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의 어원

오케스트라의 어원
‘관현악’ 혹은 ‘관현악단’이 ‘오케스트라’의 역어라는 사실쯤은 음악의 문외한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널리 보급된 관현악이란 낱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입김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는 목관악기, 금관악기 등의 관악기와 바이올린이나 하프처럼 줄을 문지르거나 퉁겨서 소리를 내는 현악기 등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지는 음악이라는 뜻이 되리라.
한자 문화권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이 ‘관현악’이라는 역어는 아마도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은데, 아무래도 처음부터 단추를 좀 잘못 낀 느낌이다. 오케스트라의 어원을 조금이라도 유심히 살펴보면 관현악이라는 번역은 그리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백명 가까이 되는 대편성의 교향악단을 보면 관,현뿐만 아니라 팀파니, 심벌즈 등의 타악기까지 있다. 따라서 관현악단이 아니라 ‘관현타악단’이 더 정확한 역어가 되겠지만 타악기 숫자는 워낙 적어 명칭에서 빼고 관현악단이라고 불러도 그 정도는 참을 수가 있다.
문제는 서구인들이 흔히 쓰는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경우 오케스트라를 어떻게 번역하는가 하는 것이다. 현악기만으로 구성된 악단이라는 이 말에서 오케스트라를 관현악단으로 번역해 버리면 전체적으로 ‘현 관현악단’이 된다. 관악기는 분명 없는데 ‘관’이 들어가고 ‘현’도 두 번이나 들어가니 이상한 꼴이 되고 만다.
요즈음은 그런 경우 ‘현악 합주단’이라고도 번역하는 모양이다. 내 생각으로는 오케스트라에 꼭 알맞은 역어가 새로 나오지 않는 한 한자권에서도 굳이 번역할 필요 없이 그냥 ‘오케스트라’로 사용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오케스트라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의 ‘오르케스트라’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원형극장 꾸밈새를, 참조하면서 살펴보자.
우선 원형 운동장 같은 연기장 둘레에 반원을 약간 넘는 계단식 관객석이 둘러져 있고, 저 멀리 원둘레와 접선으로 배우들이 등장하는 ‘스케네’라는 무대가 있다.
무대와 거의 원 중심사이에 있는 ‘티멜레’라고 불리던 제단 사이의 빈터를 바로 ‘오르케스트라’라고 했다. 차례가 돌아오면 일단의 무용수들이 이 빈터에 몰려나와 춤도 추고 노래도 불렀다.
오케스트라는 원래 이렇게 ‘춤추는 장소’를 뜻하는 말로서 풍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뜻이 조금씩 변해 내려오다가 지금은 여러 가지 악기를 모아 조직한 합주단체를 가리키는 말로 굳은 것이다.
제단으로부터 관중석 쪽으로 있는 공간은 12인 내지 15인으로 구성된 합창 겸 무용단이 오르케스트라에 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대기장소로 ‘코로스’라고 했다. 그것이 오늘날 ‘합창’, ‘합창곡’, ‘합창단’의 뜻으로 쓰이는 ‘코러스’의 어원임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오케스트라나 코러스나 원래는 어떤 특정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하기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수천 년 동안 그 정도의 변화밖에 없었으면 그래도 지조를 괜찮게 지켜온 낱말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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