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 쯤은…..

오늘의 말씀묵상(11/9)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16세기 교황이 바빌론으로 가기 전까지만 해도 모든 교황이 머물고 또 그곳에 묻히기도 했던 중심 성당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라테라노 대성전은 교회 전통적으로 으뜸 성전으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예전에 이런 이솝 우화를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주인과 낙타가 사막길을 지나다가 밤이 되어서 텐트를 쳤습니다. 주인은 안에서 잠을 자고, 낙타는 밖에서 잠을 잤습니다. 그러다가 너무 춥게 되자 낙타가 주인에게 밖에서 사정을 합니다. "주인님, 주인님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저도 텐트 안에 들어가면 안될까요?" "이 텐트는 1인용이라서 네가 들어올 수가 없단다." "그렇다면 제 앞 발만이라도 들어가게 해 주세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주인은 그 정도는 양보해 주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허락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앞발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1시간 쯤 지나자 다시 낙타가 이야기 합니다. "주인님, 주인님 너무 추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제 머리만 텐트 안에 들어가면 안될까요?" 주인은 고민하다가 그 정도야 못들어 주겠나 싶어서 허락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텐트 안에는 낙타의 앞 발과 머리가 들어갔습니다. 다시 한 시간이 지나자 낙타가 또 사정했습니다. "주인님, 주인님 제가 얼어 죽으면 주인님은 앞으로 이 험한 여행길을 어떻게 가시겠습니까? 제 몸이 떨려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 몸까지만이라도 텐트 안에 들어가게 해 주십시오." 주인은 지금까지 도와 준 것을 생각하면 이것도 못하겠냐 싶어서 들어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주인은 밖에서 잠을 자게 되었고, 낙타는 텐트 안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낙타가 너무 얄밉기도 했지만, 주인의 처사가 너무 어리석어서 이해할 수 없고 아무런 교훈도 없고, 이상한 우화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자라면서 이 이야기는 가끔씩 저의 삶에서 지혜를 주었습니다. 아침 기상 시간을 5시로 잡았던 사람이 겨울철이 되자 5시 30분으로 늦춥니다. 그러면 그것이 버릇이 되어 나중에는 5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이 정상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다가 몸이 피곤한 날에는 6시에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면 나중에는 6시가 기상 시간이 되어버립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삶은 조금만 양보하고, 타협하다가 결국 본래의 목적과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오늘 예루살렘 성전이 강도들의 소굴로 바뀌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성전이란 무엇입니까? 바로 하느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곳입니다. 그분의 현존을 드러내는 곳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런 거룩한 곳을 1년에 한두차례 순례해야 했고, 또 그때에 제물을 바쳤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경건한 마음의 표시입니다. 그런데 제물로 바치는 짐승들을 일일이 가지고 올 수가 없어서 편의상 성전 근처에서 그 짐승들을 사갔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성전에서 각종 짐승들을 팔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성전세를 내야 했는데 이 경우에도 로마 돈을 감히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성전에 바치는 것이기에 이방인의 것을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입니다. 그렇지만 그 결과 성전에서 환전상들이 돌아다니는 꼴이 되었습니다. 편의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그럴 수도 있다고 늦추다 보니 어느새 성전은 강도들의 소굴로 바뀌게 되었던 것입니다. 성전...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곳입니다. 그리고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 자신이 성전이라고 하십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세상 그 어떤 건물보다도, 세상 그 누구보다도 하느님의 현존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성전 오른편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가는 곳마다 모든 사람이 구원되었다는 에제키엘의 노래처럼, 예수님께서는 그 오른편 옆구리에서 피와 물을 쏟아내어 세상을 구원하셨습니다. 우리도 성전입니다. 이 몸이 하느님의 현존이 머무는 곳이 될지, 아니면 강도들의 소굴이 될지.. 이 몸안에 하느님이 계실지 아니면 각종 장사치들과 환전상들이 자리잡게 될지는 우리가 어떻게 우리 자신을 꾸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루가 신부님의 글을 읽으며 자신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이 정도는 주님이 이해하실거야 등등으로 얼마나 많은 부분들은 자신과 타협하며 살았는가..... 무디어질대로 무디어진 마음을 성서를 통해 이끄시는 주님의 뜻을 알아 듣고 자신에게 냉정해지자고 다짐해 봅니다. 저녁노을(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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