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땅에 씨앗을 뿌려 놓았다. 하루하루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나지만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른다." (마르 4,26-34)
포근한 겨울날씨가 계속되니 곧 새싹이 움트고 부드러운 바람이 더욱 그
리워지는 희망의 봄이 가까이 와 있는 듯 합니다. 자신에게는 팔순의 어머
님이 계십니다. 막내인 우리가 결혼할 당시에 어머니는 신자가 아니었습니
다. 새해 정월이 되면 토정비결에 유명한 스님을 찾아 다니시며 가족과 형
제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액땜을 하시느라고 늘 분주하신 전형적인 어머
니이셨습니다.
아직은 건강하시기에 홀로 살고계시는 어머니에게 I M F때 사업에 실패한
시누이가 잠시 와서 머물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알면 혹 걱정할까바 비밀리
에 지내다가 아무 영문을 모르는 가까운 친척이 갑자기 어머니를 뵈러 갔다
가 예전과 행동이 다름을 알고 혹 남자친구와 함께 지내다가 갑자기 놀라서
다락방에 누군가를 숨겨 놓은 것은 아닌지 이상해진 행동을 보고 어머니에게
어려워 여쭤보지도 못하고 가족과 이웃에게 비밀리에 소문만 무성하게 돌았
습니다.
평소 우리와 어머니는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지냈기에 소문의 진상을 사
실대로 말씀드리고 그 사실을 이웃과 가족에게 알려서 더 이상의 헤프닝은 확
대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저희의 인도로 목포와 대전을 오가며 1년
동안 열심히 교리를 배워서 저희 본당에서 성모님의 딸 임 마리아로 하느님의
자녀로 영세하신지 벌써 8년이 되었고 지금도 주일미사 한번 빠지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는 "어떤 사람이 땅에 씨앗을 뿌려
놓았다. 하루하루 자고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앗은 싹이 트고 자라나지만
그 사람은 그것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른다."라고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모든 가족들이 명절때 모이면 아버님 산소가시는 일이나 가족과 함께 여행
가시는 것보다 저희와 함께 성당에 가신다고 따라 나서시는 어머니가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토록 평생을 미신에 젖어서 살다가 어떤 마음이
하느님을 영접하게 하였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성당에 다니게 되었느
냐고 하면 막내아들과 며느리가 믿는 하느님은 좋으신 분 같아서 믿게 되었다
고 하시며 덧붙이시는 말씀은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하느님을 일찍 알았더
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아쉬워 하시면 웬지 모르게 목이 메입니다.
우리는 삶속에서 많은 씨앗을 뿌리지요. 사랑의 마음으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뿌리기도 하고 때로는 나쁜 생각과 이기심에서 미움의 씨앗을 뿌리기도 하지만
사랑의 씨앗을 뿌리면 절대로 썱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자신도 모르게 하느님
은 어머니의 마음에 싹을 틔우고 열매 맺어주심에 감사드리며 아직도 이웃들에
게 빨리 싹트고, 열매맺지 못한다고 쉽게 포기하고 기다리지 못하는 부족한 제
모습이 오늘은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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