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아홉째 재앙: 어둠(탈출10,21-29)
주님께서 모세에게 아홉째 재앙으로 어둠을 내리게 하십니다.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하늘로 손을 뻗어라. 그리하여 어둠이, 손으로 만져질 듯한 어둠이 이집트 땅을 덮게 하여라.”하셨고, 모세가 하늘로 손을 뻗자, 사흘 동안 짙은 어둠이 이집트 온 땅을 덮었습니다. 사흘 동안 사람들은 서로 볼 수도 없었고 자리를 뜰 수도 없었습니다. 손으로 만져질 듯한 어둠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얼마나 짙은 어둠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집트는 3-4월에는 사막에서 뜨거운 모래 폭풍이 불어오고, 그 황사 현상 때문에 앞을 보기가 힘들고, 숨 쉬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이 어둠의 재앙은 모래 폭풍에 의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하느님께 일으키신 것입니다. 그 증거로 이스라엘 백성이 사는 곳에는 어디에서나 빛이 있었습니다.
다급해진 파라오는 다시 모세를 불러 “너희는 가서 주님께 예배드려라. 다만 너희 양 떼와 소 떼만은 남겨 두어라. 어린것들은 너희와 함께 가도 좋다.”(탈출10,24) 라고 말하였습니다. 파라오는 히브리인들을 내보내면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만 양 떼와 소 떼만은 남겨 두고 가라고 말한 것입니다. 먹고 살 길이 없으면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욕심 많은 파라오의 생각일 뿐입니다. 힘들고 지친 당신 백성을 하느님께서는 외면하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협상에서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한 모세는 더 많은 것들을 파라오에게 요구합니다.
“임금님께서도, 주 저희 하느님께 저희가 바칠 희생 제물과 번제물을 내주셔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집짐승들도 저희와 함께 가야 합니다. 한 마리도 남아서는 안 됩니다. 그 가운데에서 주 저희 하느님께 바칠 것을 골라야 하는데, 저희가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는 주님께 무엇을 바쳐야 할지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탈출10,25-26)
순간 파라오는 모세의 요구를 듣고 당황하게 됩니다. 모든 것을 가지고 나가야 하며, 심지어 재물로 바칠 것까지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협상에 임한 파라오가 아직도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리한 자리에 있으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 불리함을 이로움 쪽으로 바꾸는 것도 협상의 전략입니다. 파라오는 이 협상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지만 아직도 자신이 동등한 자리에서 협상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파라오는 “나에게서 썩 물러가라. 다시는 내 얼굴을 보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네가 내 얼굴을 보는 날 너는 죽을 것이다.”(탈출10,28) 라고 말하며 모세와 아론을 쫓아낸 것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결코 파라오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모세는 이렇게 멋진 말을 당당하게 파라오에게 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도 임금님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않겠습니다.”(탈출10,29)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요? 왕이요, 신의 아들로 자처하는 파라오에게 당당하게 말하는 모세의 모습. 이 모습이 바로 두려워하지 않는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아마 이 말을 하고 모세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뜨거워졌을 것입니다. “내가 이런 말을 했다니…,” 하면서 말입니다. 하느님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두려워 한다는 것은 확신이 없다는 증거이며,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한다는 증거입니다. 모세는 지금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제 파라오는 진퇴양란에 빠졌습니다. 재앙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백성들의 원망의 소리는 높아지고, 신하들은 압력을 가해오고, 모세에게 제시한 조건들은 하나도 먹혀들어 가지 않고, 그렇다고 노예라고 생각하며 무시한 존재들에게 굴복하기는 싫고…, 결국 파라오가 선택한 것은 강경노선입니다. “안 돼, 못해!” 파라오는 아직도 자신이 협상에서 아직도 유리한 자리,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