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누이 (출애 2,1-8; 15,20-21)

 

모세의 누이 (출애 2,1-8; 15,20-21)


                                                                     이종환






구약성서의 말씀 중에서 출애굽기는 인간 구원이 무엇인지, 그리고 구원받은 사람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잘 드러내 줍니다. 우리는 그 안에서 야훼께 헌신한 여성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모세의 누이도 그러한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모세가 태어난 때는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참으로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요셉을 비롯한, 이스라엘 열 두 지파들이 에집트에서 번성하고, 큰 민족을 이루며 사백 삼십여 년이 흐른 후였는데, 에집트 역사에 끼친 요셉의 공적을 모르는 새 파라오들은 이스라엘 백성을 노역시키며 탄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대 환경 속에서 하느님께서는 고난 중의 이스라엘 백성을 건져낼 민족의 지도자 모세를 세상에 보내셔야 했습니다. 그리고, 모세를 보내시기 위해 먼저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과 누이 미리암, 그리고 모세의 생명을 키워줄 파라오 왕의 딸, 이렇게 세 여인을 준비시키시어 슬기로 채워 주셨습니다.




레위 가문의 딸인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이 미리암과 아론을 낳은 후, 민족의 지도자 모세를 또 낳았을 때에는, 히브리 사람이면 누구나 사내아이를 모두 강물에 던져 죽이라는 왕명이 선포되어 있었습니다(출애 1,22).




이 때, 모세의 어머니는 아기 모세를 석 달 동안 숨겨 기르고 있었는데, 더 이상 숨겨둘 수 없게 되자, 왕골상자를 구해 안팎으로 역청과 송진을 바르고 그 속에 아기를 뉘었습니다. 그리고는 파라오의 딸인 공주가 자주 나오는 갈대 숲에 놓아두고, 지혜로운 딸 미리암으로 하여금 멀찍이 서서 형편을 살피게 했습니다.




마침 파라오의 딸이 목욕을 하러 강으로 나왔습니다. 시녀들은 강가를 거닐고 있었는데, 공주는 하느님의 계획 속에 끼여든 여인인지라, 몸소 갈대숲 속에 있는 상자를 발견하게 되었고, 곧 시녀를 불러 그것을 건져내게 합니다.




왕골 상자 안에서는 사내 아이가 울고 있었고, 공주는 그것을 보고 ‘이 아이는 틀림없이 히브리인의 아들이로구나!’ 하며 불쌍해 하였습니다(출애 2,6). 하느님께서는 공주의 마음 속에 측은한 마음이 일게 하셨던 것입니다.




그 때 숨어서 지켜보던 미리암이 나서서 파라오의 딸에게 말했습니다. ‘아기에게 젖을 빨리게 히브리 여인 가운데서 유모를 하나 데려다 드릴까요?’ (출애 2,7) 그리고, 파라오의 딸이 ‘그래, 어서 다녀오너라.’(출애 2,8) 하고 대답하자 미리암은 그 어머니 요게벳을 불러옵니다. 




이렇게 해서 미리암은 어머니로 하여금 동생 모세의 유모가 되어 친히 아들을 기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모세의 어머니는 아들 모세에게 직접 젖을 먹이게 되었고, 시간을 아끼고 아껴, 기도하고 가르치고, 히브리의 지도자가 지녀야 할 정신을 매일매일 심어 주며, 모세를 키울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기가 많이 자라자 모세의 어머니는 아이를 파라오의 딸에게 데려 갔습니다. 그리고 공주는 그 아이를 자기의 아들로 삼고, 물에서 건져냈다고 하여 모세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이렇게 자란 모세는 궁 안에서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하느님의 명을 받아 이스라엘 백성을 고난에서 해방시키는 백성의 영도자가 됩니다.




그리고,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에집트에서 탈출할 때, 모세의 누이 미리암의 모습은 또 한번 등장합니다. 홍해에 이르렀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물에 뛰어드는 것을 겁내고 주저했지만, 선두에서 그들을 이끌고 간 영웅적인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모세의 누이였습니다.




성서 말씀은 이를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론의 누이요, 예언자인 미리암이 소구를 들고 나서자, 여자들이 모두 소구를 들고 나와 그를 따르며 춤을 추었다. 미리암이 노래하였다. ‘야훼를 찬양하여라. 그지없이 높으신 분, 기마와 기병을 바다에 쳐넣으셨다.’”(출애 15,20-21)




이처럼 하느님의 총애를 받아 크게 일했던(미가 6,4) 미리암은, 하느님의 일꾼인 모세를 심하게 미워한 나머지, 하느님의 벌을 받아 문둥병 환자가 되기도 합니다.(민수12,1-16)




물론, 그녀가 모세를 미워함에 있어서 정당한 구실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사십 년의 광야생활에서 지치고 헐벗고 굶주리는 백성을 이끌어야 할 모세가, 그 고난 속에서 이방인의 딸을 아내로 택하는 것을 보고, 미리암은 그 일이 지도자의 영성에 흠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세를 나무랐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녀에게 벌을 주셨습니다.




우리는 모세와 그의 누이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몇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첫째, 원수의 자식을 이용해서까지 모세의 목숨을 지키신 하느님의 섭리를 깨닫게 됩니다. 파라오 왕은 히브리 가정의 모든 사내아이를 죽이라 하는데, 그 왕의 딸인 공주는 히브리 가정의 아들 모세를 자식으로 입적하여 기른 것입니다. 이를 어찌 하느님의 섭리라 아니하겠습니까?




둘째로, 미리암이 민족의 지도자이며 모세의 조언자였던 것을 통해 볼 때, 질투나 증오, 비판은 당연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할지라도, 오직 하느님께 그 심판을 맡겨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셋째로, 하느님의 작은 도구로서 충실히 임무를 수행했던 모세의 누이 미리암의 모습에 주목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적 존재로서 모세가 그 옛날 에집트에서 이스라엘을 구출할 때, 시작에서 끝까지 자신을 헌신했던 미리암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 시대의 선두에서 소구를 치며 소리를 선창하는 지혜로운 조언자가 될 것을, 출애굽기 속의 미리암의 이야기는 거듭거듭 우리에게 말해 준다고 하겠습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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