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이 너희더러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하나도 따 먹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그것이 정말이냐?”
뱀의 이 질문에는 이중적인 계략이 숨겨져 있다. 먼저 뱀은 여자가 자기를 반성하고 대답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즉 뱀은 질문의 동기에 대한 설명이나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질문의 애매모호성은 하느님께서 정원의 모든 나무들 열매를 따먹지 말라고 하신 금령이 사실인가 거짓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하느님으로 하여금 <그 무엇도 금지하는 존재> 아니면 적어도 매우 인색하게 조금만 양보하여 <겨우 허락하는 존재>로 나타나게 하는 데 뱀의 속셈이 있는 것이다. 뱀은 하느님의 사랑을 왜곡시키려고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런데 성서의 법정신은 시대와 상황과는 상관이 없이 언제나 동일하다. 성서는 금령으로서의 어떤 범을 제정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은혜로운 업적을 이야기의 문체를 통해 먼적 기록하고 있다. 그 다음에 명령적인 문체를 통해 법이 양식화된다. 성서의 이같은 법정신은 은총이 법을 선해하고 있다는 구조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뱀은 이 질문에서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먼저 베푸신 은혜에 대한 요소를 깡그리 생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여자는 뱀의 교활함을 보지 못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