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덟째 재앙: 메뚜기 소동(탈출10,1-20)
파라오는 자신의 마음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 재앙을 끌어당겼습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한번 자리 잡은 버릇은 잘 안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바뀌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권력을 누리던 파라오는 하느님 앞에 항복할 마음이 아직 없습니다. 노예들을 해방할 마음은 더더욱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파라오의 마음과 그 신하들의 마음을 완강하게 만든 것이 당신이심을 모세에게 알려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다시 파라오에게로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의 마음을 완고하게 만드신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들 한가운데에 하느님께서만 일으키실 수 있는 표징들을 일으키시어 파라오로 하여금 하느님께서 누구신지를 알게 해 주시려는 것입니다.
둘째, 하느님께서 주님이심을 이스라엘 백성이 알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셋째, 하느님께서 이집트인들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어떤 표징들을 보여 주셨는지를 체험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의 업적을 자신들의 아들과 손자에게 들려줄 수 있도록 하시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파라오가 계속해서 당신의 백성을 내보내기를 거부한다면 내일 파라오의 영토 안으로 메뚜기 떼를 끌어들이겠다고 경고하십니다. 메뚜기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러자 파라오의 신하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전능을 체험한 그들은 파라오에게 히브리인들이 하느님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허락하자고 간청하였습니다. 심지어 “이집트가 망한 것을 아직도 모르십니까?”(탈출10,7) 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의 재앙을 통해서 이집트가 큰 어려움에 빠졌다는 것을 신하들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신하들이 두려움 속에서 파라오에게 직언하며 간청하자, 파라오는 마지못해 모세와 아론을 불러들였습니다. 하느님의 재앙을 파라오도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파라오는 모세와 아론에게 “가서 주 너희 하느님께 예배드려라.”라고 허락하였습니다. 그리고 “갈 사람은 누구누구냐?”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모세는 아주 멋지고 당당하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저희의 아이들과 노인들을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아들딸들과 함께, 양 떼와 소 떼도 몰고 가야겠습니다. 저희가 주님의 축제를 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탈출10,9)
모세는 파라오에게 “모든 것을 가지고 이집트를 떠나가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 했고, 파라오도 모세의 말을 “이제 이집트를 떠나겠소.”라는 말로 들었습니다. 그러자 분노한 파라오는 “아무리 주님께서 너희와 함께 계시다 한들, 내가 너희와 너희 어린것들을 함께 내보낼 성싶으냐? 너희가 흉계를 꾸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림도 없다. 장정들이나 가서 주님께 예배드려라. 이것이 너희가 바라던 것이 아니냐?” 라고 말하며 모세와 아론을 쫓아냈습니다.
파라오는 자신이 협상에서 좋은 자리에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내 것을 움켜잡으려고만 하면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다가는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됩니다. 파라오는 계속되는 재앙을 통해서 하느님께서 이 백성과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느님께서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알고 있다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드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느님께 말씀드리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좋은 협상의 자세입니다. 그러나 파라오는 이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협상은 팀과 함께 해야 주관적인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데, 파라오는 혼자 하고 있습니다. 혼자 감정적으로 결정을 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파라오의 모습은 내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옆에 있는 이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듣는 척만 하며 언제나 혼자 결정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파라오의 모습과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파라오로부터 모세와 아론이 쫓겨날 것임을 알고 계셨습니다. 모세와 아론도 하느님의 계획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모세와 아론은 좌절하지도 않고, 하느님께 탄원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확신에 차게 되었고, 당당해졌습니다. 파라오가 다시 완고하게 나오자 주님께서는 모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손을 이집트 땅 위로 뻗어라. 그리하여 메뚜기 떼가 이집트 땅으로 몰려와 땅의 풀을 모조리, 우박이 남겨 놓은 것을 모조리 먹어 버리게 하여라.”(탈출10,12)
모세가 이집트 땅 위로 지팡이를 뻗자, 주님께서 그날 온종일, 그리고 밤새도록 그 땅으로 샛바람을 몰아치셨습니다. 그런데 이집트는 언제나 북풍이 불기 때문에 나무들이 남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샛바람은 동풍으로 자연적인 바람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일으키신 바람이라는 뜻입니다. 아침이 되어 보니, 샛바람이 이미 메뚜기 떼를 몰고 와 있었습니다. 파라오의 완고한 마음은 이처럼 엄청난 메뚜기 떼를 몰고 온 것입니다. 메뚜기 떼가 이집트 온 땅에 몰려와, 이집트 온 영토에 내려앉자, 그것들이 온 땅을 모두 덮어 땅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러고는 우박이 남긴 땅의 풀과 나무의 열매를 모조리 먹어 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이집트 온 땅에는 들의 풀이고 나무고 할 것 없이 푸른 것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았습니다. 메뚜기 떼의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자 파라오는 서둘러 모세와 아론을 불러서 이렇게 청하였습니다.
“내가 주 너희 하느님과 너희에게 죄를 지었다. 그러니 이번만은 내 죄를 용서하고 주 너희 하느님께 기도하여, 이 치명적인 재앙을 내게서 거두어 주시게만 해 다오.”(탈출10,16-17)
파라오는 “이 치명적인 재앙을 내게서 거두어 달라”고 모세에게 간청하였습니다. 파라오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첫째, 이집트는 파라오의 것이고, 이집트의 피해는 파라오의 피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 재앙이 자신의 고집과 죄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내게서”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셋째, 이 재앙은 결국 파라오의 통치력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내게서” 이 치명적인 재앙을 거두어 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모세가 주님께 기도하자 주님께서는 샛바람을 매우 세찬 하늬바람으로 바꾸어 주셨습니다. 하늬바람이 메뚜기 떼를 몰고 가서 갈대 바다에 처넣으니, 이집트 온 영토에 메뚜기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 하늬바람도 이집트에서는 불지 않는 바람이니 하느님께서 일으키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파라오는 눈앞의 재앙이 사라지자 또다시 마음이 변하였습니다. 그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내보내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도 파라오가 마음이 완고하여 당신 백성을 내보내지 않을 것임을 알고 계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