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안나 형님!

무지 막지하게 덥더니 새벽녘에 비가 뿌려서는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지는군요.
형님이 저에게 편지를 썼다고 하셔서 우표 붙여서 집으로 보내주시는건가? 하고 은근히 기다리다가 이 ‘사랑방’에 편지가 있음을 발견했어요.
너무나 반갑고 기쁘고 따뜻하구………
그런데 몸이 안좋으신가요? 유배 어쩌구 하신걸로 봐서요-
항상 건강에 유의 하시고 특히 이 여름 동안도 건강하시길 빕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그동안 우울한 감정이 들어서 울면서 지내기도 했으나, 이젠 괜찮아요.
왜 그렇게 울었냐면요-
아버지가 혹 치매에 걸리신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는데, 그 때부터 못나게스리 안 좋은 상황이 소름 끼치게 다가왔고
싫다고, 못한다고 매일 눈물이 났던것 같아요.

다행히 치매는 아니신것 같은데 얼마나 갑자기 늙어 버리셨는지, 정말 안스러울 뿐입니다.
첫째는 걸음을 잘 못걸으시고 입맛이 떨어지셔서 식사를 조금밖에 못하고, 변비로 고생이신데 변비약을 드시고는
그 다음엔 설사로 돌아오는거예요. 그런데 그것도 좋아지셨답니다.
그 방법은 정말 노인네 있으신 댁에선 알아두면 좋을 것같아요.
‘장에는 GG’ 라는걸 하루에 두개씩 드시고 화장실에서 손에 비닐 위생장갑을 끼고 물을 묻혀서 항문 주위를 한바퀴씩 매일 돌리는 방법을
쓰고 부터는 좋아지신 겁니다.
연세가 높아지면 엄마도 그러시더니 “변”이 문제더라구요?
아버지와 대화 내용이 식탁에서도 그 “변”에 대한 것이 제일 많을 정도라니깐요…………

울고 불고 심통 부리는 저를 참아주시는 주님께 감사 드리고, 언니들과 동생도 내색 안하던 저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서,
제가 지쳤나 보다며 아버지께 자기네 집에 잠깐 가 계시자고 서로 그러는데 아버지가 절대 싫다고 하셔서
전 은근히 잠깐이나마 다녀 오시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나, 지금은 뭐 곁에 계시는 아버지가 좋답니다.
자기네 집에 가자고 해도 안가신다고 하시니 그러면 저에게 남편이랑 어디라도 휴가를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다녀오라고,
그동안 언니가 아이들 돌보고 아버지 모시고 살림 해주겠다고도 하더라구요.
그런데 갑자기 계획에도 없던 어딜 가기도 뭣하고 남편도 회사일 때문에 시간이 안되니 저나 어딜 다녀 오라고 하길래,
그래서 힌트를 얻었는데요-
아버지 돌아가신 후에(돌아가시길 바라서 그러는것은 아니구요…) 제 스스로에게 “포상 휴가”를 주기로 했답니다.
어디로 갈지는 그 때 가서 정해야죠~

지금은 언제 울고 불고 했나 싶게 너무나 마음이 평화롭고 감사합니다.
일단 닥치면 하고도 남을 일을 미리 걱정을 하니 어리석었고 형제들에게도 걱정을 하게 해서 미안한 일이지요.
엄마도 아니고 아버지를 목욕 같은건 어떻게 시켜 드리나가 제일 걱정이었으나 한번 씻겨 드리고 보니 그리 어렵지 않을뿐 아니라,
수척하니 볼품 없는 몸을 닦아 드리고 나면 제 마음엔 성스러움(?) 같은 아무때도 느끼지 못했던 그런 마음이 됨을 체험합니다.
수녀원에 가져다 놓을 미사보 주머니도 뜨고 , 책도 너무나 달게 잘 읽히고, 자전거도 타고……..
무엇보다 아침에 30분씩 묵상기도를 하는데 집회서를 읽고 있었으나 요즘은 형님이 이 사이버 성당을 소개해 주셔서
그날의 복음을 묵상하고 가끔 글을 올려서 나눌수 있어서 고맙습니다.

항상 느끼던 것이지만 마리아가 얼마나 고맙고 이쁜지 모른답니다.
일주일에 두번씩 수지침을 가지고 와서 아버지께 놓아 드리고 만져드리고 명랑한 목소리로 이 얘기 저얘기 하고 성가도 불러 드리고………
아버지도 이런 저런 얘길하시고………
아버지 그렇게 만져 드리고는 저에게도 그렇게 해주는군요. 제가 우울할 때 말 들어주고 같이 눈물도 함께 흘려주고요-
아무리 봐도 마리아는 사람이 아닌것 같아요. 천사로 보여요~

주저리 주저리 쓰다보니 꽤 긴편지가 됬군요.
향상 미소와 따뜻한 마음을 보내주고 계시는 형님께 감사하고, 이렇게 형님을 만날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씀 전하며 이만 줄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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