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미리 걱정하지 말라

주님.
몇일 전에, 아는 수녀님이 스페인으로
유학을 가게되어 만났습니다.
안나도 보고 싶었는데 찾는다 하여 찾아갔습니다.

여리디 여린 작은 몸이지만 당신 닮아 심지가 굳고 맑고 밝은 수녀님이신데
모습에서 어둠이 느껴졌습니다.
얼굴이 상해 있었습니다.
본인도 원하던 일이라 행복하였지만 떠나자니 두렵기도 하다 하였습니다.
그럴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안나는 수녀님께
자신에게 정직해 보라 말하고는 정말 힘겹게 하는 일이 무엇이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습니다.

우린 흔히 자신이 알고 있는거와 내면 깊이에서 내재된 어려움은 다를 때가 많은지라
그렇게 물어보았습니다.
수도자로써, 더구나 허원한지 오래 된 가르멜 수녀로써 당신께 대한 예가 아님을 괴로워하였습니다.
성소가 흔들릴까봐 두려워 하였습니다.

안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먼저 수녀님이 행복 하시길 원하신다고,
성소가 흔들리는 어려움도 은총이라 말하였습니다.
어느 성인께서도 흔들림 없는 삶은 살지 않았을테니 두려워 말라구요.
흔들림은 견고한 신앙을 위해서도, 수도성소의 확고한 정립을 위해서도 필요한
어둠이라구요.
罪 마져 복되게 하시는 주님께서 수녀님의 아픔을 축복하시어 거룩함에로 이끄실테니
두려워 말라구요.
“날 위해 기도 해 줄거지요? ”
그 맑은 커다란 눈에 눈물 글썽이며 당신에 대한 사랑이 손상을 입을까봐 간원하는 겸손이여!

“수녀님. 우리 주님만 바라보아요. 그 무엇에도 눈길 주지 말고 오로지 주님만 바라보아요.
부끄러움도, 죄도, 그리움도, 처절한 외로움도, 분별도 그대로 두고 우리 주님만 바라보아요.
무엇을 하려 애쓰지 말고, 의지도 맡겨 드리고 그분 발치에 앉아 그분만을 바라 보아요.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오늘만, 아니 지금 이 시간만 견디어 내도록 합시다.
그분은 수녀님의 일을 통해서가 아니라 수녀님의 사랑을 기다리시니 말에요.
수녀님은 잘 이겨내실 수 있어요. 그이가 함께 계시잖아요. 미리 걱정하지 말아요”

주님.
사실은 그 말은 안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얘기였습니다.
냉담한 자신에게,
이기적인 자신에게,
믿음이 없는 자신에게,
잎만 무성한 무화과 나무 같은 자신에게 들려주는 권고 였습니다.

주님.
눈물 글썽이며 잡은 손을 놓지 못하던 수녀님을 뒤로하고 돌아서던
안나는 그의 아픔에 가슴이 아려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당신이 계시니 잘 이겨내리라 안나는 믿습니다.
이 위기가 기회가 되어 당신 사랑 안에 사랑이 되시도록 수녀님을 지켜주어요.
훗날, 성인 반열 올라 미진한 저희에게 부족함을 고백하여 저희가 용기를 얻도록
힘을 주어요.

“미리 걱정하지 말라. 무엇도, 내 사랑 안에 머물라. 안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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