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
히브리인들의 사회 생활은 철저한 가부장 제도와, 씨족이나 부족 안에서의 강한 연대의식에 바탕을 둔다.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창세 2.18). 고대 사회에서 무리에서의 이탈은 곧 죽음을 뜻하였다. 혈족에서 벗어나 방황하는 자는 죽여도 무방하였다.(창세 4.14)
1. 사회구조
히브리인들의 사회구조를 대하다 보면 임금, 아버지, 구속자, 연대의식 따위의 개념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의 사회구조가 빚어 낸 여러 가지 중요한 개념들을 이해하기 위하여 유목생활의 초기부터 솔로몬 시대의 절대 왕정에 이르기까지 발전되어 온 수직적인 사회구조를 살펴보자.
가. 가정
히브리인들의 사회구조 가운데 가장 기초가 되는 단위는 가정이다. 그들은 가정을ꡐ아버지의 집ꡑ이라고 불렀다. 그만큼 가정에서 아버지의 권위는 절대적이었다. 가정은 남편과 아내, 그들의 자녀들(혼인을 했든 하지 않았든), 집안의 종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의지할 데 없는 독신 친척들로 구성된다.
옛 이스라엘 사회에서 홀로 된다는 것은 가장 큰 공 포였다. 구약성서에 보면 배우자나 가족과 사별했거나 본집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홀로 된 사람들은 반드시 다른 가정에서 맞아들여야 한다고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하였다. 집안의 가장은 이 사람들을 다른 가족들과 똑같이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었다.
가정이라 하면 모여 살 수 있는 집과 가족관계를 말한다. 그곳에서 온 가족이 모여 과월절을 지내고(탈출 12,3.46). 그 곳의 가장인 아버지가 죽었을 때는 그의 재산을 분가하는 아들들에게 나누어 준다. 일반 규정에 따르면 장남은 다른 아들들보다 유산을 두 배로 받는다(신명 21,17). 재산 상속은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에도 가능하였다. 이 경우 재산의 소유권이 아들에게 넘어가더라도, 아들에게는 땅으로 되어있는 재산을 돈으로 바꾸는 처분권은 없다. 가장의 위치는 가장 중요하다. 아들은 자기 자신의 근원인 아버지를 항상 가정의 첫째 자리에 모셔야 한다. 아버지가 앉는 자리는 따로 정해져 있었고 그 자리에 아부도 대신 앉을 수 없었다.
생리학적 지식이 부족했던 히브리인들은 남자가 생명을 주고 여자가 그 생병을 받아 키워나가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성서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아이를 낳아준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창세 16,15;21,2 등), 그리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생명을 빚지고 있다고 여겨, 자기 자신을ꡐ아무개의 아들 누구ꡑ라고 불렀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루가 4,22). 개인이 주체성은 오로지 아버지와의 연대성 안에서 정립되었고, 아버지는 가정에서 최상의 권위를 가졌다. 먼 옛날에는 이 권위가 가족들의 죽음이나 생명을 결정할 수 있을 마큼 컸다.
유다는 과부로서 임신한 며느리 다말을 처형하라고 명한다(창세 38,24). 후대에 내려오면서 아버지가 자식의 생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표현이나 생각은 사라졌지만, 특별한 경우에 자식이 아버지의 소유물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어떤 경우에나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자식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었을 때 아버지가 대신 보당을 받는 경우와 생활형편이 매우 어려워서 자식을 부양하지 못하고 남의 집에 파는 경우로 한정된다. 아버지는 이처럼 집안 식구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막중한 책임도 따랐다.
성서의 아버지 개념은 이처럼 풍부한 의미를 지닌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른 성서대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권위와 책임이 축소된 현대판 아버지의 개념을 떠나 가족들 안에서 큰 권위와 책임을 지녔던 옛 히브리인들의 아버지 개념으로 돌아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