릴 때는 이 루블료프의 유형을 따르도록 규정하였습니다.
화가는 성삼위의 모습을 주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세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이야기(창세 18,1-15 참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창세기의 이 장면은 아브라함이 자신에게 나타난 세 사람을 지극히 환대하는 모습, 그리고 주님께서 아브라함의 부인 사라가 아이를 가질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삼위일체’ 성화에는 정작 아브라함의 모습은 없습니다. 천사의 형상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이 식탁 위의 그릇에 담긴 음식을 중심으로 살짝 몸을 기울인 채 서로 부드럽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성화를 통하여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서로가 일치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온화한 마음을 내어 주면서 일치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삼위일체의 신비 안아로 들어가는 삶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