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베르크 변주곡

수면제 대신 쓰여진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보통 “졸리는 음악이다”라고 하면 시시하고 따분한 음악을 말하니 결코 찬사는 아니다. 그런데 작곡 목적 자체가 인간을 잠들게 하기 위한 곡이 있다. 물론 아기를 잠재우는 자장가도 그런 곡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유아들을 상대로 만든 단순하고 귀엽고 짤막한 곡이 아니다. 전곡 연주에 반복까지 합치면 한 시간을 넘고 내용도 아주 품격히 높은 예술적 거작으로서, 순전히 사람을 잠들게 할 목적으로 작곡된 아주 드문 케이스의 곡이 바로 바하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다.
원래 곡명은 <여러 가지 변주를 수반하는 아리아>. 바하는 그 곡을 1742년 그의 나이 57세 때 제자인 요한 테오필 골드베르크를 위해 출판했다. 당시 골드베르크는 돈 많은 귀족 카이저링크 백작의 전속 악사였다.


 카이저링크 백작은 독ㄷ일 드레스덴에 주재하는 러시아의 외교관으로서 격무에 시달린 나머지 심한 불면증에 걸려 고통 받고 있었다. 신통한 수면제도 없던 시대였기에 그는 침실 옆방에서 잠을 청할 수 있는 음악을 계속 연주토록 하여 자주 잠들곤 했다. 말하자면 ‘수면음악’인 셈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바하는 금전적으로 신세도 진 일이 있는 백작과 백작의 고용악사이자 제자인 골드베르크를 위해 길고 멋들어진 곡을 단시일 내에 완성시켰다. 이름하여 <골드베르크 변주곡>. 주제와 30개의 변주로 된 이 곡의 작곡 연대는 분명치 않다. 만약 그 곡이 출판된 1742년의 전 해에 작곡되었다면, 그 때의 골드베르크의 나이는 불과 14세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로부터 15년 후, 그는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떴으니 소년기에 주인 어른을 잠재우기 위해, 자지도 않고 노다지 쳄발로만 연주했던 과로가 겹쳐 결국은 요절까지 하지않았나 싶기도 하다.


또 한 가지, 그 곡에는 이런 일화도 얽혀 있다.
고지식하기로 유명했던 피아노의 거장 루돌프 제르킨이 처음 베를린에 데뷰했을 때 그의 독주회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열화 같은 청중의 앙콜 요구에 제르킨은 “제가 현재 악보 없이 칠 수 있는 곡은 딱 한 곡밖에 없으니 그 곡으로 답하겠습니다.”라고 간단히 답하고는 반복 부분가지 제대로 연주하면 90분이나 걸리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앙콜곡으로 작곡가의 지시대로 반복 연주해 또 한번 청중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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