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마르코10,17-30]
몇 해전 시월의 어느 날 우리 가족은 가까운 시골마을 감을 따러
갔습니다. 가을 하늘의 맑고 푸르름속에서 들판의 노란 곡식을 대
하며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으로 한껏 가을의 정취에 물씬 취해버
린 모처럼의 여행을 겸한 휴식의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에서의 배워온 한국실정에 맞는 최신 농사법으로 성공하여 꾀
부농을 이루고 이웃사랑과 봉사도 하시며 참으로 보기 드문 선한
부부였습니다. 미리 전화를 드리기는 했지만 두 분이 함께 기다리고
계실줄은 몰랐습니다. 드디어 아이 둘과 시작된 감따기와의 전쟁은
참으로 신명나게 했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메달린 아름
다운 붉은 홍시를 깨트리지 않고 따는 일은 우리를 흥분케하고 기쁨과
환한미소로 즐거움을 가져다 준 소중한 하루였습니다.
우리는 해질녘까지 시골음식으로 점심도 먹고 맛난 땅콩도 삶아주시
며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부부의 모습이 어찌나 따뜻하고 고마웠는
지 모릅니다. 그토록 바쁜지도 모르고 갑작스레 찾아간 우리들을
위해 아낌없이 하루를 내어주고 함께해준 모습이 몇해가 지난 지금
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어떤 사람이 달려와서
선하신 선생님, 제가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저도 어떻게 삶의 어려운 고비마다 선하신 분으로 생각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묻고 싶고 또 어떻게해야 모든 것을 버리고 가난한 마음
으로 희생하며 이웃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선하신 분은 오직 하느님뿐이시라"라고 하시면서 계명
을 지키고 가진것을 다 팔아서 사람들에게 나누어라 그리하면 하늘
에서 보화를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월에 묻혀서 생각의 차이가 많이 난 부모님의 뜻을 헤아리기가
어렵고, 가진것을 나누기보다는 더 가지려고 웅켜쥐는 삶의 모습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살다보니 늘어나는 욕심과 자존심으로 뭉쳐진
이기심의 덩어리들이 자신의 마음을 옭아메어 숨막히게 하고 편협된
사고에 젖어있기에 가볍기 보다는 무거운 자신의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 처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습
니다" 하고 확신에 찬 신앙 고백을 자신은 그 언제쯤이면 할 수 있을
지 두렵기만 합니다.
작지만 가족과 이웃에게 나의 필요없는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소
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어 줄수 있는 지혜로운 신앙인으로 자녀라고
고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가을걷이로 바쁜시간이지만 싫은 내색없이 성심성의 껏 우리가족을
위해 하루를 온전히 희생하시면서 기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아름다운 마음이 가을이면 예쁘게 익은 붉은 홍시를 볼때
마다 가슴 진한 그리움과 사랑으로 젖습니다.

선교사랑방 엘리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