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성월(慰靈聖月)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특별히 기억하며 기도하는 달로서 교회는 매년 11월을 위령 성월로 정하였습니다. 성월(聖月)이란 전례력과는 상관없이 특정한 달에 특정한 신심을 키위기 위해서 정해 놓은 한 달 동안의 특별 신심 기간을 의미합니다.
특히 정해 놓은 법에 따라 성월에 일정한 신심 행위를 바치면 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역대 교황님들이 특전을 줌으로써 성월의 신심은 더욱 널리 퍼졌습니다. 그래서 가톨릭 신자들은 묘지를 방문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위하여 연미사를 봉헌합니다. 연옥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구약의 마카베오 후서에 보면 전장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위해 하느님의 성전에서 제사를 바치게 합니다(2마카 12,43-46참조). 초세기부터 가톨릭 교회는 죽은 이들을 자주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는 등 많은 기도를 바쳐왔습니다. 로마 시대에 있었던 삼백년간의 박해 당시에 신자들의 유일한 피난처였던 지하 공동묘지(까따꼼바)의 비석에도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문이 많이 새겨져 있는데, 그 내용은 죽은 이들이 속히 죄의 사함을 받아, 천국의 영원한 행복에 들게 해 달라는 것들입니다. 이때부터 이미 교회 전례에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문이 삽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교회가 죽은 이들을 위한 공식 전례 축일을 제정한 것은 10세기 경에 이루어졌습니다. 중세 초기에 수도원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수도자들을 기억하던 관습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지역 교회가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위령의 날이 전례 안에 등장하였습니다.
11월이 위령성월이 된 것은 998년에 클뤼니 수도원의 5대 원장이었던 오딜로에 의해서입니다. 오딜로는 11월 2일을 위령의 날로 지내도록 수도자들에게 명령하였습니다. 11월 2일에 죽은 이를 위해 특별한 기도를 드리고 시간 전례를 노래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이것이 널리 퍼짐으로써 11월 한 달 동안 위령 기도가 많이 바쳐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11월이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 성월로 정해졌습니다.
교황 비오 9세, 레오 13세, 그리고 비오 11세(1922-1939)가 위령 성월에 죽은 이를 위해 기도를 하면 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특전을 베풀면서 위령 성월의 신심은 더욱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이로써 11월은 세상을 떠난 부모나 친지의 영혼, 특히 연옥 영혼들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바치며, 자신의 죽음도 묵상해 보는 특별한 신심의 달이 되었습니다. 또한 11월은 전례력으로 연중 마지막 시기에 해당되고, 계절도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시기이기에 죽음을 묵상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며, 죽은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기 좋은 때이기도 합니다.
살아 있는 이들이 죽은 이를 위해 기도할 수 있으며 이 기도가 죽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모든 성인의 통공” 때문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사랑이신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나이며 거룩하고 보편된 공동체입니다. 이 공동체의 주인이시며 시작도 끝도 없으신 하느님 앞에서 시간은 무의미한 것입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도 이 공동체의 일원이며 살아 있는 우리들도 이 공동체의 동일한 구성원입니다. 즉 천상교회와 지상교회는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지체들이라는 유대감 안에서 죽음으로 연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영혼들을 위해 우리가 기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 나라에 이미 들어가 있는 성인들은 이 세상에서의 순례를 계속하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 하느님께 간구해 주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