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에 성서를 읽고 있노라면
거기에도 많은 차별적인 표현이 쓰이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성서는 하느님의 계시를 받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세계를 말하기 위해 쓴 것인 만큼
쓰는 사람이 살던 시대의 사고 방식이 거기 반영된 것은 당연합니다.
예를 들면 남존여비도 성서에 나옵니다.
그러나 성서가 의도적으로 여성을 멸시한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언제나 여자, 어린이, 가난한 이들,약자들 편에 서 계십니다.
이제 거론할 ‘바른편과 왼편’도 왼손잡이인 분들에게는
혹 듣기에 언짢으실지 모릅니다만,
이것 또한 당시 사회의 한 관념으로 보고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 세상 사람 대부분은 바른손잡이입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바른손잡이가 어쩐지 옳고
왼손잡이는 교정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영어의 ‘right’라는 말은 ‘바른편’이라는 의미와 함께’바르다’는 뜻도 있습니다.
그런데 옛 조선왕조에서는
영의정 바로 아래가 좌의정이고 우의정은 또 그 아래였는데,
그 나름대로의 까닭이 있었습니다.
임금님이 북(뒤)으로는 산을 등지고 남쪽을 향해 죄정하면
그 왼편이 해돋는 동쪽이고 바른편이 해지는 서쪽이 되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도 마찬가지로 약사여래의 왼편에는 일광보살이 시립하고
바른편에는 월광보살이 시립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남존여비사상에 근거하는’남좌여우’라는 격식도 이런뜻을 띠었습니다.
같은 동양이라도 바빌로니아 사람들과
아시리아 사람들의 지신’벨은 바른손에 햇빛,왼손에 달빛을 두고 있어
해님, 왼편은 달님이 됩니다.
여기에는 바른편이 남성, 왼편이 여성이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이슬람교나 힌두교 나라들에서는 밥을 먹을 때 오직 바른손만을 쓰기로 되어 있습니다.
악수할 때 왼손을 내밀기라도 하면 상대방에게 큰 모욕을 주는 꼴이 됩니다.
왜냐하면 왼손은 불결한 데에만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서에는 바른편을 상위로 여기는 좋은 예가 있습니다.
창세기 35장18절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의 얘기가 그것입니다.
아내인 라헬이 난산 끝에 둘째 사내아이를 막 낳으려고 할 때
그 아이를 ‘벤.오니’,즉 ‘내 고통의 자식’이라고 이름지어 달라고 말하면서 그만 숨을 거둡니다. 그 아비 야곱은 평생 이렇게 불운한 이름을 불릴 자식이 가엾어
그 아이를 ‘벤.야민’, 즉 ‘벤’은 내 자식, ‘야민’은 바른손,
다시 말해 ‘행운의 자식’이라고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하느님도 바른손 왼손을 가지셨다고들 생각했습니다.
“당신께서 바른팔을 뻗으시니 땅이 그들을 삼켰습니다” 하고 탈출기 15장 12절에 나와 있고,
시편 110편 1절에서는 하느님 말씀으로
“내 바른편에 앉아 있어라. 내가 네 원수들을 네 발판으로 삼겠다”고 다윗이 노래합니다.
예수님 자신도 하늘에 오르신 다음
하느님 바른편에 죄정하셨다는 말씀이 마르코16장 19절에 나옵니다.
이것은 예수님께 하느님 나라의 모든 권위와 권력이 주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주님의 승천은 예수님께서 온 우주의 왕으로 좌정하신 즉위식이기도 합니다.
성부의 바른편에 앉아 계시는 예수님은 우리들의 기도를 아버지께 전구해 주십니다.
한편,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에서 모든 나라 백성을 한데 모아
바른편에는 복받아 천국을 상속할 사람들을 갈라놓고
왼편에는 저주받아 영원한 불에 들어갈 자들을 갈라놓으셨다고 마태오는 말합니다.(25,31-46).
예수님의 십자가 양편에 달려 있던 우도와 좌도를 연상해 볼수도 있겠습니다.
이상은 왼손잡이와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 아무 걱정 마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