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요셉 가족과 파라오(창세기 47,1-31)
1) 파라오를 알현하는 요셉 가족(창세기 47,1-12)
요셉은 두 번에 걸쳐 가족을 파라오에게 소개한다. 먼저 형들을 소개하였다. 요셉이 가서 파라오에게 아뢰었다. “제 아버지와 형제들이 양 떼와 소 떼, 그리고 자기들의 재산을 모두 가지고 가나안 땅을 떠나와, 지금 고센 지방에 있습니다.” 그런 다음 요셉은 자기 형제들 가운데에서 다섯 사람을 가려 파라오에게 소개하였다. 요셉은 가족들이 고센 지방에 살게 하기 위해서 고센 지방에 있다고 한 것이다.
“이 종들은 목자들입니다. 저희도 그러하고 저희 조상들도 그러하였습니다….저희는 이 땅에서 나그네살이를 할까 해서 왔습니다. 가나안 땅에 기근이 심하여 이 종들의 양 떼를 먹일 풀밭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 종들이 고센 지방에 머무를 수 있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창세기 47,3-4)
그러자 파라오는 요셉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대의 아버지와 형제들이 그대에게 왔소. 이집트 땅이 그대 앞에 펼쳐져 있으니, 그 가운데에서 가장 좋은 땅에 그대의 아버지와 형제들을 머무르게 하시오. 그들은 고센 지방에 머물러도 좋소. 그대가 알기에 그들 가운데 유능한 사람들이 있거든 내 가축을 돌보는 책임자로 세우시오.”(창세기 47,5-6)
요셉은 원하던 바를 파라오에게서 얻은 것이다. 요셉은 형들 다음에 아버지를 소개한다. 요셉이 이렇게 한 것은 아버지의 존엄성과 또 하느님과 맺은 계약의 수령자인 이스라엘 민족의 존엄성이 조금이라도 손상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아버지가 고개를 조아리며 파라오의 호의를 구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요셉의 가족들이 이집트에 온 것은 대기근 동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형제들은 파라오 앞에서 세 차례나 자신들을 “종”이라고 낮추면서 파라오의 자비를 청했다. 하지만 요셉은 아버지가 파라오를 만나 고개를 조아리며 “당신의 종”이라는 말을 하게하고 싶지 않았다. 요셉은 아버지 이스라엘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인사시키는 것을 미뤘던 것이다. 그래서 야곱은 이집트의 주권자인 파라오를 만나 큰 경의를 표하지만 엎드려 경배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야곱은 그 만남의 주도적 역할을 한다. 만남의 처음과 끝에서 두 번에 걸쳐 파라오를 축복한다.
요셉은 파라오가 분부한 대로 자기 아버지와 형제들을 이집트 땅에, 곧 그 땅에서 가장 좋은 곳인 라메세스 지방에 머무르게 하고, 그들에게 소유지도 떼어 주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형제들과 아버지의 온 집안에, 그 식솔 수대로 양식을 대 주었다.
2) 요셉의 양곡관리(창세47,13-26).
가뭄이 계속되면서 이집트인들이 식량을 구할 돈이 없어지자 요셉은 그들에게 돈 대신 가축을 식량 값으로 내게 한다. 그리고 가축마저 없어지자 토지를 담보로 잡히게 한다. 그리하여 끝내는 사제를 제외한 모든 이집트인들이 나라 땅을 붙여먹고 사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런데 요셉의 모든 정책을 파라오를 위한 정책이지 백성을 위한 정책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강력한 왕권이 바침이 되면 결국 분열이 줄어들고, 그것은 백성들에게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파라오에게 속하게 되는데 이것은 이스라엘과는 사뭇 다른 환경이다. 이스라엘인들에게는 토지가 개인 소유를 원칙으로 하였다. 열왕기에 보면 “나봇”이라는 한 평민이 임금에 대항해서 자기 땅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는 것을(1열왕21) 기억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귀족들의 힘이 왕을 위협하게 되면 왕의 권력은 약하게 되고, 귀족들의 백성에 대한 횡포를 막을 수 없다. 요셉은 파라오의 절대적 왕권을 강화시킬 목적으로 7년동안의 대기근을 이용해 제도적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요셉이 백성의 땅을 국가에 귀속시키고 백성들을 파라오의 농노로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수확의 80%는 백성들에게 돌려 주었다.
“그러나 수확의 오분의 일을 파라오께 바치시오. 그리고 오분의 사는 여러분의 것이니, 밭에 씨앗을 뿌리고, 여러분과 집안 식구들의 양식과 아이들의 양식으로 삼으시오.”(창세47,24).
요셉은 오분의 일을 도조로 바치고, 오분의 사는 뿌릴 씨앗을 사기 위해서, 식량을 위해서, 집안 식속을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을 위해서였다.
이 80%는 고대 바빌론의 60%에 비하면 아주 관대한 정책이었다. 또한 백성의 반응을 보면 요셉의 정책이 백성을 위한 정책임을 알 수 있다.
“나리께서 저희의 목숨을 살려 주셨습니다. 나리께서 저희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십시오. 저희는 기꺼이 파라오의 종이 되겠습니다.”(창세47,25).
아이들을 위해서도 오분의 일의 몫을 챙겨주는 요셉의 정책에서 알 수 있듯이 궁극적으로는 백성을 위한 정책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요셉은 이집트의 농토에 관하여 오늘날까지 유효한 법을 만들었다. 곧 오분의 일이 파라오에게 속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제들의 농토만은 파라오의 차지가 되지 않았다.1)”(창세47,26).
그러므로 파라오의 왕권을 강화시킴을 통해서 요셉은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소외된 모든 사람들까지도 배려하게 되었다.
3)야곱의 유언(창세기 47,27-31)
이스라엘은 이집트 땅 고센 지방에 머물게 되었다. 그들은 그곳에 소유지를 얻어 자식들을 많이 낳고 크게 번성하였다. 야곱은 이집트 땅에서 십칠 년을 살았다. 그래서 야곱이 산 햇수는 백사십칠 년이 되었다. 그런데 이 17년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햇수이다. 왜냐하면 요셉이 아버지의 돌봄을 받으며 살았던 햇수가 17년이었기 때문이다. 성서는 두 개의 17년을 대칭시킨다. 첫 17년은 아버지 야곱이 어린 아들 요셉을 돌보아 준 시간이었고, 나중 17년은 성장한 아들 요셉이 노약한 아버지 야곱을 돌보아 드린 시간이다. 죽을 때가 다가오자 이스라엘은 자기 아들 요셉을 불러 말하였다.
“네가 나에게 호의를 보여 준다면, 나에게 효성과 신의를 지켜 나를 이집트 땅에 묻지 않겠다고, 네 손을 내 샅에 넣고 맹세해 다오. 내가 조상들과 함께 잠들게 되거든 나를 이집트에서 옮겨 그분들의 무덤에 묻어 다오.” 요셉이 “제가 꼭 아버지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이스라엘이 “그러면 나에게 맹세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요셉이 맹세하니, 이스라엘이 침상 머리맡에 엎드려 경배하였다.(창세기47,29-31)
야곱은 이집트에서 요셉의 극진한 봉양을 받으며 17년을 살았다.
