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땅에 떨어진 씨앗
가난한 집안에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형은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형은 좀 더 좋은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이민을 떠났고, 그곳에서 성실하게 일을 하여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고국에 있는 동생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형의 처지가 넉넉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형은 동생에게도 기회를 주기 위해 동생을 초청하였습니다. 성실하게만 일을 하면 자리를 잡을 수 있고, 후손들에게는 좀 더 넉넉한 환경을 물려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생은 낯선 땅에 와서 형이 기초를 마련해 준 삶의 자리를 고마워하지 않았습니다. 형의 도움을 늘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늘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전에 있던 곳을 그리워하였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였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천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며 늘 형에게 불평하였습니다. 그러나 형은 동생의 불평을 웃으면서 받아주었습니다. 형은 속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 나도 처음에 그랬으니 동생도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겠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그런데 어느날, 동생의 아내가 형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동생의 상황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동생은 자신의 힘든 처지를 늘 불평하며, 저녁이 되면 아내와 아이들을 괴롭혔습니다. 성당에 가면 자신이 초라해진다고 생각하여 성당도 다니지 않았고, 늘 술에 의지하여 가정을 폭력과 공포의 현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웃으면서 점잖은 척 하고, 배우자를 사랑하고 자녀들을 사랑하는 척 하였습니다.
형은 동생을 성당으로 불렀습니다. 함께 한동안 성체조배를 한 뒤에 동생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거라. 여기는 네가 살 곳이 아닌 듯 하구나.” 형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동생은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러나 형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형은 언제나 자신의 불평과 불만을 들어주며 변함없이 도와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형은 이곳에 정착하며 겪게 된 어려움을 동생에게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남모르게 흘려야만 했던 눈물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 해 주었습니다.
“이곳은 기회의 땅이란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좋은 땅이란다 . 네가 하고자만 하면 너는 백배, 천배, 만 배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단다. 그러나 네가 하고자하는 마음이 없다면 너는 아무 열매를 맺지 못한단다. 그리고 네 아이들이 맺고자 하는 열매도 맺지 못하게 방해하게 된단다. 너의 아내가 행복하지 않고, 너의 아이들이 기도하지 않으면 너는 아무 열매를 맺지 못한 것이고, 더 나아가 다른 이들이 열매 맺지 못하게 방해하는 가시덤불이 되는 것이란다. 그러니 선택하거라. 어떻게 할 것인지…,”
동생은 형의 말에 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형을 통해서 자신에게 은총을 베푸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형 뒤에 예수님께서 계심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늘 불평만 하는 길이나 돌밭, 가시덤불로 가득한 사람임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들이마셨던 그 술과 불평과 불만, 폭력은 가정을 지옥으로 만들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동생은 울면서 형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형! 내가 잘못했어. 난 인생을 헛살았어.” 그러자 형은 동생을 끌어안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됐다. 다시 시작하자. 그 눈물로 딱딱하고 빗뚫어진 네 마음의 밭을 갈아엎고, 돌을 골라내고, 가시덤불을 긁어내자꾸나.”
예수님께서는 “좋은 땅에 뿌려진 씨는 이러한 사람이다. 그는 말씀을 듣고 깨닫는다. 그런 사람은 열매를 맺는데, 어떤 사람은 백 배, 어떤 사람은 예순 배, 어떤 사람은 서른 배를 낸다.”(마태13,23) 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이는 풍성하게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지 않고 바라기만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탕진하고 초라하게 살아갑니다. 좋은 땅에 떨어졌지만 정작 그 땅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땅을 가시덤불로 만들어 버립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부모 탓이나 주변 환경 탓으로 돌립니다. 그러다보니 자존감이 떨어지고, 늘 상대방과 자신을 비교하며, 신앙공동체와 함께 어울리는 것도 어려워합니다. 그가 보기에는 늘 신앙공동체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주어진 환경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은 어렵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먼 앞날을 바라보며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며 “지금 주어진 이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그러다보니 서서히 가시덤불은 사라지고, 돌들도 사라지며, 백배의 열매를 맺고 있는 좋은 땅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열매를 맺는 이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봉사라도 기쁘게 하려고 하며, 신앙공동체에서 함께 기도하고, 함께 친교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가 있는 곳은 하느님께서 귀하게 창조하신 좋은 땅입니다. 내가 있는 자리를 사랑할 때, 하느님께서는 한 처음부터 나를 위해 준비해 주신 그 풍성한 은총을 아낌없이 베풀어 주십니다. 복을 걷어 차는 사람이 아니라 복을 끌어안고, 주시는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삼십배, 육십배, 백배의 열매를 담아 주십니다. 내가 더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있다면 천배, 만배의 열매도 담을 수 있음을, 맺을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언제나 주님께 감사합시다. 어디서나, 누구와 함께 있어도 주님께 감사합시다. 그렇게 함께 열매를 맺는 주님의 귀한 자녀가 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