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과 신약 성서 모두에 가끔 염소 이야기가 나옵니다.
양치기들은 대체로 양과 아울러 염소 쳤습니다.
그들에게 염소는 소중한 짐승이었습니다.
그 젖이 매우 영양가가 높아서 치즈 만들기에 적격이었습니다.
그 털은 천막 재료로 쓰였습니다.
성서에 나오는 염소의 털은 검정색이어서 그 털로 만든 천막 역시 검은빛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천막천이 방수 역할을 해냅니다.
성전의 지성소 앞에 치는 천막 역시 염소털로 짠 것이었습니다.
염소는 양보다 성질이 거칠고 그 먹이도 다릅니다.
양은 목초를 뜯어먹지만 염소는 나뭇잎이나 잡초따위를 즐겨 먹습니다.
싸움도 잘하고 도망치기도 곧잘 합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때때로 양과 염소를 갈라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마태오 복음 25장 31-33절의 배경입니다.
“사람의 아들이 모든 민족들을 앞에 불러 놓고
마치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갈라놓듯이
그들을 갈라 양은 바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자리잡게 할 것이다.”
바른편은 축복받은 사람들,
왼편은 저주받은 자들의 상징이므로
염소의 이미지는 아무래도 좋지 않습니다.
앞서 염소는 성미가 사나운 짐승이라고 했는데
이런 인상은 그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고대 유대아에서는 ‘욤 킵푸르’라는 속죄의 날이 되면
염소 한 마리를 광야로 끌고나가 아자젤(91-2쪽 참조)에게 바치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레위기 16장 8절에는 제사장 아론이 속죄의 날에
숫염소 머리 위에 손을 얹고 상징적으로 유대인들이 죄를
그 염소에게 씌워 광야의 아자젤에게 쫓아 보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아자젤은 사막에 살고 있는 악마 같은 존재라고들 여겼는데
이렇게 하면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든 죄가 일년에 한번 씩 지워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염소(속죄 양)를 영어로는 ‘스케입고트’라고 하는데
이 낱말은’scape=escape= 도망치다,goat=염소’라는 뿌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른바’속죄양’을 뜻하는 이말은
오늘 ‘남의 죄를 대신 뒤집어 쓰는 자’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모두가 나빴는데 한 사람에게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을 두고
‘그 사람을 속죄양으로 만든다’고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글자 그대로 우리들이 속죄양이 되셨습니다.
우리들 모두의 죄를 지고 악인들이 손에 넘겨져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