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합의와 혼인의 완결
교회는 신랑 신부가 서로 자유로이 혼인 합의를 교환하는 행위를 혼인 성립의 불가결한 요소로 봅니다. 합의가 없으면 혼인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혼인 예식 중에 주고받는 합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당신을 아내로(남편으로) 맞아들여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성할 때나 아플때나 일생 신의를 지키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할 것을 약속합니다.”
그리고 신랑 신부를 결합시키는 이 합의는 두 사람이 ‘한 몸’ 을 이룸으로써 완결됩니다.
그리스도인 남녀의 결합은 일반 혼인과는 다르게 ‘혼인성사’ 로 드높여집니다. 따라서 신자 남녀는 교회 안에서 혼인성사를 받아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 라는 말은 사제의 주례로 교회 공동체와 증인들이 보고 듣는 가운데 신랑 신부가 혼인 합의를 주고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은 목숨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엄숙한 진실입니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요한 15,13) 는 말씀은 바로 그런 뜻입니다.
“남편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그것은 교회를 티나 주름 같은 것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당신 앞에 서게 하시며, 거룩하고 흠 없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도 이렇게 아내를 제 몸같이 사랑해야 합니다.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에페 5,25.27-28)
혼인의 신비는 마지막 날 완성될 것이며, 그때까지 그리스도와 교회는 혼인성사에서 흘러나오는 넘치는 은총으로 모든 그리스도인의 혼인을 지켜 줄 것입니다.
“나는 또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하늘과 첫 번째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더 이상 없었습니다. 그리고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신랑을 위하여 단장한 신부처럼 차리고 하늘로부터 하느님에게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묵시 21,1-2)
혼인 제도 자체와 부부 사랑은 그 본질적 특성에서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지향합니다. 이로써 혼인은 그 정점에 이르며 월계관을 쓰는 셈이 됩니다. “처음부터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신” (마태 19,4) 하느님께서는“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라.” (창세 1,28) 하시며 부부에게 복을 내리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마리아에게서 태어나 나자렛 성가정에서 자라셨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기도와 하느님의 진리, 사랑과 섬김, 자유와 책임 등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을 배우셨습니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신앙생활의 첫 번째 학교, 더욱 풍요로운 인간성을 기르는 학교입니다. 그것은 진정 가정 교회입니다.
‘가정 교회’ 인 가정과 ‘큰 가정’ 인 교회는 어려운 가정, 무너진 가정, 가정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 온 인류 가족의 행복을 이루어 내야 할 소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회가 맺어 주고, 봉헌으로 확고해지며, 축복으로 확정되고, 천사가 선포하며, 하느님 아버지께서 인준하신 혼인의 행복을 무슨 말로 만족스럽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동일한 희망, 동일한 정성, 동일한 규율, 동일한 봉사로 결합된 두 신앙인의 유대는 얼마나 경탄스럽습니까? 한 아버지의 자녀들이며 한 주님을 모시는 그들 사이에는 정신이나 육체에 전혀 거리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참으로 한 육신 안에 둘이며, 육신이 하나이면 정신도 하나입니다.”
혼인은 세 가지 차원으로 이루어집니다.
첫째, 사회적인 면(“부모를 떠나”)
둘째, 정신적인 면(“아내/남편과 결합하여”)
셋째, 육체적인 면(“둘이 한 몸을 이룬다” )
그리고 법적이고 사회적인 면을 무시하면 혼인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교회 안에서 공적으로 혼인 합의를 주고받아야 비로소 둘이 한 몸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로써 교회가 혼인의 증인이 될 뿐 아니라, 그 혼인은 곧 그리스도와 교회의 결합 안에 통합됩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목숨을 바쳐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가 온갖 박해를 무릅쓰고 그리스도께 신의를 지키듯이, 남편과 아내는 사랑과 신의로써 혼인 생활을 완수하게 됩니다. 그리스도와 교회의 사랑에서 흘러나오는 풍성한 은총은 그 혼인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 열매를 풍성하게 맺어 줄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는 공적으로 표명된 혼인 합의가 충실하게 지켜지도록 도와주고 보호합니다.
교회는 그 자녀들이 일반‘혼인’이 아닌‘혼인성사’를 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법으로 다른 종교 다른 종파의 신자나 비신자와 혼인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그 같은 혼인을 할 경우에는 교회의 허가, 곧 관면(寬免)을 받아야 합니다. 이 역시 신자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중요한 교회 법규입니다. 이때 가톨릭 신자는 혼인 후에도 신앙생활을 계속할 것이며, 자녀에게 세례를 받게 하고 그 신앙생활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신자가 교회의 혼인 예식을 따르지 않고 혼인하거나 교회의 허락(관면)없이 비신자, 또는 타종교인과 혼인을 한다면, 교회법상 혼인 장애(조당)에 놓이게 됩니다. 혼인 장애의 상태에 놓인 이들은 교회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아니지만 성사 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비신자와 혼인하려는 신자는 혼인한 다음에도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고, 태어날 자녀에게 천주교 신앙을 교육시키겠다는 서약을 해야 합니다. 이것을 관면혼배라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