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지팡이, 홀

지팡이와 홀(笏)은 둘 다 나무와 상관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내가 너희에게 온 땅 위에서 낟알을 내는 풀과 씨가 든 과일나무를 준다.
너희는 이것을 양식으로 삼아라'”(창세1,29).
또 이어”야훼 하느님께서는 보기 좋고 맛있는 열매를 맺는 온갖 나무를
그 땅에서 돋아나게 하셨다”(2,9)고 하였습니다.

분명 어느 문화에서나 나무는 생명의 상징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리 시골에 거의 마을마다 당나무를 모시고 있듯이
유럽에서는 전나무가 특히 신령한 나무로 여겨져 왔습니다.

저의 고국이 벨기에에서는 사거리에 그러한 뜻이 나무가 서 있습니다.
본래는 신령한 나무로 통하던 것이 이제는 그리스도교화되어
그 나뭇가지에 십자가를 달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럽에서의 그리스도교 토착화의 한 예라 하겠습니다.

사람은 나무에서 가지를 잘라 그것으로 지팡이 또는 홀을 만들어 쓰면
그 나무의 영검을 얻는다고 믿었던가봅니다.
마법의 지팡이가 그 흥미로운 예의 하나이겠습니다.
지팡이로 돌을 두드리면 금을 변한다는 요술 같은 옛이야기도 전해옵니다.

성서에도 이런 의미의 지팡이가 곧잘 등장합니다.
탈출기에 보면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너는 이 지팡이를 손에 잡고 가거라. 이것으로 증거를 보여주어라”(4,17)하고 명하시자
모세는 그 지팡이를 가지고 에집트 왕 앞에서 온갖 기적을 행합니다.

같은 탈출기 7장17-21절에는
나일강의 수면을 지팡이로 쳤더니 물이 피로 변했다고 씌어 있고,
9장 22-25절에는 하늘을 향해 지팡이를 쳐들었더니
에집트 땅 전체에 우박이 쏟아졌다고 하였습니다.

민수기 17장17-26에도
아론의 지팡이에서 꽃이 피어 편도가 열리더라는 이야기가 있고,
20장 6-11절 모세의 지팡이로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오게 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홀**
본래 모든 임금은 사랑 있는 신의 대표자로 여겨졌습니다.
임금이 신의 힘을 실제로 쥐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손에 든 홀입니다.
이렇둣 홀은 “왕의 권위의 표시’가 되었습니다.

**지팡이**
성서에서는 지팡이가 ‘나그네의 표시’였습니다.
길을 나서면 온갖 위험에 노출되므로
지팡이로 맹수나 적이나 도둑으로부터 자기 몸을 지키지 않으면 됩니다.

그뿐 아니라 지팡이는 길을 걷는 자기 다리에도 힘이 되어줍니다(탈출 12,11).
마르코6장 8절에는
“여행하는 데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이것은 지팡이야말로 하느님의 힘이라는,
선교길에 나서는 제자들에게 오직 하느님께만 의지 하라고 예수께서 타이르신 말씀입니다.

뿐더러 지팡이가 목자에게는 소중한 도구이기도 하였습니다.
지팡이는 양을 늑대 따위로 부터 지켜줌과 동시에
도망가는 양의 뒷다리를 잡아 걸어 무리에 도로 끌어들이는 구실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팡이는 그 맨 윗부분이 구부러져 있습니다.
영어로 ‘크룩’이라 하여 갈고리를 가리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양치기나 주교가 짚는 꼭대기가 구부러진
이른바’목장이라는 말이 파생하였습니다.
성서에서는 하느님과 그리스도가 착한 목자로 불립니다.

그래서 성화에 그려진 착한 목자는 손에 지팡이를 짚고 있습니다.
시편은 “나 비록 음산한 죽음의 골짜기를 지날지라도
내곁에 주님 계시오니 무서울 것 없어라.
막대기와 지팡이로 인도하시니 걱정할 것 없어라”(23,4)하며
지팡이의 의미를 아름답게 표현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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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과 지팡이가 나무의 영검과 상관 있다는 것은
잊혀진 채 어느덧 홀도 목장도 황금으로 만들기에 이르렀습니다.
그 권위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강조하고 싶었던 게지요.

여담입니다만 최근 들어 주교가 지팡이를 잘 쓰지 않는 것을 봅니다.
주교의 관은 여전히 쓰고 있는데
이’미트라’는 본래 로마제국 총독의 모자모양을 본뜬 것으로
실은 세속적인 권위의 상징인 터였습니다.
그렇다면 주교는 권위를 나타내는 관보다
오히려 목자를 나타내는지팡이를 쓰는 편이 더 온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주교의 지팡이가 나무로 바뀌어 가는 추세는 그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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