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예전에 대전주보에 연재하셨던 신부님의 묵상이 생각이 나서 올려봅니다^*^

나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나서….


홍광철 신부·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많은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것들을 하나 둘씩은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너무 기쁜 것이라든지, 자신에게 너무도 괴로웠던 것이라든지. 그러나 보통 자신에게 너무도 괴로운 것들이 오래 기억 속에 남게 된다. 그런 것들은 어떤 계기가 되면 다시 기억나게 되고, 그 기억은 자신의 상처를 건드려 예전의 괴로웠던 나로 돌아가게 만든다.



어느날 만화를 보는데 좀 신기한 장면이 나왔다. 보통의 악당들은 이상한 괴물들을 만들어 정의를 지키는 로봇이나 전사와 싸우게 한다. 그런데 이번에 등장한 괴물은 바로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자기 자신의 어두운 그림자였다. 정의의 전사들이 자신의 그림자와 싸우면서 쩔쩔매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그림자에 당하고 있는 이유는 그 그림자가 자신의 아픈 과거를 무기로 삼아 공격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주인공은 자신 때문에 죽은 무죄한 어린아이에 대한 죄책감을 감당하지 못했고, 어떤 주인공은 자신을 괴롭혔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감당하지 못했다. 악당은 “너희는 결코 나를 이길 수 없다. 왜냐하면 너희는 너희 자신이 지니고 있는 과거의 아픔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가 나를 마음만 먹으면 이길 수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나 자신에게 지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아픈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때의 잘못을 후회하면서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 하면서 살아가거나, ‘그 사람이 나에게 그럴 수는 없는데’ 하고 저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결국 자신의 힘만으로는 자신의 내면의 상처와 싸워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친구가 결혼하지 3년만에 이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친구에게는 이혼한 남편이 계속해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결국 5년 전에 이혼을 했지만 아직도 그 남편과의 처절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자신을 망가뜨려 놓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편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남편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데 그 친구는 아직도 그 남편을 저주하면서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남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에게 지는 사람은 결국 그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앙 생활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이 죄의식이라고 한다. 자신의 죄가 너무도 크다고 생각하기에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서 감히 성당에 발길을 옮기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죄책감은 자신에 대한 감정이지 하느님에 대한 감정은 아니다. 자시 자신이 본인을 용서하지 못해서이지, 하느님께서 용서해주시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힘으로 그러한 괴로운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하느님께 도움을 청해야지 포기해서는 결코 안된다. 당신의 사랑하는 아들까지 내어주신 그분은 사랑밖에 모르시는 분이시며, 언제가 돌아오기만을 바라시는 우리의 아버지이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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