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 주는 것


    보여 주는 것
    작은 제대들 위에 당신이 상상으로 또는 더 나아가 당신의 추리나 두려움에 근거해 묘사한 하느님에 대한 어떤 영상을 만들어 놓기에 지쳐서 유한과 무한, 시간과 영원을 갈라 놓는 메마른 모래 위에 도착하게 될 때, 당신에게는 말하거나 생각할 것이 거의 남지 않게 됩니다. 그때 당신은, 관상이 당신의 일이라면 아주 비참하고 슬픈 것이라고 느낄 것입니다. 공상이나 상상으로 텅 비어 버리고 고통과 혐오감에 꺾이고 짓눌린 당신의 존재로부터 탄식만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의 관상은 한없이 평쳐지는 겨울의 북극 하늘과 같이 잿빛을 띄고 있는 지평선을 응시하는 것으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당신이 새벽빛이 아닙니다. 당신은 새벽빛을 기다리는 땅입니다. 당신의 하느님이 새벽빛이십니다. 조금 있으면 여명이 밝아 오고 좀 더 있으면 한낮이 됩니다. 당신은 그 빛을 기다리는 땅입니다. 당신은 손에 분필을 들고 당신을 향해 오는 그 설계사의 분필을 가다리는 흑판입니다. 앉아서 움직이지 않도록 하십시오. 앉아서 희망을 가지려고 노력하십시오. 시간, 공간, 수, 개념, 이성, 교양 등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앞을 바라보십시오. 그리고 기다리십시오. 고통과 어둠에 찌든 당신의 마음이 당신이 벗어난 이 땅에 더 이상 어떤 희망도 걸지 않도록 하십시오. 눈물이 당신의 메마른 신앙을 촉촉히 적시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참으십시오. 하느님이 당신 앞에 계십니다. 그분이 당신께로 오십니다. 관상은 바라보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 주는 것을 뜻합니다. 하느님이 거기서 당신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분이 당신을 바라보신다면 당신을 사랑하시는 것이고 당신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당신에게 당신이 찾는 것, 곧 그분 자신을 내어 주십니다. 오! 그토록 찾아 헤맨 사람에게 다른 선물이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만족할 줄 모릅니다. 하느님만으로 충분합니다. 결코 다른 것들은 필요 없습니다.
까를로 까레또의 매일 묵상 중에서

♬ Ave Maria-schubert-빈소년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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