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메시지- 정진석 대주교

 

                  1999년          사순절 메시지         


                                             정진석 대주교




“너희는 진심으로 뉘우쳐 나에게 돌아오라 단식하며 가슴을 치고 울어라. 옷만 찢지 말고 심장을 찢고 너희 하느님 야훼께 돌아오라”(요엘 2,12-13).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제 우리는 사순절을 맞이하였습니다. 사순절은 무엇보다도 주님의 수난을 깊이 새기는 회개의 때입니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하느님께 돌아오라”는 간곡한 부르심을 지금 우리는 듣고 있습니다. 절제와 단식, 희생과 극기를 통하여 주님께서 걸어가신 고난의 길에 동참하도록 우리는 엄중한 초대를 받은 것입니다.




오늘 우리 현실에서 우리는 회개와 더불어 희생과 극기를 더욱 철저히 실천해야 합니다. 나라는 겨우 국가부도라는 파국을 모면하였으나, 그 충격과 상처는 여전히 국민들의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무엇보다 막막하고 안타까운 일은, 일터에서 쫓겨난 이들의 아픔입니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실직자의 긴 행렬이 줄어들지 않는 한, 우리 각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좌절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경제난을 극복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이지만, 그 과정 중에 결코 인간 존엄성의 침해가 있어서는 안됩니다. 아울러 경제난을 불러온 첫번째 원인이었던 총체적 부패의 뿌리가 곳곳에 온존해 있음을 보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외면한 채 자신들만의 삶을 즐기기도 합니다.


 


또한 죽음의 문화라고 불릴 수 있는 반(反)생명 현상이 만연하고, 지역분열을 부추기는 시대역행적인 갈등과 불화 등, 어두움의 현장도 여전히 널려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고통스럽고 풀기 어려운 난제들이 겹쳐 있기에, 2000년 전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 우리를 구원하시려 자신을 십자가상의 희생제물로 바치신 그리스도, 그 사랑의 극치인 수난 사건은 지금 어느 때보다도 소중한 의미로 우리를 일깨워줍니다. ‘가슴을 치고 심장을 찢는’ 참회가 요청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올해 1999년은 2000년 대희년을 목전에 두고, 교황성하께서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한 ‘성부의 해’입니다. 또한 제삼천년기라고 하는 미지의 새 시대를 여는 막바지 대전야(大前夜)이기도 합니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이어지며 지나온 천년기와 새로운 천년기가 교차하는 거대한 시공(時空)의 길목에 우리의 삶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그저 우연하다거나 범상한 일만은 아닌 듯이 느껴집니다.




우리는 ‘성부의 해’를 맞이하여, ‘하늘에 계신 아버지'(마태 5,45)의 전망 안에서, 이 세상 역사와 현실을 바라보도록 요청받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하느님의 전망 안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으며 이 땅에 어떻게 하느님 나라를 드러낼 것인지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교황성하께서 제시한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한 교회의 우선적 선택'(제삼천년기 51항)이라는 관점은, 우리에게 매우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가난한 이, 버림받은 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감은 주님의 절대적인 가르침이기에, ‘교회의 우선적 선택’은 당연한 것입니다. 교회가 만약 그들을 위해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절제와 극기, 기도를 많이 한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1고린13)이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 인간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지신 주님은 의심할 바 없이 사랑 그 자체이십니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죽기까지 하셨습니다. 그 사랑을 받은 우리는 과연 어떻게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까? 어떻게 해야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하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될 수 있습니까?



“내가 기뻐하는 단식은, 바로 이런 것이다”라며 주님께서는 이미 예언자 이사야를 통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억울하게 묶인 이를 끌러주고 멍에를 풀어주는 것, 압제받는 이들을 석방하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버리는 것이다. 네가 먹을 것을 굻주린 이에게 나눠주는 것, 떠돌며 고생하는 사람을 집에 맞아들이고, 헐벗은 사람을 입혀주며, 제 골육을 모르는 체하지 않는 것이다”(이사 댈,6-7). 이 말씀은 이번 사순절을 맞는 우리 모두에게 향한 주님의 엄중한 메시지입니다.


 


이는 단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풀고 부수고 나눠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단식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희생하신 참된 의미를 실천하는 길이 바로 이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더없이 거룩한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한 인간으로서도 아무런 죄가 없으시면서도, 마치 극악무도한 대죄인처럼 십자가 형틀에서 처형당하셨습니다. 사람들에게서 모욕과 조롱을 받으셨을 뿐 아니라, 아버지 하느님에게서조차 절대적 침묵으로 외면당하셨습니다. 육신의 고통보다 더한 외로움 속에서 고통의 극한을다 견디신 끝에, 참혹한 모습으로 죽으셨습니다.




이를 내다보고 예언자 이사야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그의 몰골은 망가져 사람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었고, 인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제왕들조차 그 앞에서 입을 가리우리라”(이사 52,14-15). “늠름한 풍채도, 멋진 모습도, 그에게는 없었다. 눈길을 끌만한 볼품도 없었다. 사람들에게 멸시를 당하고 퇴박을 맞았다”(이사 53,2-3). 심지어는 “천벌을 받는 줄로만”(이사 53,4)여길 만큼, 비참한 죽음이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예수님은 본래 하느님과 본질이 같으신 분이신데, 어떻게 이처럼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운 십자가의 길을 걸으셔야 하신것입니까? 그 누구 때문입니까? “그를 찌른 것은 우리의 반역죄요, 그를 으스러뜨린 것은 우리의 악행이었다. 그 몸에


채찍을 맞음으로 우리를 성하게 해주었고, 그 몸에 상처를 입음으로 우리의 병을 고쳐


주었구나”(이사 53,5).


 


그렇습니다. 이 모든 고통과 상처와 죽임이 바로 ‘우리의 악행’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고통과 상처와 죽음을 통해 우리를 바른 길로 돌아서게 하시고, 구원으로 이끌어주셨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성 대 레오 교황님의 말씀처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분의 육신이, 우리 자신의 육신인 것처럼 느껴야 합니다”.


그분의 고통, 그분의 죽음을 우리의 것으로 느낄 때, “예수님의 생명이 우리 몸 안에 살고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2고린 4,10)이며, “새 마음 새 뜻”(에제 18,31)을 품는 “새 사람”(로마 12,2)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어려움 속에 방황하는 많은 분들에게 “이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야말로 바로 우리의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1고린 1,24)임을 고백하는 사순절의 위로를 보냅니다. 우리는 진실한 뉘우침과 절제와 사랑의 나눔을 통해서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입니다.








10.           2000년           사순절 메시지        


                                                             정진석 대주교





        “낡은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으로 갈아 입자!”(골로 3,9-10)




1 .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00년 대희년에 우리는 사순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사순시기는 인류 구원의 신비인 파스카 축제를 준비하는 때입니다. 예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파스카 축제는 전례 주년의 중심이 됩니다. 사순시기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기도와 회개, 단식과 자선, 용서와 화해의 삶을 살도록 하며, 예비신자들에게는 세례 준비의 시기이고, 참회자들에게는 화해를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따르기 위해서 수난과 죽음을 겪으셨고, 이로 인해서 부활의 영광에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들 역시 삶 안에서 구체적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할 때 그분의 영광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사순시기는 세례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시기이자, 신자들에게 있어서는 자신들이 받은 세례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는 시기입니다.




2.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이 시기에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며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기도 중에 하느님을 만날 수 있으며, 우리 자신을새로운 모습으로 가다듬어 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기도하는 가운데 자신의 양심을 성찰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새롭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우리는 회개함으로써 “옛 생활을 청산하여 낡은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으로 갈아입을 수 있습니다”(골로 3,9-10) .




또한 이 시기에 신자들은 단식과 자선을 실천합니다. 단식은 주님의 수난 고통에 참여하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든 단식에는 자선과 선행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자선은 구약시대부터 시작된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물이 불을 끄는 것처럼 자선은 죄를 없앤다”(집회 3,30)는 말씀처럼, 자선은 세례성사, 고해성사와 더불어 우리의 죄를 씻어 줍니다. 예수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베푼 자선은 당신께 해준 것과 똑같다고 하셨습니다(마태 25,31-46참조). 아직도 우리 주위에는 인간 생활의 기본인 의식주가 해결되지 인아 고통 당하는 이웃이 많습니다. 사순시기에 우리는 어려운 이웃에 관심을 갖고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교회는 이 시기에 사람들이 서로 용서하며, 화해의 삶을 가꾸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회개하는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수없이 용서받고 있음을 체험하게 될 때, 비로소 잘못한 이웃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용서를 통하여 화해의 삶을 가꿀 수 있습니다. 복음에서 말하는 용서는 죄에 대한 긍정이 아니라, 죄지은 사람에 대한 긍정입니다. 따라서 용서란 잘못한 사람을 다시 우리의 소중한 형제자매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3.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사순시기에 개인적인 회개와 보속 뿐 아니라 공동체적인 회개와 보속도 함께 해야 합니다. 먼저 우리들이 주님을 믿으면서도 그분의 가르침대로 살지 못했음을 회개합니다. 가족 이기주위에 사로잡혀 생명을 경시하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점에 대해서도 뉘우칩니다. 특히 6.25동란 때 남북한이 서로에 대해서 저질렀던 비인도적인 죄악에 대해서도, 우리 신자들이 먼저 민족 전체를 대신해서 회개와 보속의 길을 걸어야 하겠습니다. 현재 식량난을 겪으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북한동포를 돕는 것은 회개와 보속의 표현이며, 나아가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앞당기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에는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해 있습니다. 사람들은 올바른 삶에 대한 관심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는지에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그 동안 선조들이 소중히 여겼던 도덕과 윤리 등 정신적인 가치는 소홀히 취급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 사회에는 각종 부정과 부패, 거짓과 불의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경제․교육․사회 지도자들 안에서 이 같은 부정적인 모습이 더욱 자주 발견됩니다.




4. 다가오는 4.13총선거는 새 천년기를 위한 국가 장래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지금 국민들은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민족이면서도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나라는, 선거 때만 되면 동서로 갈라지는 비극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정치인들은 지역 감정을 자극하여 총선에 악용하고 있습니다 4.13 총선거에서는 혈연과 인연, 학연과 지연 등에 얽매여 투표했던 과거의 습관에서 벗어나야 하겠습니다 성숙한 정치의식을 가진 국민만이 성숙한 정치 현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국민들은 각 정당의 정책과 후보자의 인격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양심에 따라서 올바른 주권을 행사함으로써, 정치의 선진화와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40일 후면 우리는 2000년 대희년에 부활 대축일을 맞이할 것입니다. 비록 우리는 이 사순시기에도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만, 마음은 피정을 하는 사람처럼 거룩하게 가꾸어야 할 것입니다. 장차 부활하신 주님의 은총이 새봄의 햇살처럼 온 누리에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특히 주님의 은총이 남북으로 갈라진 채 오랜 세월을 살고 있는 우리 민족과, 이 땅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두루 내리기를 기원하며 기도드립니다.


                                    


                                           


11.         사순절 메시지 (2001년) 생명의 원천인 하느님은 사랑입니다


                                                           정진석 대주교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는 새로운 삼천년기의 첫 번째 사순 시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사순 시기는 주님의 부활을 합당하게 맞이하기 위하여 40일 동안 준비하는 특별한 때입니다. 우리는 이 시기에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수난의 길을 걸으신 예수님의 삶을 깊이 묵상하고, 자신을 정화하며 기도와 선행을 실천하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첫 설교에서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 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영접하고, 그분의 용서와 사랑을 실천하면서, 참다운 기쁨을 누리라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밭에 익어 가는 곡식을 보면서도 하느님을 생각하셨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와 들에 핀 꽃 한 송이를 보면서도 하느님을 생각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이 세상 만물에게 생명을 주시고 보살피면서 살리시는 하느님을 깊이 깨달은 분입니다. 예수님은 평생동안 말씀과 행적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하느님 아버지의 큰사랑을 알려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으시면서도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마태 26,39)라는 기도를 바치면서까지 철저하게 하느님 중심으로 사셨습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에게 “하느님은 사랑”(1요한 4,9)이심을 알려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랑이신 하느님을 우리들에게 아버지와 같은 분으로 소개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받아 그분의 은총 속에서 살다가 마침내 그분 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사는 사람은 예수님의 사랑과 용서를 생활 안에서 실천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실천하여 세상을 하느님 나라처럼 구원된 모습으로 변화시키기를 권고합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는 것”은 우리 주변이 더욱 따뜻해지고, 감사로운 자리가 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세상의 가치관을 따라 살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느님의 가르침을 잊어버리면, 눈앞의 이익과 안일을 추구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는 부정과 부패, 불신과 죄악 등 수없이 많은 문제들은 하느님의 가르침을 외면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몫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결과일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 무신론과 세속화가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죄의식이나 자기반성 없이 부정과 부패, 사기와 거짓, 향락과 사치, 투기와 과소비에 탐닉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간, 계층간, 빈부간의 갈등과 대립이 점점 심화되는 가운데 정신적인 황폐를 겪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배운 삶의 방식은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하고, 많이 가져야 하고,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방식을 따라 사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방식은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돕는 것이며,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이며,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낮추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사순 시기는 하느님 안에서 자신의 참 모습을 찾아 나서는 거룩한 여행과도 같습니다.


전통적으로 교회에서는 사순 시기에 회개와 기도, 용서와 화해, 자선과 금식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올바로 영접하기 위해서는 죄악에 물들었던 과거의 생활을 청산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첫 자리에 두고 새롭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회개란 낡은 인간의 모습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인간의 모습으로 갈아입는 것입니다. “옛 생활을 청산하고 정욕에 말려들어 썩어져 가는 낡은 인간성을 벗어버리고, 마음과 생각이 새롭게 되어 하느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새 사람으로 갈아입는”(에페 4,22-24) 것입니다.




이 시기에 강조하는 기도는 신앙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신앙인의 특징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만일 신앙인이 기도하는 것을 소홀히 한다면, 그의 믿음은 약화되고 메마른 생활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도를 통해서 항상 새로운 힘을 얻고 세상의 온갖 유혹 속에서도 하느님의 방식으로 올바로 살 수 있는 은총과 힘을 얻습니다. 또한 기도하는 가운데 자신과 이웃, 일상적인 생활과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웃사랑인 자선은 자신이 가진 것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명과 재산은 모두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며,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만일 우리가 필요 이상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몫일 것입니다. 자선은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베푸는 사람에게도 내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줍니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눔으로써 물질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또한 사순 시기에 신자들은 금식과 금육제를 지킵니다. 신자들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절제하는 금식을 통해서 우리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예수님의 고통과 사랑을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이웃이 겪는 고통과 아픔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구조 조정이나 여러 가지 이유로 고통 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금식을 통해서 모은 재화를 주위에 있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실직자나 노숙자, 북한 동포와 외국인 노동자 등과 나눔으로써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70일 후면, 우리는 주님의 부활축제를 맞이합니다. 우리가 지금 사순 시기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금년의 부활축일이 갖는 의미는 각각 다를 것입니다.


주님의 부활 축제에 온전히 동참하기 위해서 사순 시기에 기도와 회개, 자선과 금식을 통해 주님과 이웃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며 사랑을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사순 시기의 여정에 참여하고 있는 교형 자매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 남북한에 있는 우리 민족 모두에게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축복이 골고루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1년 사순 시기를 맞이하면서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정 진 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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