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이트로가 사위 모세를 찾아오다(탈출18,1-27)
모세에게 아주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는 바로 미디안의 사제이며 모세의 장인인 이트로입니다. 이트로는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어떻게 이끌어 내셨는지를 듣고서 모세를 찾아왔습니다. 이트로의 방문은 하느님의 섭리이기도 합니다. 모세는 이트로의 충고에 따라 재판관들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① 이트로의 제사
모세의 장인 이트로는 친정에 돌아와 있던 모세의 아내 치포라와 모세의 두 아들 게르솜과 엘리에제르를 데리고 모세에게로 왔습니다. 모세의 가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세를 찾아온 것입니다. 모세는 장인을 맞으러 나가 엎드려 절하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들은 서로 안부를 묻고 함께 천막으로 들어갔습니다. 모세는 장인에게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파라오와 이집트인들에게 하신 모든 일과 하느님께서 이 백성을 어떻게 이끌어 주셨는지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트로는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해 내시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베푸신 온갖 고마운 일을 듣고 기뻐하며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이집트인들의 손과 파라오의 손에서 자네들을 구해 주신 주님, 이 백성을 이집트인들의 손 아래에서 빼내어 구해 주신 주님께서는 찬미받으시리라! 이집트인들이 이 백성을 방자하게 다루었지만, 그 일에서도 이제 나는 주님께서 모든 신들보다 위대하시다는 것을 알았네.”(탈출18,10-11)
모세의 장인 이트로는 하느님께 번제물과 희생 제물을 바쳤습니다. 봉헌물을 모두 태워 연기를 피워 올리는 번제는 하느님께 온전히 바친다는 뜻이며, 그분의 주도권에 모든 것을 맡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주님을 위한 향기로운 화제물이라고 합니다. 봉헌물은 기름만 태우고 나머지는 제사에 참여한 이들이 나눠 먹었습니다. 희생제물을 봉헌하고 음식을 함께 먹음으로써 공동체는 하느님 안에서 일치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론과 이스라엘의 모든 원로들이 모세의 장인과 함께 하느님 앞에서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모세가 파라오에게 말한 출애굽의 처음 명분은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는 것”이었는데 어째서 모세는 지금까지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지 않았을까요?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광야로 사흘 길을 걸어가, 주 저희 하느님께 제사를 드릴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탈출3,18)라고 파라오에게 말하게 하셨고, 모세는 그렇게 파라오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은 사흘 길을 간 마라와 르피딤에서도 제사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모세가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지 않는 이유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파라오에게 가서 말하라고 한 것은 이집트를 탈출하기 위한 구실이었습니다. “이제 그만 종살이를 하겠습니다.”와 “사흘 길을 걸어가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겠습니다.”와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과 계약을 체결한 후에, 하느님께서 정해 주신 규정대로 제사를 드릴 것입니다.
② 이트로의 충고
모세를 찾아온 장인 이트로는 모세가 출애굽한 백성들과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모세의 하루는 백성을 위한 하루였고, 백성은 아침부터 저녁때까지 모세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무슨 일이 생기면 모세에게 왔습니다. 모세는 이웃 간의 문제를 재판해 주었고, 하느님의 규정들과 지시들을 알려 주었습니다. 모세는 아직까지 이 일을 혼자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트로가 보기에는 모세가 일하는 방식이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일을 하게 되면 모세도 지치고 백성들도 지쳐 버릴 것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이트로는 조심스럽게 모세에게 충고를 하였습니다.
“자네가 일하는 방식은 좋지 않네. 자네뿐만 아니라 자네가 거느린 백성도 아주 지쳐 버리고 말 걸세. 이 일은 자네에게 너무나 힘겨워 자네 혼자서는 할 수가 없네. 이제 내가 자네에게 충고할 터이니 내 말을 듣게. 아무쪼록 하느님께서 자네와 함께 계시기를 비네.”(탈출18,17-19)
이트로는 모세에게 충고를 하면서 모세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가갔습니다. 모세는 장인의 충고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이 충고를 통해서 이트로와 모세의 관계가 멀어지면 안 됩니다. 또한 이 충고는 모세와 이 백성을 위한 충고이기에 하느님과도 관계가 됩니다. 모세가 이트로의 충고를 하느님께서 이트로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하느님 백성에게도 변화가 생기고, 장인과 사위의 관계도 금이 가지 않습니다. 이트로는 이것을 염두에 두고 충고를 하기 전에 “아무쪼록 하느님께서 자네와 함께 계시기를 비네.”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이트로는 사랑을 담아서 모세에게 충고하였습니다.
첫째, 자네는 하느님 앞에서 백성을 대리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일을 하느님께 가져가게나. 그리고 그들에게 규정들과 지시들을 밝혀 주고, 그들이 걸어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을 가르쳐 주게.(탈출18,19-20)
둘째, 자네는 온 백성 가운데에서, 하느님을 경외하고 진실하며 부정한 소득을 싫어하는 유능한 사람들을 가려내어, 그들을 천인대장, 백인대장, 오십인 대장, 십인 대장으로 백성 위에 세우게. 이들이 늘 백성을 재판하고, 큰일만 자네에게 가져오도록 하게. 작은 일들은 모두 그들이 재판하도록 하게. 이렇게 그들과 짐을 나누어 져서, 자네 짐을 덜게나.(탈출18,21-22)
이트로의 충고는 사랑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들과 짐을 나누어 져서, 자네 짐을 덜게나.”라는 말은 이트로가 모세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끼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표현입니다. 이렇게 이트로는 조심스럽게 모세에게 좋은 방법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모세는 하느님 백성의 지도자입니다. 지도자는 작은 것에 힘을 쓰지 말고 전체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③ 이트로의 충고를 받아들이는 모세
모세는 하느님과 함께 있었습니다. 하느님과 함께했기에 장인의 말이 옳은 것임을 알았고, 하느님께서 장인을 통해서 말씀하신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장인을 사랑하고 존경하던 모세는 장인의 충고를 받아들였고, 이 충고를 통해서 장인의 사랑을 더 깊이 있게 느꼈을 것입니다. 모세는 장인이 말한 대로 다 하였습니다.
모세는 온 이스라엘에서 유능한 사람들을 뽑아 백성의 우두머리, 곧 천인대장, 백인대장, 오십인 대장, 십인 대장으로 삼았습니다. 그리하여 이들이 늘 백성을 재판하였습니다. 그들은 어려운 일만 모세에게 가져오고, 작은 일들은 모두 그들이 맡아 재판하였습니다. 이제 모세는 자신이 하고 있던 일을 백성들 중에 뽑힌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모세는 좀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뽑힌 이들은 모세와 협력하며 하느님 백성을 돌보았습니다.
④ 조언을 받아들이는 삶
이트로는 조심스럽게 충고했고, 모세는 하느님과 함께 하면서 이트로의 충고를 받아들였습니다. 충고는 상대방과 더 깊이 있는 친교를 누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상대방과 멀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장인 이트로가 일을 나누고 사람들과 함께 하라고 충고하였을 때 모세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만일 모세가 “장인어른! 모르셔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이 백성들 중에는 제가 믿을 만한 사람이 없고, 그럴 만한 능력이 되는 사람도 없습니다. 어려워도 어쩔 수 없이 제가 다 해야 합니다. 장인어른이 이 상황을 모르셔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면 이트로와 모세의 관계는 멀어졌을 것입니다. 물론 모세는 일 속에 파묻혀 그 속에서 헤어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트로가 모세에게 조언을 해 주는 것을 바라보며 내가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도 깊이 있게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아무리 친해도 말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충고를 통해서 오히려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 생각되면 차라리 말을 안 하게 됩니다. 나의 친구가 나에게 아무 말을 안 하는 이유는 내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내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나는 그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충고하며 그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만, 그는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면 내가 받아들이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기에 참으면서 너그럽게 기다려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자녀는 하느님 안에 머물며 형제자매들의 말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형제자매들과의 관계는 더욱 깊어지고, 형제자매들과 더불어 더 크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