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조롱을 참아 받으신 예수님

조롱을 참아 받으신 예수님

 

예수님을 죽이기로 작정한 이들은 이제 예수님을 조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떤 자들은 예수님께 침을 뱉고 그분의 얼굴을 가린 다음, 주먹으로 치면서 알아맞혀 보아라.” 하며 놀려 대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종들도 예수님의 뺨을 때렸습니다(마르14,65). 이러한 예수님의 수난은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한 주님의 종의 모습이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내 귀를 열어 주시니 나는 거역하지도 않고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 나는 매질하는 자들에게 내 등을, 수염을 잡아 뜯는 자들에게 내 뺨을 내맡겼고 모욕과 수모를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그러나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내 얼굴을 차돌처럼 만든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 (이사50,5-7)

 

예수님께서는 조롱을 받으셨지만 그 조롱에 온전히 맡기십니다. 이것은 예수님의 겸손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메시아에 대하여 이렇게 예언하였습니다.

여기에 나의 종이 있다. 그는 내가 붙들어 주는 이, 내가 선택한 이, 내 마음에 드는 이다. 내가 그에게 나의 영을 주었으니 그는 민족들에게 공정을 펴리라. 그는 외치지도 않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으며 그 소리가 거리에서 들리게 하지도 않으리라.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 그는 성실하게 공정을 펴리라(이사42,1-3).

 

이렇게 이사야 예언자가 예고한 것들이 예수님의 겸손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것은 예수님의 자발적인 순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희생제물이 되러 오셨고, 이것이 하느님 아버지의 구원 계획이셨기에 아버지 하느님께 온전히 순명하시며 수난의 잔을 받아들이시는 것입니다.

 

이제 빌라도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으신 예수님께서는 군사들에게도 조롱을 받으셨습니다. 군사들은 예수님을 총독 관저의 뜰 안으로 끌고 가 예수님께 자주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엮어 머리에 씌우고서는,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 하며 인사하기 시작하였습니다(마르15,16-18). 그들은 임금님이 입으셔야 할 용포대신 자주색 옷을 입혔고, 왕관 대신 가시관을 씌워 드리고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하며 조롱을 하였습니다. 자신들에게 이렇게 조롱당하는 임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군사들은 또 갈대로 그분의 머리를 때리고 침을 뱉고서는, 무릎을 꿇고 엎드려 예수님께 절하였습니다(마르15,19). 임금은 자신의 권위의 상징으로 왕홀을 쥐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하들도 왕 앞에 나올 때는 홀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갈대로 홀을 만들어 임금이신 예수님을 경배하는 척 하면서 그것으로 예수님의 머리를 때렸습니다. 또한 신하들은 임금께 선물을 드리며 임금 앞에서 무릎을 꿇고 경배를 드는데 군사들은 주님 얼굴에 침을 뱉고 경배를 드리는 척 하였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왕이라는 것입니다. 로마 군인들에게 있어서 예수님이 얼마나 우스운 존재였겠습니까?

 

군사들은 이렇게 예수님을 조롱하고 나서 자주색 옷을 벗기고 그분의 겉옷을 입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러 끌고 나갔습니다(마르15,20).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시고 골고타에 오르셔서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렇게 당신 자신을 희생제물로 바치시어 세상에 구원을 주셨습니다.

 

군사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때는 아침 아홉 시였습니다. 그분의 죄명 패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마르15,26-27). 군사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그분의 겉옷을 나누어 가졌는데 누가 무엇을 차지할지 제비를 뽑아 결정하였습니다(마르15,24-25).

 

지나가는 자들이 머리를 흔들며 예수님을 모독하였습니다. “저런! 성전을 허물고 사흘 안에 다시 짓겠다더니. 십자가에서 내려와 너 자신이나 구해 보아라.”(마르15,29-30) 또 수석 사제들도 이런 식으로 율법 학자들과 함께 조롱하며 서로 말하였습니다.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우리가 보고 믿게, 이스라엘의 임금 메시아는 지금 십자가에서 내려와 보시지.”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자들도 그분께 비아냥거렸습니다(마르15,31-32).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조롱을 참아 받으셨습니다. 이 모든 조롱을.

 

낮 열두 시가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오후 세 시에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엘로이 엘로이 레마 사박타니?” 하고 부르짖으셨습니다. 이는 번역하면,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입니다(마르15,33-34).

 

예수님께서는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때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마주 보고 서 있던 백인대장이 그분께서 그렇게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고,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 하고 말하였습니다(마르15,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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