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내 주위의 귀한이들……

어제 주일엔 피정을 갔었습니다.
장소가 강화도에 있는 신학교여서 산새 소리 지저귀는 조용한 곳에서 하루를 지내고 온 것이지요.

피정을 함께한 저희 단체는 복사빛회라고 3.40대 부부들이 주축이 되어 주일미사때 성가도 하고
성당에 여러 행사가 있을 때는 준비와 마무리시에 ‘노가다’일 등등을 하하호호 즐겁게 하는 단체입니다.
따사로운 햇살과 물오른 나뭇가지들을 쳐다보노라면 피정에 가야겠는데, 남편이 함께 못가는 관계로 가기 싫은 마음도 들었는데,
어떻든 내가 속한 단체이니 함께 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참여하기로 마음을 굳혔으나 침울한 기분이었어요.

그러다 가기 전전날 저녁에 큰아들에게
“복사빛에서 주일에 피정을 가는데 아빠가 함께 가지 못해서 엄마 어깨가 축 쳐지거든?”
그렇게 말을 시작해서 잠시 끊었다가
“아이들이 함께 가도 되는데……… 종영이도 함께 가면 좋을텐데………..”
중학생이 되고 부터는 따라 나서질 않는지라 기대없이 그냥 해본 소리였어요.
“그래요? 갈께요 – ”
“정말? 진짜로? ”
“예, 몇신데요? 깨워 주세요. 준비해서 가게요”
“우리 성당 신학생 형아가 놀아주고 구경도 시켜주신다고 했으니 좋은 시간일거야! 어머나, 신나라 ”
그렇게 말을 했지만도 막상 가는날 피곤하다고 못가겠다던가 하면 굳이 억지로 데리고 가지는 못하겠다 생각하며 주일을 맞이 했는데
새벽같이 일어나 함께 가게 되었어요.

남편은 친구 어머니 칠순이어서 강원도에 가느라 약속 장소에 데려다만 주고 자기 갈 곳으로 갔고,
신학교에 도착해 성당으로 가서 기도 함께 드리고 아이들은 따로 나갔고 어른들은 신부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오전엔 기도에 대해 강의 해주시고 오후엔 가정생활에 대해 말씀을 하시던중에
눈을 모두 감으라시더니 자기의 남편이나 아내에게 손해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라 하시고 다음엔
이익봤다 생각하는 사람 손들라 하시더라구요 …..
친정 부모님 모신다고 큰소리도 못치며 산다며 손해보고 산다고 생각했고 그런 말을 하고 다닌적도 있는 접니다.
거기다 요즘은 남편에게 여러가지로 불만도 있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익봤다”는 쪽으로 손을 들었지 뭐예요.
거룩한 곳에 가니 회개가 저절로 되는 것같았고 또 매일 이렇게 복음을 묵상하다보니 겸손(?)한 마음이 된 것같습니다.

이이들이라야 조무라기 초등학생이나 유치원 아이들이니 명색이 대학생인 큰아이가 얘들과 어울리기도 어색하고
어른들과 함께 하기도 어중간해서 따라온걸 후회나 하지 않을까 한편으로 걱정이 됬는데 아이는 신학생의 ‘조교노릇’을 하며 도왔고
나중엔 아저씨들 족구하시는데 함께 볼을 차며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피정 끝나 동네로 돌아와 회식 자리에 남편도 합류하고 형제님들이 제 아이에게 술 한잔씩을 따라 주시며 좋은 말씀을 해주시고
모두들 아이가 착하고 반듯하게 컸다고 칭찬을 해주더라구요.
칭찬의 그런 말씀들에 아이는 더욱 착해지는 ‘보약’이 되었을 것입니다.

자기의 고향에서는 환영받지 못한다는 말씀을 묵상하며 저도 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착하고 훌륭한 사람인데도
알아보지 못하고 또는 알면서도 그들의 단점 또한 꿰뚫고 있다 보니 귀하게 대하지 못하고 살고 있음을 생각했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내 남편 내 아버지 내 아들들이 귀하고 귀한 사람이며 시형제, 친정형제 옆에 사는 자매, 구역 식구들……….
그들을 귀하게 여기며 겸손한 자세로 대할 것을 묵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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