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나의 예수여!
꿈인 듯 아닌 듯 하며
그렇게 모진 고생으로
당신을 떠나 보내고
어머니랑 안나는
당신 무덤 앞에서 이렇게 서성이고 있습니다.
당신을 떠날 수 없어
저 차가운 곳에 당신을 뉘어놓고 차마 떠날 수 없어
정신병자 마냥 이렇게 서성이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 수모 그 고통 받으실 때
안나는 아무 것도
정녕 그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고작 수건으로
더럽혀진 당신 얼굴 한번 닦아드린 일 밖에는 하지 못해습니다.
당신을 사랑한다 하면서도
당신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라면서도
그렇게 그렇게 무력히 당신을 떠나 보내고 이렇게 후회와 회한으로
울고만 있습니다.
안나를 이제는 믿지 마소서.
이런 안나를 다시는 믿지 마소서.
내 생명 모두를 바쳐 당신 사랑한다 하면서도
당신이 지쳐 쓰러지실 때
생판 모르는 시몬이 당신 십자가를 져 주어
당신 짐을 덜어 줄 때에도
안나는 병사들이 무서워 나서지를 못하였습니다.
용서 하소서.
아니, 이런 안나를 용서하지 마소서.
고작 하는 짓이란, 주님!
당신이 그리도 기다리셨던 가족들과의 만찬 후
감실이 이동될 때
사제가 당신의 성체를 모셔 옮기실 때
마치도 당신이 끌려가시는 듯 착각하여
내 안은
당신이 따라가시면 아니된다고 소리질렀습니다.
‘주님, 가시면 아니되어요. 따라 가시면 아니되어요. 얼른 피하세요. 제발 좀 피하세요.’
애원하며 울었지만 당신은 침묵이셨습니다.
바보!
무력하게 자원으로 죽기를 원하시던 당신이 바보 같았습니다.
이제는 편히 쉬고 계십니까?
그렇게도 떠날 준비만 하시더니 진정 행복하십니까?
차라리 잘 되셨습니다.
다시는,
다시는 그렇게 아프지 않으실테니 잘 되셨습니다.
수모와 조롱과 야유들.
그리고
그 어떤 채찍질 보다도 당신을 더 아프게 했을 유다스의 배신.
당신의 간절한 외침에도 침묵하시던 아버지의 외면.
다 숨고 피해버린 당신 가족들.
이것이 아버지께서 분부하시던 일이었습니까?
그래서 “다 이루었다”셨습니까?
주님.
싸느랗게 식어버린 당신의 몸.
피와 땀과 먼지로 얼룩진 당신의 몸을 닦아 드리며
안나 영혼에 각인된 당신에 대한 배신의 상처가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화인된 부끄러움을 당신은 이러시겠지요?
“안나에게 평화가 있기를!”
주여.
당신의 소리가 들립니다.
내 발을 씼기시며
“너도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처럼 서로 사랑하여라”
당신이 영영 떠나 다시는
다시는 아니 만나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겁쟁이 안나에게 그러셨지요.
“두려워 마라. 내가 가면 진리의 성령께서 또 오신다.
그리고 나는 항상 너희 곁에 있단다. 빵의 형상 안에 내 존재를 감추지만
사제의 손에 의해 내 생명은 언제나 다시 탄생한단다. 나를 사제들께 맡긴다.
그리로 찾아 오렴. 우리는 언제나 만날 수 있단다. 세상 끝날 까지 함께하리라.
안나!
이제야 말로 나는 너 안에서 쉬고 너는 내 안에서 쉬며 우린 사랑으로 하나되리라.
아!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너가 안다면…………………………………………”
당신의 끝없는 겸손.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죽으시고,
우리 모든 이를 수월히 찾아 오시려고
몸을 벗어 버리시고 빵의 형상으로 오시는 당신.
날 살게 하시려고 당신 몸을 먹게 하시는 그 사랑이여!
죽기 까지 성부께 순명하시던 당신의 효심은
그 공로로 우리가 구원되었습니다.
당신 무덤 앞에서 안나는 이렇게 수런거리며 서성입니다.
한다디 말씀 조차 못하시는 어머니 손을 잡고
안나는 이렇게 서성입니다.
돌아 오시라고
부디 어머니 곁으로 돌아 오시라고
안나 곁으로 돌아 오시라고
우리들 곁으로 돌아 오시라고 빌고 빕니다.
아! 당신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