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서 -루가 신부님-

루가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13-16

그 때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코라진아, 너는 화를 입으리라. 베싸이다야, 너도 화를 입으리라. 너희에게 행한 기적들을 띠로와 시돈에게 보였더라면 그들은 벌써 베옷을 입고 앉아서 재를 들쓰고 회개하였을 것이다. 심판날에 띠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오히려 가벼운 벌을 받을 것이다.
너 가파르나움아, 네가 하늘에 오를 것 같으냐?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이렇게 꾸짖으시고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의 말을 듣는 사람은 나의 말을 듣는 사람이고 너희를 배척하는 사람은 나를 배척하는 사람이며 나를 배척하는 사람은 곧 나를 보내신 분을 배척하는 사람이다.”

이번에 설악산을 갈 때 같이 간 일행이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남자 둘, 여자 둘이었습니다. 다 우리 본당 청년들이지요.

모두다 설악산이 초행길이고, 또 긴 코스를 택했기 때문에 저는 계속해서 지도를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길이 등산로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자꾸 확인하고, 지금 걷고 있는 곳이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방심해서 등산로에서 이탈된다면 큰 일이 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었던 것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청년들을 인솔하는 입장이기도 해서….

실은 예전에 지리산에 갔을 때 등산로를 한번 이탈해서 크게 혼난적이 있었습니다. 한 두시간 넘게 해매었습니다. 그 때는 함께 등산했던 친구가 남자였기 때문에 좀더 무난하게 원래의 등산로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설악산이라는 곳이 워낙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가는 곳이어서 그런지 대개의 등산로에서 벗어날 위험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무사히 등산로를 타고 산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안전하게 등산을 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리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산을 타면서 등산로인지, 아니면 등산로가 아닌지 걱정했던 그만큼 나는 과연 나의 영적 여정에서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염려하고 살펴 보고 있는가? 과연 나는 지도를 끊임없이 살펴 보면서 설악산의 길을 자꾸 확인했던 것처럼 내 삶의 지표를 던져 주는 하느님의 말씀은 유의깊게 듣고 있는가?

나는 산에서 등산로를 이탈하게 될 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알면서, 혹시 내 영적 여정에 있어서 잘못된 길을 가게 되는 것에 대해서는 별 위험성을 느끼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닌가? 사악한 길로 빠져 드는 것을 알면서도 “이 정도는 괜찮아.” 하면서 내 자신의 죄와 타협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가?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는 매순간 올바른 길과 올바르지 않은 길, 좁은 길과 좁지 않은 길, 구원의 길과 멸망의 길이라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매순간 그 길들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잘못된 길을 가더라도 하느님께서는 자꾸 우리들을 원래의 등산로로 이끌어 주십니다. 그러나 그렇게 잘못된 길을 가게 되는 만큼 고생입니다.

오늘 코라진과 베싸이다라는 도시를 향해 예수님께서 꾸지람을 하십니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것을 두고 화를 입으리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어떠합니까? 오늘 화답송에서 우리는 이렇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주님, 영원의 길을 따라 저를 인도하소서.” 정녕 우리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그분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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