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묵시문학의 유형
2.1. 묵시라는 용어에 대한 설명
묵시문학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αποκαλυπτω라는 통속적인 희랍어 동사는 “베일을 벗겨내다” 또는 “발견하다”라는 어원론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70인역 성서에서는 ᾀποκαλυψις라는 용어를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구체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잠언이나 집회서에서는 인간들에게 자연 질서의 비밀을 계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욥기나 아모스, 다니엘에서는 자연적인 방식으로 도저히 간파할 수 없는 비밀들을 하느님께서 폭로하여 깨닫게 해주신다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신약성서에서는 αποκαλυπτω라는 동사와 ᾀποκαλυψις라는 명사를 모두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 빈도도 높다. αποκαλυπτω라는 동사는 ‘감추어진 것들을 드러낸다’라는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하느님만이 알고 계시는 비밀이나 신적인 것들을 계시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 반해 ᾀποκαλυψις란 명사는 초자연적인 실재를 지칭하기도 하고 하느님이나 주님께서 전해주시는 특별한 계시를 지칭하기도 하고, 하느님의 자녀들이 영광스럽게 현현되는 것을 지칭하기도 한다.
이런 사실들을 감안해 볼 때, 우리는 세기초 유다인들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자들도 미래를 밝혀주는 신적인 계시들을 담고있는 책을 지칭하기 위해 ‘묵시록’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었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2. 묵시문학의 유형
하느님께서 인간들에게 전해주시는 계시를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하느님께서 전해 주시는 그와 같은 계시들을 깨달을 수 있는 은총을, 하느님으로부터 직접 또는 천사들의 중재를 통해 부여받은 특별한 사람들은 계시의 말씀들을 직접 듣게 된다. 둘째 일부 사람들은 천상적 환시들을 묵상할 수가 있다.
2.3. 유다인 묵시록들과 요한 묵시록의 비교
묵시문학이 번성했던 시기는 위기와 혼란이 가중되던 시기였다. 묵시 문학의 유형으로 창출된 문학들은 멸시 당하고 고통을 겪으며,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격리된 자들을 위로해 주고, 그들로 하여금 인간 운명의 안내자이시며 역사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더욱 강건하게 갖게 하기 위한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요한 묵시록은 유다인 묵시록들을 표절하거나 모방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 유다인 묵시록들은 가명으로 만들어졌으나 요한 묵시록은 가명이 아니라 저자의 이름을 분명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둘째, 유다인 묵시록들의 저자들은 자신들을 막연한 인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들의 저술 연대와 기원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으나 요한묵시록은 저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셋째, 요한 묵시록의 저자가 유다인 원천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유다인 묵시록들 속에 나오는 내용들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 아니고, 그러한 원천들을 그리스도교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넷째, 묵시적 유형의 유다인적인 글들 속에서도 오직 하느님만이 새로운 시대를 구현하시는 분으로 묘사된다. 그러므로 거기에서는 메시아라는 개념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요한 묵시록의 경우 하느님의 계획은 그리스도께서 봉인을 떼시는 순간부터 실현되기 시작한다. 또한 요한 묵시록 1-3장은 묵시적 유형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고 예언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그것들은 문제에 직면해 있던 일곱 교회 하나하나의 영적인 상태에 대한 선교적 내용을 담고있는 것으로, 신앙을 수호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해 주고 있다.
그러므로 요한 묵시록의 저자는 당시 이미 널리 유포되어 있던 묵시문학 유형을 사용했고, 특히 구약성서로부터 많은 내용들을 빌어다 썼지만, 그것들을 자신의 고유한 작품으로 만들어 낼 줄 알았고, 이런 점에서 당대의 유다인 묵시록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